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신약 유망주] GC녹십자 산필리포증후군 치료제 'GC1130'...투약 차별화로 1.4조 글로벌 시장 정조준
2025-11-07 정현철 기자
잘 키운 블록버스터 하나면 제약사 실적이 우뚝 선다.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지난해 1조268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단일 품목으로 국내 5대 제약사 연간 매출과 어깨를 견준다.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와 유한양행 항암제 ‘렉라자’,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은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신약이 글로벌시장 개척을 본격화 한 가운데 국내 제약사들의 차세대 유망 신약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GC녹십자는 산필리포증후군(MPS IIIA) 치료제 후보물질 GC1130의 임상에서 유효 데이터를 얻기 위한 작업에 매진 중이다.
GC녹십자는 내년 중 임상 1상 안전성 관련 데이터 확보, 2028년까지 효능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를 통해 5년 내 미국 시장에 출시할 방침이다.
현재까지 허가에 성공한 치료제가 없는 분야로 미충족 의료수요가 높아 결실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전세계 산필리포증후군 환자 수는 약 3000명에서 5000명으로 추정된다. GC녹십자는 산필리포증후군 시장규모가 최대 10억 달러(한화 약 1조426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GC1130는 2024년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임상 1상 승인을 시작으로 같은 해 7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8월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로부터 1상 승인을 받아 다국가 임상을 진행 중이다.
중추신경계(CNS) 희귀질환인 산필리포증후군은 유전자 결함으로 체내에 헤파란 황산염이 축적돼 점진적 손상이 유발되는 열성 유전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뇌손상으로 대부분 환자가 15세 전후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1130은 헤파란 황산 제거 효소인 ‘설포글루코사민 설포하이드롤라제(SGSH)’가 뇌에 직접 투여(ICV)돼 뇌병변에 의한 인지 및 행동 저하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GC녹십자는 ICV 방식으로 투약하는 차별성으로 면역반응 부작용 발생 위험을 줄이고 약물이 오래 유지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경쟁사 디날리 테라퓨틱스의 경우 해당 질환 치료제로 'DNL-126'의 1/2상을 진행 중이다. 이 치료제는 정맥 투여(IV)로 효소 수송체 기술을 통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방식으로 투여한다.
투약 후 1시간 뒤 체내 약물 분포를 확인한 결과 뇌실 내 투여 방식은 뇌에 집중된 반면 정맥 투여 방식은 몸통 부문에 머물러 있었다. 뇌실투여 방식은 96시간 뒤에도 뇌에 약물이 남아있음이 확인됐다.
척추강 내 투여(IT) 방식과 비교했을 땐 뇌실 내 직접 투여에서 47배 높은 약물 전달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정맥 투여 대비 짧은 투약시간과 낮은 면역반응 발생 위험도 장점으로 꼽힌다.
정맥 투여는 약물을 전신에 퍼뜨리기 위해 혈액 순환을 거치며, 보통 수백 mL를 수 시간에 걸쳐 주입한다. 반면 뇌실 내 투여는 치료 성분을 목표 부위에 직접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비교적 적은 용량으로도 효과를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제 주입 시간도 수 분 이내로 끝날 만큼 짧다.
효소 치료제의 경우 체내에 면역반응이 나타나면 부작용으로 효소가 파괴되면 해당 치료제 사용이 어렵게 된다. 뇌실 내 투여는 정맥 투여 대비 적은 용량, 혈중 노출도 측면에서 면역반응을 위험을 낮출 수 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MPS IIIA 질환 마우스에 GC1130을 ICV로 투여하는 경우 헤파란 황산염 양이 용량의존적으로 감소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지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중 미로 시험이나 회피시험 수행 시 정상 마우스와 유사한 수준의 회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GC1130은 2023년 FDA로부터 희귀소아질환의약품, 희귀의약품으로 지정 받았다. 지난해에는 패스트트랙(신속심사) 약물로 지정됐다. 패스트트랙 지정된 약물에 대해선 개발사가 FDA와 수시로 미팅을 진행할 수 있고 심사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지정 자체가 현재 치료제가 없거나 더 나은 기전의 치료제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미충족 의료수요를 해결할 수 있는 옵션으로 평가 받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