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에 ‘정통 KT맨’ 박윤영 낙점, 소비자 신뢰 회복 최우선...AI 전환 속도 낸다
2025-12-16 정은영 기자
KT 다양한 사업부에서 33년간 근무하면서 기업 대상 사업(B2B) 전문성을 지닌 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고 'AICT(AI+ICT) 컴퍼니'로의 도약은 과제로 꼽힌다.
16일 KT 이사회는 박윤영 KT 전 기업사업부문장을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이날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3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해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했다. 이사회는 박윤영 후보를 정기 주주총회에 추천하기로 의결했다.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기업가치 제고 ▲대내외 신뢰 확보 및 협력적 경영환경 구축 ▲경영비전과 변화·혁신 방향 제시 ▲지속 가능한 성장기반 마련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해 면접 심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박윤영 내정자는 네 번째로 KT 대표직에 도전한 끝에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 33대1의 경쟁률을 뚫었다.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로 선임될 예정이다.
1962년생인 박 내정자는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한국통신(현 KT)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처음 입사한 박 내정자는 KT에서 컨버전스연구소장(상무), 미래사업개발그룹장(전무), 기업사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 및 글로벌사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2020년 기업부문장을 맡았다.
박 내정자는 KT에 재직하는 동안 'B2B 전문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그는 회사의 무기인 통신망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양한 IT 역량을 더해 외부 파트너와 협력했다.
박 내정자는 재직할 당시 KT는 현대중공업과 스마트조선소를 건설하는 MOU를 체결했으며 삼성서울병원과는 스마트병원을 구축하는 것에 힘을 합쳤다.
이사회는 박 내정자가 지닌 B2B 전문성과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KT 다양한 부서에서 근무하며 누구보다 회사 내부의 사정과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8월 처음 발생한 해킹 사태 이후 조직 내부의 혼란이 가중된 상황에서 '정통 KT맨'인 박 내정자가 내부 역량을 결집하는 것에 적합한 인물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지난 2020년과 2023년 3월, 2023년 7월 차기 대표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20년에는 구현모 전 대표가 최종 CEO로 선임된 후 박 내정자는 당시 사장급 보직과 사내이사로 중용됐다. 구 전 대표 체제에서 박 내정자는 기업부문장으로서 DX사업을 총괄했다. AI, 클라우드, 데이터 등 신사업 발굴을 진행했다.
◆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인한 소비자 신뢰 회복과 ‘AICT 컴퍼니’ 도약 실현은 과제
박 내정자가 소비자 대상 사업(B2C)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은 약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난 8월 발생한 대규모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떨어진 소비자 신뢰를 차질없이 회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것은 과제다.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보안 사고에 따른 제재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통신사의 보안 강화도 시급한 상황이다.
KT가 인공지능(AI)를 앞세워 핵심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는 'AICT 컴퍼니' 전환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KT는 지난해 11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오는 2029년까지 AX 누적 매출 4조6000억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업계에서는 B2B 전문가로 불리는 박 내정자가 글로벌 테크 기업 등 AI 협업을 강화해 AI 전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박 내정자가 해야 할 일이다.
기존에 추진돼온 저수익·비핵심 사업 정리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
김용헌 KT 이사회 의장은 “박윤영 후보가 새로운 경영 비전 아래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 대내외 신뢰를 조속히 회복하며 이해관계자와의 협력 관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