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결산-식음료] 이물·변질 민원 눈살...슈링크플레이션 불만도 다발

2025-12-18     정현철 기자
# 소시지 비닐 포장 안 쪽에 정체모를 이물 =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편의점에서 구매한 CJ제일제당의 간식용 소시지 맥스봉 상단 포장 안쪽에 이물질이 박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깜짝 놀랬다. 이 씨는 “손톱 정도 크기인데 이미 곰팡이가 피어 있는 등 주변부가 변질돼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 환자 식사 대용 음료에 곰팡이 범벅 = 광주 광산구 황 모(여)씨는 폐암 환자인 부친을 위해 대상웰라이프에서 판매하는 환자 식사 대용 음료를 구매했다.  빨대를 꽂아 마시던 중 맛이 이상하다기에 제품을 완전 개봉한 황 씨는 곰팡이로 범벅된 내용물을 보고 기겁했다. 황 씨가 제조사에 문의했지만 제조사는 고객 부주의라며 교환만 가능하다고 답했다.

# ‘웹 포장 10% 할인행사’라며 용량 20% 줄여 =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권 모(남)씨는 교촌치킨에서 웹 포장 주문 시 10% 할인행사를 진행한다는 광고를 보고 주문했다. 주문한 치킨을 받으러 간 권 씨는 매장에 붙은 가격과 용량 표시를 보고 의아해했다. 10% 할인된 치킨의 용량은 최대 500g인데 일반 주문 시 용량은 630g으로 약 20% 많았다. 권 씨는 “용량이 줄었는데 어떻게 할인행사라고 할 수 있나”라고 말했다.

올해 식음료 부문 소비자 민원은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물질이 발견됐거나 제품 일부가 변질되는 등 안전 관련한 민원이 주를 이뤘다.

프랜차이즈 카페 민원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또 올해는 특히 경기침체와 글로벌 환율 및 원자재가 변동 여파로 가격 인상 대신 내용물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많았다.

올해 1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제기된 식음료 관련 제보는 1736건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했다.

가공식품 부문이 8.3% 줄었으나 카페, 치킨, 패스트푸드 등 프렌차이즈 관련 민원이 늘었다.

◆ 가공식품 민원 44% 비중 최대...이물·변질 불만 다발

식음료 중 가공식품 민원 비중은 44%로 가장 높다. 이 중에서는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거나 변질됐다는 불만이 많다.

CJ제일제당, 대상, 롯데웰푸드, 롯데칠성, 오뚜기, 농심, 삼양사, 동원F&B, 매일유업, SPC삼립, 사조대림, 하림, 빙그레, 삼양식품, 오리온, 남양유업, 샘표식품, 풀무원 등 주요 업체들로부터 고르게 발생하고 있다.

죽은 벌레 사체로 추정되는 물질이나 체모로 보이는 실 종류, 돌이나 뼈 등 다양한 종류의 이물질이 제품에서 발견돼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플라스틱, 고무, 금속, 벌레, 돌, 뼈 등 종류도 다양했다.

소비자들은 이미 반쯤 섭취한 제품에서 이물질을 발견하고 복통 등을 호소하지만 이에 대한 보상을 받지 못해 불만 목소리가 커지기 일쑤다. 업체 측이 제조 공정 과정에서 이물질 혼입 가능성 없다고 대응해 소비자와 갈등이 커지기도 한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분유에서 나온 검은 이물질, 내부가 딱딱하게 부패된 쫀드기, 곰팡이로 범벅된 환자 식사 대용 음료 내부, 이물질이 박힌채 포장된 간식용 소시지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써브웨이, 맘스터치, KFC, 프랭크버거, bhc, BBQ, 교촌치킨, 피자헛, 미스터피자 등 치킨, 피자, 햄버거 등이 포함된 패스트푸드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경우도 빈번하다.

소비자들은 점포의 위생을 의심하며 불안감을 토로한다. 대부분 배달로 주문해 먹다 발견하다보니 외부 혼입 가능성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 프랜차이즈 카페 민원 15% 급증...치킨 프랜차이즈 '슈링크플레이션' 몰매

특히 올해는 프랜차이즈 카페 관련 민원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다. 비중은 27.1%로 가공식품 다음으로 높다. 카페 역시 이물에 대한 민원이 많다.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투썸플레이스, 빽다방, 메가MGC커피, 할리스, 이디야, 컴포즈커피, 공차 등 주요 업체에서 주문한 음료에 비닐이나 벌레가 혼입됐다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

종이 컵홀더가 플라스틱 용기 안에 들어간 채 음료가 제조돼 제공된 황당한 일도 있었다.

플라스틱 종류로 추정되는 이물이 스무디, 프라푸치노 등 믹서기를 사용해 제조하는 음료에 함께 갈려서 나왔다는 민원이 지속해서 발생했다. 

점원이 음료를 제조하는 모습을 소비자가 직접 보면서 매대를 닦던 행주로 음료를 담는 컵 주변을 닦는 등 청결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점원의 불친절한 응대로 감정이 상해 분쟁이 커지는 일도 다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케이크에 올려진 상한 딸기, 케이크를 먹다 발견한 비닐 이물질, 컵 내부에 홀더가 들어간 채 담긴 음료, 플라스틱 이물이 다수 발견된 스무디
빵, 케이크 등 디저트류에서는 변질 문제가 많았다. 프랜차이즈 카페가 베이커리를 강화하면서 민원도 늘었다.

딸기, 포도, 복숭아 등 케이크 장식용으로 올린 과일에 곰팡이가 피거나 생크림이 변질됐다는 문제가 많았다. 섭취 중 머리카락이나 비닐이 발견되기도 했다.

특히 케이크의 이물 및 변질 문제는 섭취 중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원인을 두고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이 커지기 십상이다.

올해 들어 프랜차이즈 카페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과거 구매했던 상품권에 대해 인상분만큼 추가금을 요구해 소비자들의 빈축을 사는 일도 많았다.

업체들은 가격 인상 전 구매한 상품권은 추가금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지만 가맹점에서는 다른 현상이 펼쳐진 것이다. 본사는 가맹점의 사업활동을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펼쳐 소비자들을 분노케 하기도 했다.

올해 식음료 민원에서는 가격 인상에 내용물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문제가 유독 눈에 띄었다.

대형마트 저가 치킨 공세와 내수 침체로 어려워진 치킨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을 시도했으나 비판에 가로막혔고, 이후 가격 인상 대신 내용물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 배달앱 가격을 더 비싸게 받는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소비자들의 민원 폭탄을 맞았다.

이에 정부는 슈링크플레이션을 견제하기 위해 조리 전 닭 중량을 그램 또는 호 단위로 메뉴판 가격 옆에 표시하는 중량표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BHC △BBQ치킨 △교촌치킨 △처갓집양념치킨 △굽네치킨 △페리카나 △네네치킨 △멕시카나치킨 △지코바치킨 △호식이두마리치킨 등 10대 치킨 가맹본부 소속 가맹점 1만2560개사를 대상으로 12월 15일부터 적용됐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