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바라더니 플라스틱에 두른 금박 종이?”...홈쇼핑 금 사은품 '뻥' 광고 논란

정해진 규격 없어 제재 불가

2025-11-28     이정민 기자
#사례1=서울 도봉구에 사는 김 모(남)씨는 A홈쇼핑에서 금목걸이를 구매하면 골드바 0.02g과 테니스 팔찌를 준다는 문구에 끌려 제품을 주문했다. 배송된 목걸이와 사은품을 확인한 순간 실망감이 밀려왔다. 김 씨가 받은 '골드바'는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금속 사각형 덩어리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각형 플라스틱 케이스에 금색 박 테이프가 붙어 있는 형태였다. 김 씨는 “아이들 장난감보다 못한 수준”이라고 표현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자 상담원은 “0.02g이 맞으며 원래 이런 구성이 맞다”라고 안내했다.
 
▲(왼쪽부터) 방송상 안내된 이미지와 실제 김 씨가 받은 제품.

 #사례2=경기도 고양에 사는 노 모(여)씨 또한 B홈쇼핑에서 반지·목걸이·팔찌 세트를 구매하면 '24K 순금 코인 0.05g'을 사은품으로 준다는 안내를 보고 결제했다. 하지만 실제 배송된 사은품은 얇고 둥근 종이에 얇은 금박 형태의 원형 패턴이 인쇄된 형태였다. 전자저울에 올려도 무게가 0g에서 움직이지 않았다는 게 노 씨 주장이다. 그는 사은품을 돌려 보내 확인을 요청했으나 업체는 “0.05g이 맞다”며 동일한 사은품을 그대로 돌려줬다. 노 씨는 “홍보 영상에서 소비자가 기대한 ‘금 코인 형태’와 실물은 전혀 별개였다”며 “기만당한 기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 씨가 사은품으로 받은 골드코인의 무게를 달아봤으나 0g으로 측정됐다. 

#사례3=부산에 사는 이 모(여)씨는 C홈쇼핑 TV방송에서 판매 중이던 ‘24K 순금(0.1g) 코인’을 구매했다. 방송 중 쇼호스트가 “모든 고객에게 골드바 증정”이라고 강조하자 이 씨는 사은품으로 순금 골드바가 제공되는 것으로 인지하고 결제했다. 그러나 배송된 사은품은 실제 골드바와는 전혀 달랐다. 겉모습은 골드바 형태였지만 크기에 비해 지나치게 가볍고 외형도 일반적인 금 제품과는 달랐다. 이 씨는 “제품을 확인해 보니 플라스틱 바에 금색 종이처럼 보이는 것이 둘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공식 온라인몰에 안내된 사은품 이미지와 이 씨가 받은 제품.

홈쇼핑 업계를 중심으로 귀금속 구매 시 ‘골드바’, ‘순금 코인’ 등을 사은품으로 증정한다는 골드바 마케팅이 유행하고 있으나 실물이 조악한 모조품 형태여서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금값이 천정부지로 뛰자 이에 편승해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과대하게 부풀리는 낚시 광고라는 지적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사은품이 아닌 미끼상품이다”, “장난 같다“, “광고가 과도한 기대를 만들어낸다”는 반응이 나오며 허위 및 과장 광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 업체들은 방송에서 사은품에 대해 설명하고 화면으로도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에 소비자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문제는 단순한 사은품 불만을 넘어 홈쇼핑 방송이 가진 매체 특성과 광고 표현, 그리고 실제 제공 품목 간 괴리가 맞물려 발생한 구조적 문제로 분석된다.

CJ온스타일, 현대홈쇼핑, GS샵, 롯데홈쇼핑, 홈앤쇼핑, NS홈쇼핑 등 홈쇼핑 방송은 특성상 24시간 진행되고 시청자들은 전체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해 시청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사은품 실물 크기 비교나 구성품 안내 장면을 놓치기 쉽다. 또한 ‘골드바’, ‘순금 코인’이라는 단어 자체가 소비자에게 일정한 무게감과 입체감 있는 금속 형태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지만 실제 제공되는 제품은 극히 적은 양의 금박 또는 미세 금을 덧씌운  플라스틱이나 종이 형태가 대부분이다.

무게 0.02g~0.05g 수준으로는 실물 금속 형태를 구현할 수 없지만 광고 문구로 소비자의 기대를 의도적으로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표시·광고법 및 방송법에서는 소비자가 오인할 가능성이 있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허위·과장 광고에 해당될 수 있다. 그러나 홈쇼핑 방송에서 ‘0.02g’, ‘0.05g’과 같은 수치가 화면 한구석에 명시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사실을 기재했다는 이유로 현행 법 체계에서 제재가 어려운 구조다.

다만 소비자는 숫자가 아닌 화면 연출, 디자인, 표현 방식이 만들어내는 인상과 상징적 가치로 제품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어 결과적으로 실제 중량이 기재돼있어도 소비자 기대와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을 듣고자 했으나 각기 다른 부서로 전화만 돌리고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표준금거래소 관계자는 “금 함량이 극소량이라고 해서 ‘골드바’나 ‘골드코인’이라는 명칭을 붙이는 것이 금지된 것은 아니다”라며 “실제로 0.1g 단위의 제품도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고, 규격이 별도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 홈쇼핑 업계 관계자는 “판매 시 ‘골드바’ 형태나 규격이 명확하게 정의된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시장에서 통용되는 일반적 인식과 광고 문구가 만드는 이미지를 고려하면 소비자 오인의 소지는 충분할 수 있지만 방송 내 안내가 이뤄지기 때문에 문제될 부분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은품의 형태나 구성, 실제 사이즈나 재질 등이 방송이나 상품 정보에 명확히 고지됐다면 법적으로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골드바’, ‘순금 코인’으로만 언급이 됐다면 소비자가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와 다른 형태일 수 있기 때문에 오인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