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돈내고 꼬박꼬박 관리받는데...곰팡이로 뒤덮인 렌탈 정수기 '아찔'
업계 "설치 환경·이용 습관 영향 커"
2025-11-05 정은영 기자
정기적인 관리 서비스가 제공되는 렌탈 정수기에서 곰팡이가 발견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렌탈료를 내고 주기적으로 관리 받는데도 기본적인 위생 관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점검 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5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정수기나 커피머신 등 렌탈 제품의 내부 또는 출수구 등에 곰팡이가 피었다는 민원이 빗발치고 있다.
▲코웨이 ▲쿠쿠전자 ▲SK인텔릭스(SK매직) ▲청호나이스 ▲교원웰스 ▲현대큐밍 ▲현대렌탈서비스 등 업체를 가리지 않고 피해가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두서너 달에 한 번씩 꾸준하게 점검 및 관리 받는데도 불구하고 곰팡이가 발생한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렌탈업체는 공통적으로 “곰팡이 발생은 관리 및 사용 환경의 영향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정수기를 설치할 때는 냉난방기 앞이나 화장실 인근 등 온도차가 크거나 습한 곳은 되도록 피하고 정수기에 튄 음료수, 음식물 등도 위생문제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에 이용자가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출수구 주변에 곰팡이가 발생한 경우에는 소비자가 매일 닦아주는 등 위생 관리를 함께 해줘야 보다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쿠전자도 “보통 얼음, 물 토출구가 오염됐을 때 바로 치우고 살균 기능을 수시로 작동하면 곰팡이가 생길 일이 없다“며 “제품 문제라기 보단 사용과 관리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입장을 밝혔다.
SK인텔릭스 관계자는 “사용 환경에 따라 곰팡이가 생길 수 있다”며 “특히 지하나 습기가 많은 공간에서는 곰팡이 발생 가능성이 높고 정기 점검을 제때 받지 못한 경우에도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 역시 “곰팡이가 피는 게 일반적인 사례는 아니다“라며 “정기 점검을 제대로 받은 경우일 경우 설치 환경 문제일 수 있다“고 전했다. 교원웰스도 “제조사의 위생 케어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절적인 요인이나 설치장소 등 외부환경의 영향으로 위생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수기 내 곰팡이 발생에 따른 계약 해지 분쟁에 관해 법적 기준도 없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이물질 혼입 및 수질 이상이 있을 시 제품 교환 또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지해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또한 '사업자가 △적절한 성능유지의무 △물품의 하자보수 △관리의무를 불이행하거나 해태하는 경우 소비자는 상당한 기간을 정해 그 이행을 최고하고 그 후에도 사업자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 위약금을 부담하지 않고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수기 내 곰팡이의 경우 업체에서 제품 결함이나 관리 부실보다는 사용 환경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상황이라 소비자가 이를 이유로 위약금 없이 해지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셈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소비자들이 물을 더 안전하게 마시기 위해 렌탈 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곰팡이가 발견됐다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며 “업체는 보상 방안을 마련하거나 관리 소홀이 재발하지 않도록 점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