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百 정지영 대표 ‘공간혁신 전략’으로 수익성 매년 쑥쑥...신규 점포 안정화는 과제

2025-11-03     이정민 기자
현대백화점을 ‘체류형 복합 플랫폼’으로 전환하는 정지영 대표의 공간 혁신 전략이 수익성 상승이란 실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1월 취임 이후 성공 사례를 발굴하고 이를 확장하는 전략을 계속하고 있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도 정 대표 체제에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이어 올해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수익성은 더욱 높아졌다.

3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현대백화점은 매출 2조4420억 원, 영업이익 3775억 원의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0.3%, 영업이익은 5.2% 증가하는 수치다. 내년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3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 감소했으나 정 대표 취임 후 지속해서 증가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정 대표는 재임 첫해인 2024년을 전략적 투자기로 설정하고 공간 리뉴얼, 콘텐츠 확충, 신규 고객층 확보를 위한 체질 개선에 집중했다. 실적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비용 확대로 2024년 영업이익 증가율은 1% 미만이지만 성장세로 전환했다. 경기 둔화와 소비심리 위축으로 업계 전반의 실적이 부진했던 상황에서의 실적이라 의미가 더욱 크다. 실제 당시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올해는 투자 효과가 본격화되며 영업이익 증가폭이 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특히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본업인 백화점 부문에서 실적 개선이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의 공간 혁신 전략이 실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 대표는 백화점을 '체류형 복합 플랫폼’으로 바꾸고자 하는 공간 혁신 전략으로 ‘더현대 서울’의 매장 비중을 첫 개장 시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휴식·체험 공간을 확대했다. 팝업스토어도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MZ세대 유입 및 브랜드 실험의 무대로 삼았다.

백화점을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닌 ‘경험 중심 복합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며 브랜드 가치와 트래픽 구조를 새롭게 설계하는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연매출 1조 원을 돌파하는 실적을 냈다. 개점 2년 9개월 만의 일로 국내 백화점 중 최단기간 연매출 1조 원을 기록했다.
 
▲정지영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정 대표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모델을 전국으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부산에 첫 선을 보인 ‘커넥트 현대’는 백화점의 프리미엄, 아울렛의 가성비, 미술관의 문화 및 예술 체험을 결합한 신개념 공간이다. 정 대표가 강조하는 업태 간 경계 해체를 실현한 모델로 지난 6월 충북 청주에도 2호점을 선보였다.

2027년 개점을 목표로 추진 중인 ‘더현대 광주’는 더현대 서울의 1.5배 규모로 ▲쇼핑 ▲문화 ▲예술 ▲여가를 융합한 국내 최초의 문화 복합몰로 조성된다. 세계적 건축가 헤르초크 & 드뫼롱과 협업해 지역 랜드마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에게는 새로 오픈한 점포들이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도록 만드는 것이 과제로 남아 있다. 커넥트 현대 부산점과 청주점은 개장 초기 높은 관심을 받았지만 상권 특성상 주중 유입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일본 도쿄 파르코백화점에 문을 연 ‘더현대 글로벌’은 국내 토종 브랜드를 해외 유명 리테일 플랫폼에 소개하는 형태로, 한 달 만에 매출 13억 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백화점은 해당 모델을 태국, 홍콩 등지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명품 카테고리 강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지난해 루이비통·프라다 남성 매장을 비롯해 르메르·막스마라·가니 등 ‘신명품’ 브랜드를 신규 유치하며 브랜드 라인업을 대폭 확충했다.

정 대표는 ‘경험 중심 혁신’과 더불어 주주 신뢰 회복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중간배당을 신설하고 장기 투자 계획을 병행하는 등 실적뿐 아니라 기업가치 전반의 체질 개선을 추진 중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그는 “급변하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점포 리뉴얼과 신규 출점에 약 1900억 원을 투자하겠다”며 “더현대 광주 외에도 2027년 부산 에코델타시티, 2028년 경북 경산 지식산업지구에 신규 점포를 오픈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100억 원 규모의 중간 배당을 처음 시행하고 2027년까지 배당금 총액을 5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며 “3년 내 ROE 6%, PBR 0.4배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30일 실시된 현대백화점그룹 임원 인사에서 백화점 경험을 재정의하며 실적 성과를 낸 정 대표는 유임됐다. 정 대표는 1991년 현대백화점에 입사해 32년간 영업 및 마케팅 전략을 담당해온 내부 전문가로 ‘더현대 서울’을 비롯한 차세대 백화점 모델을 주도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