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가전 수리는 미루면서 렌탈료는 꼬박꼬박…AS 지연에 발동동
보상 규정 부재로 피해 확대
2025-11-12 선다혜 기자
#사례2=경기도 김포에 사는 유 모(여)씨는 올해 초 쿠쿠전자 공식몰에서 구입한 청소기의 먼지통 입구가 깨져 10월 초 서비스센터를 찾았으나 AS를 받지 못했다. 담당자는 “부품이 없어 수리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 수차례 공식몰에 연락했지만 “AS 접수를 해주겠다”는 안내뿐 진척이 없었다. 유 씨는 “판매만 하고 이후 처리는 손 놓은 듯하다”며 “소비자 보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쿠쿠전자 측은 "해당 문제는 현재 해결된 상태"라고 말했다.
#사례3=충남 아산에 거주하는 이 모(남)씨는 휴테크 안마의자를 사용하던 중 지난 7월 고장이 발생해 AS를 신청했다. 수리기사는 “부품을 수급해 수리하겠다”며 “약 한 달 정도 걸린다”고 안내했다. 한 달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 다시 AS센터에 문의하자 “수리기사가 잘못 안내했다”며 “부품 수급에 최소 3개월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이 씨가 사용하지 못한 기간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자 휴테크 측은 “무상수리 기간을 연장해주겠다”고 답했다. 이 씨는 "3개월이 지나 다시 문의하니 '11월 중 수리가 가능하다'더라"며 "계속 미뤄진다"고 기막혀했다.
#사례4=전북 부안군의 김 모(여)씨는 지난 10월 중순 캐리어 제습기가 고장 나 고객센터를 통해 AS를 요청했다. 이후 아무런 기별이 없어 “수리 가능한 센터를 알려주면 직접 찾아가겠다”고 요청했다. 오텍캐리어 측은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는 말만 되풀이했으며 김 씨는 한 달 가까이 아무런 안내나 수리 일정을 받지 못한 상태다. 오텍캐리어 측은 "해당 제품은 냉매가 미세하세 누설되는 현상으로 보여 정확한 진단을 위해 센터로 회수하는데 시일이 걸렸다"면서 "현재 제품을 점검 중에 있으며 누설부위가 정확하지 않아 시간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가전제품 수리가 수 주에서 수개월씩 지연되면서 소비자 불편이 커지고 있다.
냉장고, 청소기, 음식물처리기, 제습기, 안마의자 등 생활가전의 수리가 지연되면서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는 불편이 이마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렌탈 제품의 경우 고장 기간에도 렌탈료가 계속 청구돼 금전적 피해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수리가 장기간 지연된다해도 명확한 보상 기준이 없어 소비자들은 그저 업체의 '배려'에 매달려야 하는 실정이다.
12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가전제품 수리가 장기간 지연되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특정 브랜드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텍캐리어 ▲신일전자 ▲위닉스 ▲쿠쿠전자 ▲바디프랜드 ▲휴테크 ▲코지마 등 유명 가전업체에서 발생하고 있다.
제품의 종류나 브랜드를 막론하고 ‘부품 수급 문제’나 ‘센터 인력 부족’을 이유로 수리가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미뤄지고 있다는 것이 소비자들의 공통된 불만이다.
수리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용하지 못한 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다른 제품을 구입하거나 임시로 대체품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렌탈 제품의 경우 피해는 더욱 커진다. 제품이 고장 나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렌탈료는 매달 자동으로 청구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에서 보상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는 제품 고장이나 동일한 하자 반복에 대한 교환·환불 조항이 마련돼 있지만, 장기간 수리 지연에 따른 별도의 보상 기준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장기간 사용하지 못한 불편에 대해 업체에 보상을 요구하더라도 “기준이 없다”는 답변만 듣는 경우가 많다.
결국 업체별로 대응이 제각각이다. 어떤 곳은 무상보증 기간을 1~2개월 연장해주는 선에서 보상을 마무리하고, 어떤 곳은 “부품 지연은 불가피한 사유”라며 아예 대응하지 않는다. 일부 렌탈업체의 경우 렌탈료를 감면해주기도 한다.
부품 수급 지연이나 인력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소비자 불편이 누적되고 있지만 제도적 보완 장치는 여전히 미흡하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품질보증 기간 내 제품인데 부품을 제대로 확보해서 생기지 못하는 문제는 제조사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제조사 측에서 수리하는 기간 동안 대체로 사용할 수 있는 다른 제품을 대여해주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