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고장 반복, 누수, 수리비 과다청구로 갈등 속출…겨울철 '보일러' 피해 주의보

11~2월, 민원 60% 이상 집중

2025-10-22     선다혜 기자
# 사설업체서 시공시 공식 AS 제한=경기도에 사는 이 모(남)씨는 보일러 온수가 안 나와 A사 보일러 고객센터에 AS를 요청했다. 방문한 기사는 애초 사설업체가 보일러 설치를 잘못해 수리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해당 제품은 단종됐으니 본인을 통해 새 제품으로 구매하라고 말했다. 이 씨는 “기사말로는 사설업체를 통해 보일러를 설치하면 AS를 받을 수 없다고 하더라”며 “수리를 못 받고 있다”고 난감해했다.

# 부품 단종으로 수리 불가능=서울에 거주하는 송모(여)씨는 지난 6월 B사 보일러에서 ‘에러코드’가 표시돼 수리기사를 불렀다. 점검 결과 누수로 점화장치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해당 모델이 단종돼 부품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결국 새 제품으로 교체하려면 117만 원이 필요하다는 설명이었다. 송 씨는 “몇 년 안 된 보일러가 부품이 없어 새 보일러를 사야 한다니 황당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보일러 결함으로 누수, 무상수리 뿐...피해 보상 없어=부산에 거주하는 박모(남)씨는 지난 3월 새로 교체한 C사 보일러에서 9월 초 누수가 발생해 골치를 썩었다. 점검 결과 설치 불량이 아닌 제품 자체 결함으로 판명돼 B보일러 업체에서 무상 수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누수로 인해 발생한 주변 피해에 대해서는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원성을 샀다.

# 수리 받아도 같은 고장 반복, 기사 숙련도 의심=경기도 시흥에 사는 김 모(남)씨는 보일러가 누수돼 D사에 AS를 접수했다. 방문한 수리기사는 밸브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진단하고 수리했으나 또 물이 새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다른 밸브에서 누수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고무링만 갈아도 되는데 밸브 부품을 통째 교체했다”며 “연이어 발생한 같은 누수 현상인데 기사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 숙련도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수리기사가 초기 고장 대응 안해 문제 키워=충남에 사는 문 모(남)씨는 2022년 설치한 E사 가스보일러에서 지난해 12월 온수 사용 시 폭죽 터지는 듯한 소음이 발생해 수리를 요청했다. 그러나 엔지니어가 원인을 찾지 못한 채 “폭발 위험은 없다”며 돌아간 뒤 문제가 악화됐다. 올해 6월 에러코드가 떠 다시 수리를 요청하자 점화플러그 이상으로 21만 원이 든다는 안내를 받았다. 문씨가 “기사의 미흡한 진단으로 문제가 커졌는데 왜 소비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느냐”고 항의했지만 “보상은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그는 68만 원을 자비로 들여 보일러를 교체했다.

겨울을 앞두고 보일러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관련 소비자 피해도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누수, AS 제한, 과도한 설치비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2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2024년 한해 동안 제기된 보일러 민원 집계 결과 겨울인 1~2월(29.1%), 11월~12월(33.2%) 총 넉 달간 연간 민원의 62.3%가 발생했다. 통계에서 보여주듯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 보일러 관련 피해 민원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피해 유형은 ▲보일러 설치 과실 분쟁 ▲미흡한 AS ▲누수 보상 갈등 등에 대한 문제가 주를 이뤘다. 이외에도 ▲잦은 고장 ▲에너지 절감 과장광고 ▲설치비 과다 청구 등 민원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 ▲린나이 등 주요 보일러 제조사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보일러 공식 대리점이 아닌 사설업체서 구매해 설치하는 경우가 흔한데 누수, 고장 등 문제 시 AS를 놓고 소비자와 제조사, 설치업체 간 입장차가 극명했다. 설치업체는 제품 결함을 주장하며 책임지지 않았고 제조사는 설치 과실로 판단해 선을 긋는 식이다. 공식 대리점에서 설치해도 누수 등 문제가 발생하면 '설치 과실', '제품 결함'보다는 노후 배관 등 환경 탓을 들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최초 설치 과정에서 배관 연결이나 수평 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누수나 점화 불량이 발생했음에도 업체들은 “설치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재설치비를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설치 불량에 따른 추가 비용과 피해 부담이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되는 셈이다.

더욱이 설치 미흡으로 누수가 발생하면 아랫집까지 피해가 번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누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차 피해에 대한 보상 책임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원인이 확실히 밝혀지기 전까지는 업체서 보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설치비 과다 청구는 제조사 공식몰이 아닌 쿠팡·네이버쇼핑·G마켓·11번가·옥션 등 온라인 쇼핑몰 입점업체서 구매한 경우 빈번히 나타난다. 대부분 상세페이지에 설치비용을 명시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면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가 많다.

부품 단종으로 인해 수리를 받지 못하고 보일러 전체를 교체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점화기나 온도센서, 순환펌프 등 핵심 부품이 단종되면서 단순한 고장임에도 부품 교체가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제조사나 서비스센터가 “단종 부품으로 수리가 불가하다”며 신제품 구매를 권유하는 사례도 꾸준히 제기된다.

점화 불량으로 인한 피해도 빈번하다. 보일러가 점화되지 않아 난방이나 온수 공급이 중단되는 문제로 가스압력 저하나 전극 오염, 점화장치 노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겨울철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점화 불량 사례가 늘고 있으며, 설치 불량으로 공기 유입이나 배기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소비자 스스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설치 전후 확인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선 온라인몰에서 보일러를 구매할 때는 설치비 포함 여부와 추가 비용 발생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설치비 포함 문구가 있더라도 배관 길이, 가스 연결, 배수 위치 등에 따라 추가 요금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견적을 구체적으로 받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오픈마켓에서 구매해 사설 설치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경우 피해가 발생해도 제조사로부터 구제가 어려우므로 공식 인증점 여부를 우선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설치가 완료된 뒤에는 누수나 점화 이상 여부를 즉시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되면 사진이나 영상으로 증거를 남겨둬야 한다. 설치 후 일정 기간 내 발생한 고장은 제품 하자뿐 아니라 설치 불량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작업 내역서를 보관하고 설치 담당자 연락처를 확인해두는 것이 좋다.

또 제품 구매 시점에 부품 단종 가능성을 함께 확인하고 최소 7~10년간 부품 공급이 보장되는 모델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래된 모델을 저가로 판매하는 경우 부품 확보가 어려워 교체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설치를 원하는 보일러의 제품 정보를 사전에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제품 정보는 공식 쇼핑몰이나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고 설치 전 상담을 통해 제품 특성을 충분히 파악한 뒤 구매하면 피해나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일러사는 "보일러 교체는 공식 대리점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인터넷 최저가 검색을 통해 직접 구매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이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해당 판매처가 ‘온라인 공식 대리점’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대부분의 보일러 제조사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 공식 대리점 목록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이를 확인한 뒤 구매하면 설치 과정에서의 문제나 사후 서비스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