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한화그룹 10대 뉴스] 김동관 중심 3세 승계 완료, 마스가 중심축으로…방산 수주 100조 돌파
2025-12-11 선다혜 기자
고물가·고금리·저성장 장기화에 미국 관세 부과, 소비 위축,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인공지능(AI) 혁신으로 인한 산업구조 변화... 불확실성이 유독 확대된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 그룹들은 지난 한 해 생존 전략과 사업 재편, 미래 투자 방향 설정에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10대 그룹의 성과와 위기, 전략 변화, 총수의 리더십 행보 등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10대 뉴스를 선정해 한 해를 정리해 본다. [편집자주]
한화그룹은 올해 김승연 회장이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김동관 부회장 등 세 아들에게 증여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끝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대표 손재일)는 민간 기업으로서 처음으로 주도한 누리호 4차 발사를 성공시켰고 한화시스템은 국내 최초로 우주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해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고 1조1000억 원을 들여 미국 현지 조직 개편에도 나섰다.
1. 김승연 회장 지분 절반 세 아들에 증여...김동관 중심 3세 승계 사실상 마무리
지난 4월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4.86%,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에게 각각 3.23%씩 나눠줬다.
이번 증여로 김 부회장은 9.77%, 김 사장과 김 부사장은 각각 5.37%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삼형제는 그룹 지주사인 ㈜한화 지분 22.15%를 보유한 한화에너지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다. 이를 통한 간접 지배력을 포함하면 삼형제의 ㈜한화 합산 지분율은 42.67%까지 확대된다.
한화에너지는 김 부회장이 50% 지분을 갖고 있다. 김 부회장이 ㈜한화의 실질적 최대주주인 셈이다.
2. 한화그룹, 美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 투자…MASGA 프로젝트 실행
한화그룹은 미국 조선업 재건을 목표로 한 MASGA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현대화에 50억 달러(약 7조 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난 8월 미국 해사청이 발주한 국가안보 다목적 선박 3호선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 명명식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연간 1~1.5척에 불과했던 필리조선소의 건조 능력을 최대 20척 규모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도크 2개와 안벽 3개를 추가로 확보하고 약 12만 평 규모의 블록 생산기지를 신설하는 등 대대적인 인프라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3. 한화그룹, 美 사업 확대 위해 1조1000억 원 투자
한화그룹은 11월 말 미국 법인 재편과 신규 투자 계획을 밝혔다. 1조1000억 원을 투입하며 방산·조선·에너지 분야 중심의 현지 조직 개편에 나선다.
미국 사업을 총괄할 신설 법인 ‘한화디펜스앤에너지(HD&E)’가 자본금 1조1400억 원으로 설립되며, 지분은 한화시스템 37.5%, 한화오션 37.5%, 한화솔루션 25%를 나눠 갖는다. 이를 위해 세 회사는 미국 계열사 유상증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단순한 해외 투자 확대를 넘어 최근 미국이 추진 중인 MASGA 프로젝트에 대응하는 동시에 미국 방위산업 시장까지 공략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4.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 수주잔고 100조 돌파
한화그룹 방산 계열사들의 수주잔고가 올해 9월 말 기준 103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1조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한화오션이 29조 원, 한화시스템이 11조 원을 확보했다. K-방산 수요가 확대됐고 해외 대형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한 성과다.
글로벌 지정학적 긴장 속에서 한국 방산업체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면서 한화의 시장 입지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내년에도 해외 수출과 신규 방산 사업이 본격화되며 강한 성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 한화에로스페이스가 제작과 발사 운용 총괄한 누리호 발사 성공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11월 4차 발사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처음으로 제작과 발사 운용을 총괄한 사례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됐다.
누리호는 이륙 후 목표 궤도에 정상 진입해 차세대 중형위성 3호와 큐브위성 12기를 모두 분리했다. 이는 2022년 2차, 2023년 3차에 이어 세 번째 성공이다. 민간 기업이 체계종합기업으로 주도한 첫 발사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1~3단 제작과 기체 조립, 부품 업체 관리, 발사 운용 전반을 담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우연과 함께 2027년까지 두 차례 추가 발사를 추진할 계획이다.
6. 한화시스템 국내 첫 우주반도체 개발 착수
한화시스템이 지난달 국방기술진흥연구소와 협약을 체결하고 ‘위성용 트랜시버 우주반도체’ 개발에 착수했다. 이번 과제는 우리 군이 추진 중인 저궤도 위성통신 체계의 핵심 부품을 처음으로 국산화하려는 시도다.
군사용 반도체는 상용 제품과 요구 수준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미사일 유도체계, 레이다, 전략통신 등에 적용되는 국방용 칩은 고온·저온·고진동·우주 방사선 등 극한 환경에서도 오류 없이 작동해야 하며 단 한 번의 오작동도 전력 공백이나 작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국산화가 이루어지면 해외 의존도를 줄이는 것은 물론 한국이 독자적으로 국방우주 자산을 구축·운용할 기반도 갖추게 된다.
7. 아워홈 인수,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주도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 2월 아워홈 주요 주주들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지분 58.6%를 8695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푸드테크 사업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아워홈 인수를 추진했고, 4개월여 만에 결실을 맺었다.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지난 2020년 이후 5년 만에 단체급식·식자재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지난 2020년 한화그룹은 푸디스트를 매각한 바 있다.
지어 8월에는 신세계푸드 산업체·오피스 등의 급식 사업을 12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단체급식 3위 사업자가 됐다.
8. 한화오션, 하청 노동자 상대로 한 470억 원 손배소 전격 취하...3년 갈등 마침표
지난 11월 한화오션은 2022년 경남 거제사업장에서 불법 점거 농성을 벌인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했던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공식 취하했다. 내년 3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나온 첫 합의 사례다.
이번 결정으로 2022년 파업 이후 약 3년간 이어져 온 한화오션과 하청노동자 간 갈등이 사실상 일단락됐다.
9. 중국 정부, 한화오션 미국 계열사 5곳 제재
지난 10월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대표 김희철)의 미국 내 자회사 5곳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고 거래와 협력을 전면 금지했다. 미국이 중국의 해양·물류·조선 산업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최종 조치를 발효한 데 대한 보복 차원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한국 기업을 공식 제재 명단에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중국이 삼성이 아닌 한화그룹을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그만큼 커진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은 지난 11월 미중 무역 전쟁 확전 자제 합의에 따라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앞으로 1년 동안 유예하기로 했다.
10. 한화오션, '오르카 프로젝트' 수주 실패
폴란드 해군의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인 ‘오르카 프로젝트’ 입찰이 11월 26일 열렸고, 한화오션은 수주에 실패했다.
이번 사업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발트해 안보 불안이 커지면서 폴란드가 3000톤급 잠수함 3척을 도입해 해상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프로젝트다. 건조분만 100억 즐로티(약 3조4000억~3조8000억 원)에 이르고 유지·운영까지 포함하면 최대 8조 원 규모로 평가됐다.
한화오션은 장보고-III급 잠수함을 앞세워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장기 잠항 능력과 SLBM 운용 기술, 조기 인도 가능성 등을 강점으로 제시하며 경쟁에 나섰다. 그러나 폴란드 정부는 심사 끝에 스웨덴 방산기업 사브(Saab)를 최종 사업자로 선정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선다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