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는 5년째 내려가고 손해율은 쑥쑥...손보사 자동차보험 적자 초읽기
2025-11-10 서현진 기자
손해율 방어를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해야 하지만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기조로 쉽사리 보험료를 올리지 못해 손보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 자동차보험료는 개인용 자동차보험 기준 지난 2020년 이후 5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2019년 당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92.9%에 달하면서 이듬해 주요 손보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팬데믹과 상생금융 여파로 자동차보험료는 동결하거나 오히려 일부 하락한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자동차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2020년 (85.7%) ▲2021년 (81.5%) ▲2022년 (81.2%) ▲2023년 (80.7%) ▲2024년 (83.8%)로 집계됐으며 올해 상반기엔 83.3%를 기록하고 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이 높은 대형 손보사들의 월별 손해율 역시 악화일로다. 지난달 기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 상위 4개사 손해율은 94.1%를 기록하며 6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되자 보험손익 또한 대폭 줄어드는 추세다.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점유율 1위 삼성화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30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5% 하락했고 DB손해보험도 780억 원으로 같은 기간 52.1% 감소했다. KB손해보험은 86억 원으로 가까스로 적자를 면했다.
손보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 원인으로 수년간 상생금융 기조가 이어지면서 손보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한 점과 정비수가 및 경상환자 진료비 상승을 꼽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 부품비는 올해 상반기 국산차 기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고 외산은 4.7% 증가했다. 한방치료비 중심으로 병원치료비도 증가했다. 동기간 한방병원과 양방병원의 치료비는 각각 6%, 3% 늘었다.
특히 올해는 여름철 극한호우 등 자연재해가 겹치면서 손해율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 역시 올해 하반기 대규모 집중호우와 가을 행락철 교통량 증가 등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악화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형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3분기에도 자동차보험 실적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보험료 인상은 맞다고 보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며 "내년부터 경상환자 향후치료비 관련해 제도 개선이 예정돼 있다시피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소비자들의 보험료 부담이 덜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자동차보험료 인상뿐만 아니라 대인배상이나 차량수리제도 개선 등 보험사 차원의 자구책도 동반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박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사고 발생률이 낮았으며 마지막 보험료 인상으로 인해 손해율이 관리됐으나 올해부터 그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며 "과거 수년간 차량 수리비가 누적으로 15% 정도 올랐는데 그 기간 동안 계속 보험료를 낮춰 왔으니 그 손해가 어딘가 누적됐던 것으로 결국 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 조정과 함께 제도 개선까지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비자 단체 또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보험료 인상과 같은 쉬운 방법뿐만 아니라 보험금 누수를 막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보험료 인상은 보험사로서 가장 손쉬운 방법을 얘기하는 거고 근본적인 건 과잉진료나 보험사기 등 누수되는 보험금을 막아야 하는 것"이라며 "보험사들은 합리적인 치료비나 수리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당부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