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 원' 무선이어폰, 배터리 수명 다하면 제품 폐기해야…애플만 교체 가능

"일체형 구조라 AS 불가"

2025-10-29     정은영 기자
#사례1 전북 전주에 사는 임 모(남)씨는 소니코리아의 무선 이어폰을 100% 충전해도 5분이 안돼 배터리가 방전돼 서비스센터를 찾았다가 당황스런 이야기를 듣게 됐다. 수리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지만 담당자는 AS가 불가능하다며 11만 원을 내고 새 제품으로 교체할 것을 제안했다. 임 씨는 "11만 원이면 조금 더 보태 새 제품을 사는 게 낫다"며 "수리가 안 된다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무선이어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으나 배터리가 수명을 다하면 교체가 불가능해 사실상 폐기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소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29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무선이어폰 브랜드 5개사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 ▲LG전자 ▲샤오미 ▲소니 등 4개사 제품은 배터리만 교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애플만 유일하게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다.

대부분 제조사는 무선이어폰이 일체형 구조로 제작돼 배터리만 별도로 교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조사들은 보증기간인 1년 이내에 배터리 성능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새 제품으로 교환해준다. 그러나 이 기간이 지나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면 수십만 원을 들여 새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애플의 경우 공식 홈페이지에 '서비스 요금을 지불하면 배터리를 교체 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교체 가격은 이어버드 한쪽당 6만9000원이다.
 

무선이어폰 배터리는 소모품인 만큼 사용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연스럽게 성능이 저하된다. 다만 구체적으로 언제 교체해야 한다는 명확한 기준이나 지침은 없다. 교체 권장 기간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한국소비자원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무선이어폰 배터리에 대한 내용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제조사들은 제품 사용설명서나 홈페이지에 배터리가 소모품이라는 점만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삼성전자는 제품 사용 설명서에 "배터리는 소모품이므로 오래 사용할수록 완충 후 사용 시간이 짧아질 수 있다"는 수준으로만 안내하고 있다.

LG전자도 사용 설명서에 "재충전 배터리의 경우 적절하게 관리하면 긴 유효수명을 가진다"며 "그러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사용한 지 몇 번 만에 용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어 "배터리 용량을 최대로 유지하려면 배터리를 실내 온도에서 사용해야 한다. 저온에서 사용되면 배터리 용량이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소니, 샤오미 등 외국계 기업들은 제품 설명서에 그나마 배터리 수명에 대한 안내조차 없다.

일반적으로 무선이어폰 배터리는 약 2년에서 3년이 지나면 충전 지속 시간이 점차 짧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구매하고 몇 년 안 된 무선이어폰 배터리가 '방전된다'는 등 게시물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무선 이어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제품군은 삼성전자 ‘갤럭시 버즈’ 시리즈와 애플 ‘에어팟’ 시리즈다. LG전자도 올해 ‘엑스붐 버즈 시리즈’를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무선이어폰은 사용 편의성이 높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일반형 모델 기준 가격은 10만 원대로 유선이어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 올해 출시된 △'갤럭시 버즈3 프로'는 31만9000원 △애플 '에어팟 프로3'는 36만9000원 등으로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탑재된 프로급 라인은 더욱 고가다.

그러나 대부분 무선이어폰은 인체공학적 디자인 요소를 적용해 일체형으로 만들어지다보니 배터리 교체가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서비스 관계자는 "무선이어폰 구조상 배터리만 따로 분리할 수 없어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대신 각 제조사들은 보증기간인 1년 이내에 배터리 성능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무선이어폰 배터리 교환이 불가능한 것은 제품 구조상 한계로 볼 수 있다”면서 “다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품을 다시 구입하기엔 부담이 크고 폐기물 증가 등 환경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는 만큼 내구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