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DNA’ 류재철 대표, 위기의 LG전자 가전 구할까

2025-11-27     선다혜 기자
류재철 HS사업본부장이 LG전자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4년 만에 새 대표 선임이다.

최근 생활가전 성장세가 둔화되고 TV 사업 수익성이 약화되는 등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가전 기술과 사업 운영을 모두 경험한 리더를 전면에 배치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LG전자는 류 대표가 그동안 축적한 기술·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LG 생활가전의 ‘1등 DNA’를 전사로 확산할 것을 기대한다. 

1967년생인 류 대표는 지난 1989년 금성사 가전연구소로 입사해 재직 기간의 절반 이상을 연구개발 분야에서 보냈다.

2021년부터는 LG전자의 주력사업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생활가전 사업을 총괄하는 H&A사업본부장을 맡아 LG 생활가전을 단일 브랜드 기준 글로벌 매출 1위 반열에 올리는 성과를 냈다.

구매 후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UP 가전’ 체계를 도입을 주도하기도 했다. 구독 플랫폼 기반 사업모델 전환도 이끌었다.

글로벌 누적 업그레이드 횟수는 2000만 건을 돌파했다. 가전 구독 사업은 2023년 1조1341억 원을 기록했고,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1조8900억 원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레드오션으로 평가받는 글로벌 가전 시장에서 류 사장이 H&A사업본부장을 맡은 지난 3년간 LG전자 생활가전 사업의 매출액 연평균성장률은 7%에 달한다.

LG전자가 류 대표를 CEO로 선임한 것은 주력인 가전 사업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생활가전 수요가 빠르게 식어가고 있고 TV 사업 부진이 길어지면서 영업이익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TV를 담당하는 MS사업본부의 1분기 영업이익은 49억 원에 그쳤고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917억 원, 3026억 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2조5695억 원으로 전년 대비 24.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MS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전사 차원의 희망퇴직 절차에 나선 것도 이 같은 흐름과 맞닿아 있다. LG전자는 지난 9월 TV 사업 부문을 중심으로 만 50세 이상 직원과 일부 성과 미달 인력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류재철 LG전자 대표

LG전자 내부에서는 핵심 경쟁력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류 대표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류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전 교체 수요가 줄고 원가 부담까지 겹치며 성장 동력이 훼손된 상황을 반전시키는 일이 시급하다.

중국의 TV 저가 제품들이 늘어난데다 소비자들의 TV 구매 주기가 길어지는 등 TV 사업의 구조적 문제에서 반등을 위한 해법도 마련해야 한다.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AI 전환 속도를 높이는 것도 과제다. LG전자는 생활가전 전반에서 AI 기능과 데이터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기획부터 판매와 서비스까지 전 과정의 업무 방식을 AI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국 통상 변화에 대응해 글로벌 생산 경쟁력을 강화하고 신흥시장 중심의 성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LG전자 관계자는 "류재철 대표는 품질, 원가경쟁력, 개발속도 등 가전사업의 핵심 경쟁력을 AI 활용으로 혁신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AX(인공지능전환)를 누구보다 앞장서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