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금투협 회장 공들인 '공모펀드 상장클래스', 초라한 성과...출시 1주일 흥행 빨간불
2025-11-05 이철호 기자
서 회장이 임기 초부터 강조해 온 사업이었지만 사업에 참여한 운용사·증권사가 적고 상장지수펀드(ETF)와의 차별성도 부족해 출시 전부터 흥행 실패가 예견됐다는 지적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월 27일 증시에 상장된 공모펀드인 대신자산운용 'KOSPI200인덱스 X클래스'는 출시 1주일(27~31일) 동안 일평균 거래대금이 9453만 원, 개인순매수 규모는 2916만 원에 그쳤다.
또 다른 공모펀드 상장클래스인 유진자산운용 '챔피언중단기크레딧 X클래스'도 일평균 거래대금은 5억8093만 원이었으며 개인순매수 규모는 302만 원에 그쳤다.
국내주식형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삼성자산운용 'KODEX 200'이 같은 기간 동안 일평균 거래대금이 1조132억 원, 개인순매수 규모는 721억 원인 것과 대비된다.
해외주식형 ETF 중 최대 규모인 미래에셋자산운용 'TIGER 미국S&P500' 역시 일평균 거래대금이 1761억 원, 개인순매수 규모는 477억 원이었다.
역대 금융투자협회장 중 처음으로 연임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서유석 회장으로서는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최초의 자산운용사 출신 금융투자협회장으로서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으로 공모펀드 직상장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2023년부터 제7대 금융투자협회장으로 활동해 온 서 회장은 임기 첫해부터 공모펀드 직상장을 강조해 왔다.
서 회장은 2023년 9월 인터뷰에서 "공모펀드의 ETF 전환으로 기존 단점을 보완하고 투자자들에게 선택지를 다양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TF처럼 공모펀드를 유가증권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게 해 공모펀드 거래 절차를 간소화하고 투자 접근성을 높이자는 것이었다.
2024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서 회장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및 활성화를 위해 지수 연동 조건이 없는 기존 공모펀드의 상장거래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공모펀드 상장클래스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공모펀드 직상장의 발판이 마련됐다.
올해 임기 마지막 해인 서 회장은 본격적으로 공모펀드 상장클래스 사업 추진에 나섰다.
서 회장은 지난 2월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공모펀드 또한 (ETF처럼)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매매하게 된다면 기존 판매자 중심의 시장에서 투자자 중심의 직접투자 시장으로 급속히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 2분기 내에 출시할 수 있도록 업무역량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모펀드 상장클래스 사업은 시작 초기부터 흔들렸다. 관련 전산 개발·테스트 작업이 지연되면서 출시 시기가 올해 2분기에서 3분기로 밀린 데 이어 증권사의 전산 개발 이슈로 10월 말로 다시 일정이 미뤄진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3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모펀드 상장클래스에 대해 "약 20개 이상의 운용사가 40~50개 이상의 펀드를 신청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실제 참가한 운용사는 단 2개사뿐이었다. 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 등 대형 운용사는 참가하지 않았다.
이는 금융당국이 해외 주식형 펀드를 상장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참여 운용사가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직상장 대상 펀드 기준이 설정액 500억 원 이상으로 정해지면서 중소형사의 참여가 힘들었던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공모펀드 상장클래스 상품에 유동성을 공급해 줄 LP 역시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SK증권 등 4개사 뿐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출시 이전부터 흥행 부진이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ETF 시장이 올해 200조 원을 돌파한 상황에서 공모펀드 상장클래스가 ETF와 차별화된 특성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 주식형 펀드를 비롯해 투자 대상이 확대되고 액티브 펀드 상품 출시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사들 참여가 저조하다 보니 상품 수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고 그나마도 현재 시장에서 운용되는 ETF와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힘들다"며 "공모펀드 상장클래스가 기존의 ETF와 차별화된 부분을 투자자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 회장이 공모펀드 상장클래스와 함께 추진한 연금특화 자산배분형 펀드 '디딤펀드'는 지난해 9월 출시 후 1년간 신규 유입자금이 1477억 원에 그치며 1년 평균 수익률 12.5%라는 준수한 수익률에도 초기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디딤펀드에 이어 공모펀드 상장클래스도 초기 흥행 부진을 겪는 점은 서 회장의 연임 도전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말 서 회장은 차기 회장 선임을 위한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논의한 이사회에 불참했다. 연임 도전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은 서 회장의 참석이 자칫 공정성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공모펀드 상장클래스의 실제 성공 여부는 최소 1년은 지나야 알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해외투자펀드도 허용되면 더 많은 운용사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를 위해 금융당국을 설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모펀드 상장클래스, 디딤펀드 등은 공모펀드 활성화 방안의 일부일 뿐"이라며 "자본시장 밸류업 노력을 통해 코스피 4000 시대 달성에 성공하면서 공모펀드 인기도 높아지고 있으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