현대차그룹, 5년간 편입한 해외 계열사 78%가 완성차 관련 사업...보스턴다이내믹스는 정의선 승계 '키’
2025-10-24 임규도 기자
현대차그룹이 2020년 이후 편입한 해외 계열사 10개 중 8곳 꼴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생산, 물류 등 완성차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이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생산·공급망 확대 전략을 펼친 결과로 보인다.
24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2020년부터 2025년 4월 말까지 현대차그룹 해외 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편입은 101개, 제외는 45개로 집계됐다.
발전프로젝트, 건설, 금융 등 단기간의 사업 영위를 위해 신설된 특수목적법인(SPC)을 제외하면 편입은 71개, 제외는 28개다.
완성차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 계열사 편입이 77.8%로 가장 많다. 이 외에 건설, 방산, 로봇 분야에서 해외 계열사를 편입했다.
계열사별로는 현대자동차가 21개로 가장 많은 해외 계열사를 편입했다. 이어 현대제철 10개, 현대글로비스 9개, 현대엔지니어링 8개, 현대로템 5개 등의 순이다.
SPC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해외 계열사를 가장 많이 편입한 곳은 현대자동차(대표 정의선·이동석·무뇨스)다. 자동차 15개, 수소 4개, IT 1개, AI 1개 등 21개를 편입했다.
현대차는 현지화 전략 강화를 위해 2020년 11월 베트남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미국, 독일, 중동, 말레이시아, 태국 등 해외 거점을 지속적으로 편입했다. 이 중 HMMME(Hyundai Motor Manufacturing Middle East)만 지분을 취득해 편입했고 나머지는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이 55억 달러(한화 5조5400억 원)규모의 투자를 단행한 전기차 전용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 10월 미국 조지아주에서 HMGMA 착공에 나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미국 내 생산 전기차에 한해 보조금 혜택을 주는 정책이다.
HMGMA는 지난해 10월 아이오닉5 생산을 시작했다. 초기 생산능력은 연간 30만대 규모였으나 미국 25% 관세 부과와 전기차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028년까지 50만대 구축을 목표로 확장을 추진 중이다.
중동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PIF와의 합작 법인(HMMME) 설립을 통해 현지 생산 및 수출 기반을 마련했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HTV), 태국(HMMT), 말레이시아(HMMY) 등 아세안 주요국에 잇달아 법인을 설립하며 급성장 중인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베트남은 완성차 조립 및 수출 허브, 태국은 전기차 조립 및 배터리 모듈 생산 전초기지, 말레이시아는 판매와 조립 통합형 거점 역할을 한다.
현대차는 그간 현지 딜러사에 위탁 판매를 해왔는데 현지 판매 법인 설립하고 직영 체제로 전환했다.
현대제철(대표 서강현)은 철강 관련 10개 해외 계열사를 편입했다. 지역별로는 미국 5개, 인도 4개, 베트남 1개로 모두 완성차 계열사 현지화 전략에 맞춘 글로벌 소재 공급망 구축을 위한 포석이다.
현대제철은 지난 2022년 알라배마 법인(HYUNDAI MATERIALS ALABAMA)을 시작으로 2023년 3월 조지아 법인(HYUNDAI MATERIALS GEORGIA), 2024년 3월 현대스틸 조지아 법인(Hyundai Steel Georgia)을 설립했다.
이들 해외 계열사는 현대차 앨라배마와 조지아, 기아 조지아 생산 공장에 차량용 철강 소재 공급을 위한 전초기지다.
또 현대제철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 달러(약 8조 원)을 투자해 전기로 기반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이다. 2026년 하반기 착공을 시작해 2029년 완공할 계획이다. 연간 270만 톤 규모의 자동차용 강판과 고장력강판을 생산해 현대차그룹의 앨라배마와 조지아 공장 및 북미 완성차 생산라인에 공급할 예정이다.
현대글로비스(대표 이규복) 역시 현대차그룹의 완성차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맞춰 해상, 육상 물류 전반을 아우르는 글로벌 공급망 체계를 구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미국, 독일 등 주요 거점에 총 9개의 해외 계열사가 편입됐다.
대표적인 곳은 글로비스 조지아 전기차 전용 물류법인(Glovis EV Logistics America)이다. 지난해 6월 설립됐으며 HMGMA(메타플랜트 아메리카)와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에 배터리 팩, 모듈, 전장부품 등의 공장 간 운송과 보관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차그룹 완성차 해외 공급망 구축을 위한 플랜트 사업을 진행하는 차원에서 해외 계열사를 대부분 설립했다.
2023년 5월 설립한 배터리 시스템 공장 PT. Hyundai Energy Indonesia은 현대차 첸나이 공장 인근에 설립돼 배러티모듈, 배터리관리시스템 등 전기차 핵심 부품 생산 역할을 한다. 향후 에너지저장장치(ESS)·리사이클링 등으로 확장을 꾀할 방침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 사업 유지보수, 호주 철도 차량 판매를 위해 해외 계열사를 설립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해외 계열사 편입도 진행했다. 정의선 회장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로보틱스 사업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2020년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9억2100만 달러(한화 약 9600억)를 투자해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했다. 현대모비스의 합작 투자법인 ‘HMG글로벌’ 54.7%, 정의선 회장 21.9%, 현대글로비스 11%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주력 제품은 사족 보행 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있다. 스팟은 올해 상반기 현대차그룹 HMGMA 공장에 투입됐고 아틀라스도 연내 시범 운용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사업 초기인 만큼 성장 동력으로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1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2022년 2500억 원, 2023년 3300억 원, 2024년 440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부채비율도 480%에 이른다.
정 회장 입장에서는 최근 유상증자를 준비 중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흑자전환과 재무구조 안정이 절실하다.
정 회장의 승계와 연관이 있기 때문.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명예회장→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핵심 기업인 현대모비스의 정 회장 지분율은 0.33%에 그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현재 시장에서 기대받는 30조 원의 가치로 IPO에 성공할 경우 정 회장은 7조 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현대모비스 지분 25%를 매입할 수 있는 규모다.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을 한 번에 할 수 있다.
5년간 제외된 해외 계열사는 28개다. 사업성이 저하된 지역의 자동차 관련 계열사가 14개 제외됐다.
대표적인 곳은 현대차 러시아 법인이다. 현대차는 지난 2023년 12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기업 아트파이낸스에 14만 원(약 1만 루블)에 매각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의 주도로 국제사회의 러시아 제재가 본격화하면서 현지 생산 및 부품 조달 등 사업 전반에 차질이 빚어진 탓이다.
철강 업종은 4개 제외됐다. 현대제철은 중국에 설립한 법인 4곳 중 2곳을 지난해 매각했다.
현대제철은 현지 철강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현대차 중국 시장 부진 등의 이유로 지난해 2분기 충칭 법인을 매각한데 이어 3분기에는 베이징 법인 매각을 완료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