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형제, 온라인게임 '다크 호스'로 부상

2008-02-18     뉴스관리자
국내 굴지의 개발사 그라비티의 인수를 계기로 재일교포 '인터넷황제' 손정의-손태장 형제의 온라인게임 사업 관련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8일 연합뉴스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그라비티는 기존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계열 투자회사 EZER에서 동생인 손태장 회장의 게임업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이하 겅호)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라비티는 자사의 히트작 '라그나로크'를 일본에 서비스하던 겅호의 계열사로 편입됐고, 향후 겅호의 진출의 주축을 담당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가 온라인게임 사업을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주목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을 거쳐 겅호의 역량을 강화, 소프트뱅크 계열 게임사업에서의 동생 손 회장의 역할 또한 커질 것으로 분석했다.

   손 회장 형제가 이미 EZER을 통해 그라비티의 실질적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었음에도, 대주주를 굳이 겅호로 바꾼 것은 향후 그라비티의 겅호로의 합병 가능성을 열어두는 조치라는 것이 이 같은 진단의 핵심.

   실제로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는 이번 인수에 대한 기자회견에서 "그라비티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공동개발과 멀티플랫폼 사업 전개 등에서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향후 합병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으로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단순히 국내 시장을 노린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 대한 손 회장의 '야망'을 다시금 확인시켜주고 있다는 점에서 위기인 동시에 기회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모리시타 카즈키 대표가 "겅호와 그라비티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글로벌 시장"이라고 분명히 한 것 또한 국내 업계와의 상생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소프트뱅크가 이미 2000년 초반부터 국내에 소프트뱅크 코리아(SBK)와 SBCK등 자회사를 세워 게임과 소프트웨어 등 시장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고, 지난해부터는 소프트뱅크벤처스를 통해 태그스토리와 태터툴즈 등 유망 벤처 IT업체 수십곳에 400여억원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한 점이다.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와 CJ인터넷 역시 2000년대 초부터 소프트뱅크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일본 시장에 진출하는 등 많은 업체들이 소프트뱅크와의 협력을 통해 서비스 개발과 글로벌 진출 등 사업을 벌이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일본에서도 게임포털 BB게임스를 운영하는 것을 비롯해 업계 전반에 영향력을 미치는가 하면 중국에서도 샨다를 현재의 최고 게임업체로 키워내는 등 한중일에 거쳐 가히 '온라인게임 왕국'을 건설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인터넷ㆍ게임업체는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 2곳으로 나뉜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손 회장의 행보 하나하나가 업계의 향후를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