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도 안걸리는 차 AS입고 한 달 기다리라고?...벤츠·BMW·포르쉐 등 수리 대기 '하세월'

차량 판매 대비 서비스망 미흡

2025-10-30     임규도 기자
# 김포에 사는 황 모(여)씨는 지난 27일 BMW 차량 엔진 경고등이 떠 점검 받고자 서비스센터에 예약을 신청했다. 직원은 3주 이상 기다려야 입고 가능하다며 다른 서비스센터를 찾아갈 것을 권했다. 황 씨가 또 다른 서비스센터에 예약을 문의했으나 한 달 뒤인 12월 4일부터 입고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 씨는 “간단한 점검조차도 한 달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비싼 돈을 주고 고급차를 구매했는데 서비스는 전혀 고급스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 서울 성동구에 사는 서 모(여)씨는 최근 벤츠 E클래스 차량이 고속 주행 시 심한 흔들림이 발생하는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예약을 문의했다. 담당자는 12월 이후는 돼야 입고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서 씨가 고속도로 주행이 불안한 상황이라고 강조했으나 직원은 '흔들림의 경우 엔지니어가 직접 고속도로를 주행하며 차량 상태를 점검해야 해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당장 주행하기 불안한 상황인데 한 달 이상 기다리라는 업체 때문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성남 분당구에 사는 최 모(남)씨는 최근 아우디 차량이 주행중 시동이 꺼지는 문제로 서비스센터에 예약하려다가 3주 뒤에나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사설업체에서는 바로 수리가 가능했으나 아직 무상보증기간이 남아있는 터라 다른 곳에 차를 맡길 수도 없는 상황. 수차례 문의하고 재촉한 끝에 결국 2주 뒤 입고가 가능했다는 최 씨는 "단순 정비도 아니고 안전에 문제가 될 심각한 사안인데 3주 뒤에나 입고하라고 해 황당했다"며 "대차도 여분이 없다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했다.

최근 수입차 AS를 받으려는 소비자들이 짧게는 2~3주, 길면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차종, 고장 증상에 따라 대기 기간에 차이가 있지만 간단한 점검도 크게 다르진 않다.

소비자들은 타 지역 서비스센터에 예약 대기 기간을 문의하거나 직접 방문하는 등 발품까지 파는 실정이다. 일부 소비자는 판매 직원이나 서비스센터 지인을 통해서라도 점검 일정을 앞당기려는 등 정상적인 예약이 사실상 어렵다고 호소한다. 

사설 정비소에서 빠르게 수리받을 수도 있지만 보증기간이 남은 경우 수리비 때문에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또한 대다수 업체가 자체 서비스센터가 아닌 사설업체서 수리한 경우 추후 보증수리가 어렵다는 점도 소비자들이 공식서비스센터에만 대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관련 규정을 명시한 법령도 없어 소비자는 예약하고 마냥 기다려야만 하는 실정이다.
 

30일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BMW, 벤츠, 아우디, 포르쉐, 볼보, 폭스바겐 등 6개 주요 수입차 서비스센터를 조사한 결과 볼보를 제외한 5개 업체의 예약 대기 기간이 한 달 이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볼보는 7일 이내에 서비스센터 입고가 가능했다.

수입차 업체들은 올해 예년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로 인해 추석 전·후 예약이 급증해 수리가 지연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 경기, 인천 등 BMW 서비스센터 7곳은 짧게는 2주 길게는 두 달까지 대기해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차량까지 수리하고 있는 규모가 큰 일부 서비스센터의 경우 최대 두 달 까지 대기해야 입고가 가능하다.

BMW 관계자는 “추석 전 대기 물량이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점검 예약은 12월 초부터 가능하다”며 “규모가 작은 타 지역 서비스센터 일정을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벤츠 서비스센터 6곳도 입고하려면 짧게는 3주 길게는 한 달 이후 일정으로 예약해야 했다. 포르쉐 서비스센터 4곳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6달까지 기다려야 입고가 가능했다.

포르쉐 관계자는 “벤츠, BMW에 비해 서비스센터 지점 수가 적고 간단한 점검이라도 자격을 갖춘 정비업자가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수리가 가능한 차량 수가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아우디 서비스센터 4곳은 일주일에서 한 달까지 예약 대기 기간에 차이가 있었다.

아우디 관계자는 “추석 이전부터 밀린 수리 대기 물량으로 인해 엔진 오일 교환 등 간단한 수리의 경우 일주일, 이 외에 점검이 필요한 경우 3주에서 한 달 이후에 입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입차 제조사들이 정비사 수를 줄여 수리 대기 기간이 늘어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수입차를 타고 있는 한 소비자는 "서비스센터를 통해 정비사가 줄어 수리 대기가 오래 걸린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폭스바겐 서비스센터 4곳은 3주에서 한 달 대기 후 입고가 가능했다. 볼보 서비스센터 4곳은 최대 일주일의 대기기간으로 가장 빠른 시일내에 수리가 가능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수입차 제조사와 딜러사에서 차량 판매량 증가에 맞춰 서비스센터를 늘려야 하지만 비용 등의 문제로 제한적으로 운영하다보니 수요가 몰리는 시기에 AS대기 기간이 길어질 수 밖에 없다"며 "정부가 차량 공급 대수 대비 AS 구축망이 얼마나 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제조사에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