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모채 모집에 7배 넘는 수요 몰려…최윤범號 신뢰 재확인
2025-10-23 이범희 기자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1일 진행한 3500억 원 규모 공모채 발행 수요예측에서 총 2조5500억 원의 청약을 확보했다.
경쟁률은 7.28대 1로, 최근 경기 둔화 국면 속에서도 예상을 크게 웃도는 성과를 냈다.
3년물 1500억 원 모집에는 1조5950억 원이 몰리며 경쟁률 10.6대 1을 기록했다. 5년물은 2000억 원 모집에 9550억 원이 신청돼 4.8대 1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최대 발행 한도인 7000억 원으로 증액을 결정했다. 3년물은 3500억 원으로 확대하며 개별민평 대비 –26bp, 5년물은 동일 금액으로 –20bp 낮춘 금리가 적용될 전망이다.
올해 초 고려아연은 정기주주총회와 임시주총에서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이사회 진입 시도를 저지하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 바 있다.
이번 수요예측 흥행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 경영진의 안정적 경영 능력을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은 12조529억 원, 영업이익은 7235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4.2%, 9.6% 증가했다. 올 상반기 매출은 7조6582억 원, 영업이익은 53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16.9% 증가했다.
이 같은 실적 개선은 기술력 기반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 덕분이라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아연·연·구리 등 기초금속 정제 외에도, 금·은·비스무트·인듐 등 귀금속과 희귀금속까지 정광에서 추출하는 고유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희귀금속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 개선에도 힘이 실렸다. 고려아연의 금 가격은 킬로그램당 10만 원 수준이던 것이 올해 상반기 14만 원으로 상승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공모채 본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에 따른 희소금속 가격 강세가 이어지고 있어, 고려아연은 중단기적으로 견조한 상각전영업이익 창출이 지속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최 회장이 추진 중인 신사업 전략 ‘트로이카 드라이브’와 전략광물 투자 확대에도 주목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수년 전부터 그린수소·폐배터리·2차전지 소재 등 신재생·순환산업 투자를 강화해왔다. 올해는 여기에 반도체 핵심소재인 게르마늄과 갈륨 생산시설 투자를 추가하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2028년까지 울산 온산제련소 내에 게르마늄 생산 공장을 구축해 연간 10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어 10월에는 약 557억 원을 투입해 2027년 12월까지 갈륨 회수 공정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온산제련소 내 구축될 이번 설비는 반도체용 고순도 갈륨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생산 인프라로, 고려아연의 전략광물 밸류체인 강화에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