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성 KB운용·배재규 한투운용·조재민 신한운용 대표 임기만료...ETF 성과 따라 연임 판가름 날듯
2025-11-13 이철호 기자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순이익이 큰 폭 개선됐지만 주가연계증권(ETF) 점유율 싸움에서 경쟁사에 밀리며 자존심에 상처가 난 상황이다.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조재민 신한자산운용 대표는 올해 회사 수익성이 감소했지만 ETF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성공하면서 공과가 뚜렷하다.
5대 자산운용사 중에서 올해 말 CEO 임기 만료를 앞둔 곳은 삼성자산운용을 제외한 4곳이다. 이 중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달 최창훈·이준용 각자대표가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 수익성은 개선됐지만 ETF 점유율 두자릿수 목표 '실패'
지난해 1월 취임한 김영성 KB자산운용 대표는 임기 내 수익성이 우상향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대목이다.
KB자산운용은 김 대표 취임 첫 해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9% 증가한 664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966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순이익을 300억 원 이상 초과 달성했다. 연간 순이익 1000억 원 달성이 유력하다.
ETF 자산 증가를 비롯한 펀드 상품 수탁고가 늘어나면서 운용보수가 증가했고 KDB생명타워 매각으로 부동산펀드 청산에 따른 일회성 이익 약 300억 원이 반영된 결과다.
TDF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도 주요 성과로 평가된다.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의 TDF시장 점유율은 2023년 말 12.5%에서 2024년 말 13.4%, 올해 11월 15%로 상승 추세에 있다.
다만 자산운용사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ETF 시장에서의 성과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다.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규모는 지난 11일 기준 21조6250억 원으로 올 들어 59.4% 증가했지만 오히려 시장 점유율은 같은 기간 7.8%에서 7.7%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시장 순위도 한국투자신탁운용에 3위 자리를 내줬다.
김 대표가 취임 후 ETF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리브랜딩에 나서고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결과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 자사 ETF 브랜드는 'KB STAR'에서 'RISE'로 개편하고 신상품 출시와 소규모 상장폐지 등을 통해 라인업 재편에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 5월 언론과 인터뷰에서 "RISE ETF의 시장 점유율을 연내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ETF 시장 점유율 3위를 내준 데 이어 내부적으로는 ETF 사업본부 조직도 수 차례 개편을 거듭하며 혼선을 빚었다. KB자산운용은 연초 ETF 사업본부의 운용과 마케팅 조직을 통합했지만 최근 이를 다시 이원화 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ETF 비즈니스 전반의 실행력과 시장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효율적인 의사결정과 실행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배재규·조재민, ETF 시장 입지 확대에 연임론 부상…세대교체 가능성은?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상황에서 4연임의 기로에 서있다. 그는 2022년 3월 취임 후 매년 1년 임기를 부여 받으며 현재까지 3번 연임에 성공했다.
그동안 배 대표가 매년 재신임을 얻은 배경은 ETF 시장에서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위상 확대를 빼놓을 수 없다.
배 대표는 삼성자산운용 재직 시절 아시아 최초 레버리지 ETF와 인덱스 ETF를 출시하는 등 국내 ETF 시장을 주도한 바 있다. 그는 한국투자신탁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ETF 리브랜딩과 미국주식 및 빅테크 관련 상품을 중점적으로 선보이며 시장 입지를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배 대표 취임 직전이었던 2021년 말 한국투자신탁운용 ETF 순자산규모는 3조4214억 원이었지만 올해 11월 기준 23조5623억 원으로 20조1409억 원 증가했고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도 4.6%에서 8.3%으로 3.7%포인트 상승했다. 올 들어 KB자산운용을 제치고 ETF 시장 점유율 3위로도 올라섰다.
이와 함께 지난해 한화생명과 함게 베트남 변액보험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올해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적용한 퇴직연금 자산관리 서비스 '킴로보'를 출시하며 사업 확대에도 힘을 기울였다.
수익성 지표에서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4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5%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투자리얼에셋운용 보유 지분을 모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에 처분하면서 얻은 매각대금 536억 원이 영업외수익으로 반영되면서 발생한 일회성 요인이 있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510억 원으로 전년보다 67.9% 늘었다.
조 대표 역시 올해 ETF 순자산 10조 원 돌파에 성공하며 연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조 대표 취임 당시인 2022년 신한자산운용은 ETF 시장 8위에 불과했으나 2023년 7위에 이어 지난해 5위로 도약했다. 점유율도 2023년 말 2.2%에서 올해 11월 4.2%로 2%포인트 상승했다.
조 대표는 임기 동안 국내 최초의 월배당 ETF인 'SOL 미국S&P500 ETF' 출시를 비롯해 소부장·미국AI·조선 등 인기 테마 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들 사이에서 'SOL ETF'의 주목을 이끄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또한 2020년 4.5%에 불과했던 TDF 시장 점유율을 11월 현재 9%로 끌어올리는 등 연금 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3분기 신한자산운용의 누적 순이익은 36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3% 줄었다. 신한자산운용은 지난해 사모펀드 매각에 따른 영업외수익 인식으로 인한 기저효과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자산운용업계 CEO 연령대가 1960년 후반대로 바뀌고 있는 '세대교체' 흐름은 배 대표와 조 대표에게 변수가 될 수 있다. 배 대표는 1961년생으로 2000년 삼성투자신탁운용 이직 후 20년 이상 자산운용업계에서 활동 중이다. 조 대표 역시 1962년생으로 자산운용업계 경력이 20년 이상이다.
대형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는 자산운용사가 장기적으로 주력 사업으로 삼아야 하는 분야이며 빠른 시장 대응이 필요한 만큼 리더십이 바뀌더라도 시장에서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중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