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먹기도 전에 유통기한 끝?...온라인몰 건기식, 소비기한 지났거나 임박 '주의'
직매입은 관리 엄격, 입점판매는 사각지대
2025-12-26 정현철 기자
#사례2=인천 계양구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 4월2일 대형 온라인몰 B사에서 올릿의 심플리케어 영양제를 주문해 이틀 뒤 배송 받았다. 소비기한을 확인해보니 5월9일로 돼 있었다. 60정으로 두 달분인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소비기한이 지난 상태로 한 달여를 더 섭취해야 할 상황. 김 씨는 "아무리 항의해도 교환 및 환불은 어렵다더라"며 기막혀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소비기한이 지났거나 전량 섭취 전 기한이 충분하지 않은 상품을 받았다는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유통업계는 직매입 상품은 비교적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으나 입점업체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사전 검수나 빠른 해결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결국 소비자가 주의하거나 구매후 판매자와 반품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온라인을 통한 건강기능식품 구매가 늘어나는 만큼 소비기한 관리 기준이나 정보 제공을 상세히 하도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6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한 영양제가 소비기한이 지났거나 임박했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쿠팡을 비롯해 네이버쇼핑, G마켓, SSG닷컴, 11번가, 롯데온, 카카오쇼핑 등 온라인몰 전반에서 나타나는 문제다.
특히 소비기한이 임박한 경우 판매자는 기한 내 판매해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나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 특성상 수개월치를 한 몫에 사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보니 기한 내 전량 섭취가 불가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소비기한 정보가 명확하게 제공되지 않아 생기는 갈등이다.
건강기능식품법 제10조(영업자 준수사항)에 따르면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을 판매해서는 안되며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교환해줘야 한다. 위반할 경우 동법 제45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법상 소비기한이 경과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 행정처분과 벌칙(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적용 여부는 사안의 중대성과 고의, 상습 등 위반의 경중을 판단한다"고 밝혔다.
◆ 정보제공 고시에도 불구, 온라인 건기식 소비기한 정보 '허술'
공정거래위원회 ‘중요한 표시·광고사항 고시’ 건강기능식품 업종에는 표시대상 중요 정보 항목으로 환불·교환 가능 여부 및 기준과 부작용 발생 가능성을 제품 자체나 포장용기 중 한 곳에 표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상품 등의 정보제공에 관한 고시'에서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소비기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업계에선 직매입 판매 제품의 경우 소비기한 관리가 엄격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입점업체는 실시간으로 관리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쿠팡은 직매입 판매 페이지에선 소비기한을 명시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다. 같은 제품이더라도 입점 판매자(오픈마켓)가 게시한 판매 페이지에 게시하는 것은 판매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
교환 및 반품에서는 직매입 상품의 경우 소비기한이 지났거나 기한 내 전부 섭취가 어려운 경우 가능하다. 다만 ‘기한 임박 상품’의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오픈마켓 상품은 제품에 소비기한이 적혀있지 않는 등 문제에 한해서 포장 그대로 반품 시 환불이 가능하다.
카카오쇼핑의 경우 소비기한이 최소 50% 이상 남은 상품으로만 판매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판매자가 건강기능식품법 위반 시에는 계약 해지 등 패널티를 부과하고 있다.
SSG닷컴의 경우 내부 기준에 따라 소비자 이용에 불편하다고 우려되는 경우 판매를 중단하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정기 모니터링을 통해 소비기한이 지난 제품이 게시돼 있는지, 소비기한 정보가 업데이트 되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네이버쇼핑, 지마켓, 11번가 등은 소비기한을 판매자가 직접 상세페이지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필수 기재 사항이 아닌 만큼 직접 고객센터를 통해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건강기능식품 표시·광고 사항에 소비기한이 따로 명시돼 있지는 않다. 다만 기재돼 있지 않더라도 소비자에게 위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표시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표시된 소비기한에 미치지 못하는 제품을 보내는 등 허위, 과장 광고의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고 부연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기한이 임박했다는 사유만으로 보상이나 환불이 적용되긴 어렵다. 기한 임박 상품을 프로모션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다만 기한이 지난 제품이나 구입 전 안내한 내용과 다른 제품의 경우 소비자는 청약철회 등 법에서 정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기한 제도 도입으로 제품의 실제 섭취 가능 기간이 유통기한보다 길어지면서 해당 정보를 명확히 제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기한으로 표기했을 때에는 마감 임박 프로모션을 다수 진행했다. 소비기한으로 바뀌면서 보관 기간이 늘면서 소비자에게 치명적인 영향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상에서 소비자들이 얻는 제품에 대한 정보는 제한적이다. 눈에 띄는 가격 정보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만큼 싼 제품을 사면서 소비기한이 임박한 제품이라는 걸 뒤늦게 인지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