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일 3년 지난 아이스크림 먹어도 되나?...'무한' 소비기한 우려 잇따라
2025-10-23 송민규 기자
# 대구시 수성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올해 4월 한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구입했다. 아이스크림이 다소 눌려있고 성애가 가득 껴 있었지만 문제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입 먹자 맛이 이상해 제조일을 확인해보니 2023년 1월12일이었다. 김 씨는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영하 18도 이하로 잘 보관해도 소비기한이 최대 2년이라고 하는데 2년이 훌쩍 지난 제품이었다”라고 황당해했다.
# 충북 충주에 사는 마 모(여)씨는 지난 9월 배달앱을 통해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배달 주문했다. 아이스크림 맛이 이상하고 말라있어 제조날짜를 보니 약 2년 전인 2023년 11월23일 제조된 제품이었다. 마 씨는 “주문한 편의점에서 교환해주겠다지만 제조한 지 2년여 된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되는 게 맞나"라며 고개를 저었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아이스크림에 소비기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된 가운데 실제 시장에서도 제조한 지 1~3년 지난 제품이 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편의점, 슈퍼마켓,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 등에서 제조된지 2, 3년 이상 지난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일부는 제조일을 확인하지 않고 섭취했다가 복통 등 증상이 나타나자 아이스크림을 문제 삼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은 영하 18도에서 유통·보관되는 특성상 세균이 번식할 수 없다고 판단해 우리나라에서는 제조일만 표기하고 소비기한은 기재하지 않는다. 규정상 2, 3년 이상 지났다고 문제되진 않는 셈이다.
그러나 유통이나 보관 과정에서 냉동 온도의 편차나 부분 해동, 재냉동 등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한 대형 식품사 관계자는 “변질하는 경우는 대부분 유통 또는 구입 후 보관 과정에서 생긴다”며 “냉동고가 열릴 때마다, 구입 후 이동하는 과정 등에서 일부 해동과 재냉동 문제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에서도 아이스크림에 제조일만 표기하다가 지난 2014년 개정을 통해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을 표기하도록 했다.
◆ 아이스크림 '품질유지기한' 표기 도입 목소리...빙과업계 '난색'
아이스크림에 '품질유지기한' 표기가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가운데 소비자 혼란과 기준 마련의 어려움으로 업계에서는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서명옥 의원(국민의힘)은 "국민 누구나 즐겨 먹는 아이스크림류에서 민원과 피해 사례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아이스크림류는 언제까지 먹어도 안전한지 알 수 없다"며 "소비자가 안심하고 제품을 소비할 수 있도록 품질유지기한 또는 소비기한이 표시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는 “냉동제품의 경우 냉동온도만 잘 유지되면 기한에 없이 안전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품질이 떨어진다”며 “아이스크림을 포함한 냉동식품의 경우 소비기한(유통기한)이 아닌 상미기한(품질유지기한)을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냉동 온도를 벗어나거나 해동되면 스티커 색깔이 변하는 온도감시 스티커(TTI) 등을 활용한다면 유통·보관 중에 발생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빙그레, 롯데웰푸드, 해태아이스크림 등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빙과류가 영하 18℃에서 생산, 보관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 빙과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 생소한 개념인 상미기한만 표기한다면 소비자 혼란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을 만든다면 근거를 들어 제정해야 하는데 영하 18도 이하로 보관하도록 한 아이스크림은 해당 온도에서 변질이 이뤄지지 않는 특성상 소비기한 기준을 만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상미기한은 소비기한에 맞춰 설정되기 때문에 소비기한 설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명옥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아이스크림류 관련 소비자 민원은 105건으로 2021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들어온 98건을 웃도는 수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