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자본시장 10대 뉴스] 코스피 4000 돌파, IMA 사업자 지정...해외부동산펀드 대규모 피해

2025-12-09     이철호 기자
올해 금융권은 금융지주사들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고 글로벌 증시 훈풍에 따라 코스피 4000선을 돌파하는 등 전반적으로 따뜻한 한 해를 보냈다. 그러나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금융당국 징계가 현실화됐고 롯데카드 정보유출사태와 해외부동산펀드 부실사태 등 대형 사고도 발생하면서 소비자보호의 중요성 또한 한층 커지게 되었다. [편집자주]

올해 자본시장은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 돌파에 성공한 가운데 제1호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지정, 발행어음 사업자 추가 지정 등 굵직한 이슈가 쏟아졌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연내 IMA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인 가운데 제5호 발행어음 사업자로 지정된 키움증권도 사업 확대의 발판을 마련했다. 

한편으로는 잇따른 거래 중단·오류로 증권사들의 전산장애 문제가 커진 가운데 해외부동산 펀드에서 전액 손실이 발생하는 등 투자자 보호 이슈가 대두되기도 했다.

1. 코스피 지수 45년 만에 처음으로 4000선 돌파
지난 10월 27일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종합주가지수인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다. 올해 코스피 지수는 비상계엄-탄핵 정국을 비롯한 국내·외 불안정성 확대의 여파로 4월 한 때 2200선까지 하락했으나 이후 꾸준한 상승을 거듭해 11월 3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4221.87을 달성했다. 국내 증시 상승의 요인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주가 인공지능(AI) 테마 수혜주로 재조명받은 가운데 정부가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 불공정거래 제재 강화 등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나선 것이 꼽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 4000을 넘어 5000선 돌파에 성공하려면 일관된 증시부양 정책, 규제 혁신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2. 8년 만에 본격 출시되는 IMA, 한투·미래에셋증권 사업자 지정
'한국판 골드만삭스' 육성을 목표로 2017년 도입된 IMA 제도가 8년 만에 첫 사업자가 나오며 결실을 맺었다. IMA는 기업금융과 중소·중견·벤처기업 관련 모험자본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원금지급형 상품으로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된다. IMA 사업자는 IMA와 발행어음을 합해 자기자본의 300%까지 자금 확보가 가능하다. 국내 증권업계 1·2위를 다투는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1월 19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1호 IMA 사업자로 지정돼 연내 상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9월 말 IMA 사업을 신청한 NH투자증권 역시 금융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

3. 생산적 금융 확대 속 발행어음 사업자 추가 지정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으로의 모험자본 공급을 비롯한 생산적 분야로의 자금 흐름 촉진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IMA 사업자 인가와 더불어 발행어음 사업자 확대에도 나섰다. 자기자본 4조 원 이상 증권사에 허용되는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증권사가 자기자본의 200%까지 자금을 확보해 이를 기업금융에 공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발행어음 인가 조건을 충족한 삼성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이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신청했다. 키움증권이 가장 먼저 통과돼 연내 상품 출시를 준비하는 가운데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도 증선위 심의·금융위 의결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외평위 심사를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4. 출퇴근길에도 주식투자 ON, 넥스트레이드 ATS 오픈
올해 3월부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가 개장하면서 출퇴근길에도 국내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기존에는 거래시간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까지였으나 넥스트레이드 오픈 후 프리마켓·애프터마켓을 통해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시간이 확대됐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는 넥스트레이드를 비롯한 대체거래소의 최근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 일평균 거래량의 15%를 넘으면 안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증시 호황 속에 넥스트레이드 거래량도 급증하면서 10월 말 기준 한국거래소 일평균 거래량의 15%를 출범 후 처음으로 넘어섰다.

5. 1년 5개월 만에 공매도 재개…외국인 중심 공매도 압력 지속
2023년 11월 불법 공매도 문제를 이유로 국내 증시에서 전면 금지됐던 공매도가 올해 3월 1년 5개월 만에 재개됐다. 정부는 불법공매도 차단 전산시스템 구축, 공매도 목적 대차거래의 상환기한 제한(90일, 연장 포함 12개월) 등의 조치와 함께 공매도를 전면 재개했다. 이후 공매도 거래대금은 외국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1월 한 달간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공매도 거래대금은 총 1조2523억 원으로 4월 대비 53% 증가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69.3%에 달했다.

6. 미국주식 투자로 몰리는 서학개미, 해외주식 투자 역대 최대 규모
미국 증시 호황이 이어지면서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투자 규모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외화증권 보관금액은 3분기말 기준 2202억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62.7%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주식 수수료 완전무료 프로모션뿐만 아니라 해외공시 번역, 해외 투자 콘텐츠 제공 등 서비스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하지만 해외주식 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을 원인 중 하나라는 지적에 금융당국은 최근 증권사 해외주식 영업 실태 점검에 착수했다.

7. 주식 거래 멈추고 MTS 먹통까지…여전히 빈번한 증권사 전산장애
올해 들어 고객 규모가 큰 대형사를 중심으로 MTS·HTS에서 전산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해 투자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자기자본 기준 상위 10대 증권사의 전산관련 민원은 51건이었던 반면 올해는 1만2126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3일과 4일 양일간 주식 매매 주문이 지연되거나 체결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으며 11월에도 MTS에서 30분간 접속 오류 때문에 투자자들이 미국주식 매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외에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메리츠증권 등에서도 전산장애로 인한 민원 사례가 발생했다. 

8. ETF 200조 시대 개막…해외주식·커버드콜 등에서 경쟁 치열 
6월 5일,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이 200조 원을 돌파하며 개인투자자의 주요 투자자산으로 자리잡았다. 2002년 국내에 도입된 ETF는 2023년 순자산총액 100조 원을 넘어선 후 2년도 안 돼 200조 원을 넘어섰다. 일반 펀드와 달리 개별 주식처럼 쉽게 매매할 수 있고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 인기 비결로 꼽힌다. ETF로 간편하게 엔비디아·테슬라 등 해외 AI 테마주에 투자하려는 국내 투자자들이 늘면서 운용사들은 잇달아 해외주식형 ETF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매달 월급처럼 분배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커버드콜 ETF에서도 운용사별 경쟁이 치열하다.

9. 안정적이라고 가입했는데 전액손실…해외 부동산펀드 투자피해 속출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다고 홍보된 펀드에서 전액 손실이 발생해 불완전판매 문제가 대두됐다. 벨기에 정부기관이 장기 임차 중인 펀드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펀드가 전액손실이 확정된 가운데 독일 오피스 빌딩에 투자한 트리아논펀드도 청산 절차를 밟았다. 해당 펀드 투자자들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며 불완전판매 문제를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불완전판매 확인 시 배상기준을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는 한편 펀드 출시 단계에서 현지 실사보고서 첨부를 의무화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10. 트리니티에 이지스·마스턴까지…주인 바뀌는 자산운용사
2025년은 자산운용사 인수전이 활발하게 펼쳐진 해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4분기 들어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한화생명·흥국생명 등 국내 보험사가 참전한 인수 경쟁에서 중국계 사모펀드(PEF)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인수 희망 가격으로 1조1000억 원을 제시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또 다른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마스턴투자운용 역시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키움금융그룹이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복수의 외국계 투자자들도 인수 경쟁에 참가하는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증권 계열 자산운용사였던 트리니티자산운용도 수협은행에 인수돼 Sh수협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