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SDV 전환 가속화 위해 R&D 수장 교체...정준철 제조부문장 사장 승진

2025-12-18     임규도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연구개발(R&D) 분야에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도 이른 시일 내 지명할 계획이다.

미국 관세 등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해소에 기여한 리더를 승진시켰고, 40대 임원을 대폭 등용하며 성과 중심 인사와 세대교체 기조를 올해도 이어갔다.

18일 현대차그룹은 2025년 연말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R&D 및 핵심기술 경쟁력 강화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사장 4명 중 2명이 SDV(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전환 핵심 포지션에 발탁됐다.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 1명의 엔지니어링 전문가는 국내생산담당으로 임명했다.

미국 관세 문제 등 글로벌 불확실성과 공급망 리스크 해소에 기여한 리더를 승진시키고 분야별 전문성을 중심으로 대대적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만프레드 하러 현대차그룹 R&D본부장 사장(왼쪽), 정준철 제조부문장 사장 사진=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SDV 전환 가속화를 위해 만프레드 하러 R&D본부장과 정준철 제조부문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만프레드 하러 사장은 2024년 합류 이후 차량개발 전반을 총괄하며 기본 성능 향상과 브랜드 정체성 확립을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R&D본부장으로서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유관 부문과의 협업을 통해 SDV 성공을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드웨어 영역에서는 제조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준철 사장이 제조부문을 총괄한다. 정 사장은 제조솔루션본부와 구매본부를 이끌며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DF) 구축과 로보틱스 기반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5일 사임한 송창현 전 AVP본부장 후임도 조속히 선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SDV 개발 전략과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 자율주행 기술 '아트리아 AI'의 기술 내재화를 바탕으로 SDV 핵심 기술의 양산 전개를 위한 차세대 개발 프로젝트를 예정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국내공장을 총괄하는 국내생산담당 겸 최고안전보건책임자는 최영일 현대생기센터 전무를 부사장으로 새롭게 임명했다. 기술 중심의 공장으로 조직을 재편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마더 팩토리인 국내 공장의 핵심적 위상과 기술력을 공고히 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이번 임원 인사에서 R&D 총괄을 교체한 배경으로는 자율주행과 SDV 등 핵심 소프트웨어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 속 기술 개발과 양산 전환 속도를 끌어올려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지난달 23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감독형 FSD를 국내 출시했다, 운전자가 전방주시를 게을리하지 않는 등 제대로 된 감독을 한다는 전제하에 자동차가 완전히 자율주행을 할 수 있는 수준으로 레벨 3 자율 주행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업 포티투닷을 인수하고 2022년부터 2조 원을 투자하며 기술 전환을 추진했지만 테슬라가 도달한 레벨3 자율주행 수준은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미 시장 성과도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미주 지역 판매 법인을 거치며 북미 시장에서 전년 대비 8%가 넘는 소매 판매 성장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 세 곳의 대표 인사도 단행됐다.

현대제철 신임 대표이사에는 30년 철강 전문가인 이보룡 부사장이 사장으로 임명됐다.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는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금융 계열사의 안정적 경영 성과가 반영됐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그룹 기획조정담당으로 이동해 그룹 차원의 사업 최적화를 맡는다.

올해 인사에서 상무 신규 선임자 중 절반이 40대다. 상무 초임의 평균 연령은 올해 처음 40대로 진입했다. 80년대생 상무로는 조범수 현대차 외장디자인실장(만 42세)과 권혜령 현대건설 플랜트기술영업팀장(만 45세) 등 총 12명이 신규 선임됐다.

외부 인재 영입도 눈에 띈다. 현대차그룹 싱크탱크 역할을 맡는 HMG경영연구원장에는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교수가 부사장으로 영입됐다. 글로벌 학계에서 거시경제/경제성장 및 융합형 연구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명으로 손꼽히며 향후 현대차그룹 내 전략적 인사이트를 제시해 나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임원 인사를 통해 글로벌 불확실성의 위기를 체질 개선과 재도약의 기회로 삼아 인적쇄신과 리더십 체질변화를 과감하게 추진했다”며 “SDV 경쟁에서의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혁신적인 인사와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