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매출 줄었지만 사업재편으로 영업익 두 배 '껑충'

2025-11-13     이범희 기자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가 빠르면 11월 중순께 단행될 현대자동차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연임에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서 대표는 재임 기간 내내 극심한 철강업 불황 속에서 수익성을 개선하고 친환경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지속가능한 경영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13일 전자공시시스템과 증권가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올해 영업이익이 3278억 원으로 전년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5년 만에 연간 영업이익이 반등하는 것이다.

철강 업계가 다운사이클로 장기간 침체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대제철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전 실현 일환으로 추진되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총 8조5000억 원 규모)에 1조 원을 투자해야 하는 현대제철로서는 수익성 반등이 반가울 일이다.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는 전기로 방식을 통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향후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생산 거점에 저탄소 강판을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현대제철의 영업이익 반등은 2023년 11월 취임한 서 대표가 ‘지속 성장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를 목표로 수익성 중심 경영을 강화한 성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안정세가 힘을 보탰다.

서 대표는 재임 즉시 수익성이 높은 자동차용 강판과 건축용 강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건축 부문에서는 내진용으로 한정됐던 ‘에이치코어’를 프리미엄 건설용으로 확장해 강도와 내식성을 높이고, 도로와 교량, 플랜트 등 대형 인프라 분야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전기차용 초고장력 강판 중심으로 제품 구성을 바꾸고, 미국 조지아 공장 가동을 2024년 9월로 앞당겨 북미 완성차향 공급을 조기화했다.

또 유럽 완성차 부품사들과 저탄소 강판 공급 협약을 체결해 고부가 제품 비중을 높였으며, 인도 푸네 스틸서비스센터를 통해 현지 완성차 공장 공급을 확대했다.

디지털 전환(DX)을 통한 경영 효율화도 꾀했다. 공장·물류·조달·재무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AI·빅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 항만 물류 계획 자동화와 해외법인 보고서 자동 정리 등 효율성을 높였다.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
서 대표는 지속 성장을 위한 친환경 전환에도 속도를 냈다.

지난 8월 한국 철강사 중 최초로 국내 전 사업장이 호주철강협회 지속가능성 인증(SSA)을 취득하며, 호주 친환경 건물 인증제도 ‘그린스타’ 가점 요건을 충족했다. 이를 기반으로 호주 건설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에는 당진제철소에 1600억 원을 투자해 기존 고로 방식 대비 약 20% 이상 탄소를 저감한 ‘탄소저감 강판’ 생산설비 구축에 착수했다. 2026년 1분기 상업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은 전기로 전환과 함께 친환경 강판 생산 체계를 조기에 확보할 방침이다.

당진제철소에서 두 차례 발생한 중대재해사고는 서 대표 입장에서 걸림돌이다. 지난 10월 현대ITC 소속 근로자가 쇳물을 운반하는 철도 차량과 충돌해 중상을 입었고, 2월에는 협력업체 근로자가 13m 높이에서 추락해 숨졌다.

현대제철은 지난 8월 도입한 로봇개 ‘스팟'을 통해 산업안전 관리 수준을 강화할 방침이다.

1968년생인 서 대표는 서울대학교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현대차에 입사해 재무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으며, 2013년 현대자동차 경영관리실장(이사대우)으로 임원 생활을 시작했다.

2015년 회계관리실장을 지냈으며 2021년 ‘제4회 회계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9년 현대제철 재경본부장 전무를 지낸 뒤 2021년 현대차로 복귀해 기획재경본부장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2023년 11월 사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제철 대표이사에 올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