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이라며 강제 취소하곤 가격 올려 재판매...소비자들 ‘허위 품절’ 꼼수에 속수무책

'허위 품절' 꼼수에도 소비자 대처방법 없어

2025-11-14     이정민 기자
#사례1 = 전북 완주군에 사는 배 모(여)씨는 지난 10월 말 옥션에서 3만3000원 상당의 식기세트를 구매했다. 해외배송 상품이라 2주 간 기다렸지만 최근 품절로 주문취소가 됐다고. 하지만 해당 상품은 동일한 사업자 페이지에서 3만5850원으로 가격을 올려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배 씨는 "환불처리를 한다는데 아직 배송중으로 떠 있고 정작 해당 판매자는 동일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황당해했다.

#사례2 = 서울 서초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11번가를 통해 코지마 발마사지기를 28만5000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구매 후 하루가 지나서 판매자로부터 품절로 판매가 중단됐다는 이유로 강제 환불조치 됐다. 그러나 판매 사이트로 다시 접속한 김 씨는 해당 상품이 여전히 판매 중인 것을 발견했다. 상품 가격은 원 구매가격보다 비싼 45만 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김 씨는 "판매자가 기존 판매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고 싶었던 것 같다"면서 "구매자 의사도 물어보지 않고 강제 환불처리돼 난감했다"고 말했다.

#사례3 = 울산 중구에 사는 신 모(여)씨는 롯데온에서 11만3500원 상당의 코트를 구매했다. 그러나 며칠 뒤 품절이라고 판매자로부터 강제 취소 조치가 되었다고. 하지만 롯데온 구매페이지에서는 여전히 판매가능으로 표기돼 의문을 품었던 그는 확인 결과 해당 상품이 같은 페이지에서 기존 가격보다 2배 비싼 23만9600원에 판매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는 "동일 사이트, 판매자가 품절 처리한 뒤 가격을 올려 판매한 것은 꼼수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온라인몰에서 품절을 이유로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뒤 같은 상품을 인상된 가격에 다시 판매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행태에 소비자들은 무방비로 당하고 있다며 “품절 통보조차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온라인몰 측은 실제 ‘품절로 인한 주문 취소’는 사실이며 재고 파악 과정의 실수나 전산상 오류, 품절 이후 빠른 재입고 등 여러 운영상의 이유로 고객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있다는 입장이다.

14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는 할인 행사 기간에 구매한 상품이 품절로 취소된 뒤 정상가로 재판매됐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

특히 블랙프라이데이나 연말 할인행사 등 대규모 쇼핑 시즌마다 ‘품절 취소’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 같은 피해는 쿠팡, G마켓, 옥션, 11번가 같은 오픈마켓부터 롯데온, SSG닷컴 등 대형몰과 무신사, 29cm, W컨셉, 지그재그 등 패션 플랫폼까지 업종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갑작스러운 한파로 경량패딩, 부츠 등을 주문한 소비자들이 품절로 인한 취소 통보를 받았지만 며칠 뒤 동일 판매자가 같은 상품을 두 배 가까이 오른 가격에 다시 올려 판매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행위가 법적으로 제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허위·과장 광고나 기만적 거래를 금지하고 있지만 판매자가 재고 확보 실패나 공급사 문제 등을 내세우면 고의적인 허위 품절임을 입증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소비자가 금전적 손실을 직접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피해 구제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전자상거래법 제15조에 따르면 통신판매업자는 재화를 공급하기 곤란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즉시 그 사유를 소비자에게 알려야 하고, 선지급식 거래의 경우 3일 내 환급해야 한다. 그러나 ‘재고 부족’이라는 사유 자체가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워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온라인몰들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의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패널티 등 조치하고 있으나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G마켓, 옥션, 11번가 등 오픈마켓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 정황이 포착되면 셀러나 입점 업체에 소명 및 정정을 요청하고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판매 제한이나 노출 제재 등 패널티를 부과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실제 재고 품절 후 행사 종료로 인해 가격이 오르는 등 불가피한 사정도 있다”며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치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몰 업계 관계자는 “특정 프로모션 기간이나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규모 할인 행사에 판매 건수가 늘어남에 따라 재고나 가격을 조작해 소비자를 유인하는 사례가 늘어난다”며 “플랫폼은 이러한 비정상적 거래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 및 모니터링하고 문제 발생 시 셀러 제재나 노출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품절 후 가격 인상이라는 행태를 막기 위해서는 플랫폼의 관리 강화와 더불어 허위 품절 행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품절을 이유로 한 주문 취소 후 가격을 올려 재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하지 못한 판매 방식으로 보이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만적인 판매 방법으로 평가될 수 있다”며 “온라인몰에는 수많은 개별 셀러가 입점해 있기 때문에 신고 체계를 통해 문제 사례를 접수하고 대응하는 등 플랫폼 차원에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품절 후 하루나 이틀 뒤 가격이 오르는 경우는 재고 문제일 수 있으나 품절 즉시 가격이 오르는 경우에는 불공정한 방식으로 판단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플랫폼 차원에서는 24시간 이내 등 품절 처리 후 일정 시간 이내에는 가격 인상을 금지하는 등 내부 규정을 마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