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장기간 비워도 렌탈료는 꼬박꼬박...인터넷은 '일시 정지'되는데 가전렌탈은 불가, 왜?

업계 "비용·관리 문제 이유"

2025-12-29     정은영 기자
#사례1 인천시 연수구에 사는 신 모(여)씨는 A사의 정수기를 렌탈해 쓰던 중 아파트 리모델링 공사로 한 달간 임시 거주지에서 생활하게 됐다. 신 씨는 공사 기간 동안 정수기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 이전 설치를 문의했으나 2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는 안내를 받았다. 어쩔 수 없이 렌탈 서비스 일시 정지를 요청했지만 업체 측은 “관련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신 씨는 “이동통신이나 인터넷 서비스는 일시 정지가 가능한데 왜 렌탈은 불가능한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가전제품 렌탈은 서비스 이용 중 일시 정지가 불가능해 소비자 불편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집을 비우거나 제품 사용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렌탈료를 그대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전 렌탈 및 구독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은 이용자 편의를 고려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요금 부과를 중단할 일시 정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정을 맺는 인터넷이나 이동통신 서비스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일시 정지가 가능하다는 점도 개선 필요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LG전자 ▲코웨이 ▲SK인텔릭스 ▲청호나이스 ▲쿠쿠전자 등 가전·렌탈 업체들은 인터넷이나 이동통신과는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이나 사업 구조가 달라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품 관리·유지 비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일시 정지를 허용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구독 및 렌탈 일시 정지에 관한 규정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업체가 이를 허용하지 않더라도 제재할 근거도 없는 상황이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는 인터넷 서비스 이용시 1년 동안 총 3개월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시 이용 중단을 신청할 수 있다. 군 입대는 복무 기간 동안, 해외 유학의 경우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최대 1년도 가능하다. 

그러나 렌탈은 무형 서비스인 통신과 달리 정수기·공기청정기·비데 등 실제 제품을 설치·사용하는 구조 때문에 이용 정지가 어렵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이용자가 일시 정지하면 업체에서 제품 회수 및 보관, 재설치 과정이 수반돼야 해 소비자에게도 비용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일시 정지 중 고장이 난 경우 책임소재를 찾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제품을 회수하지 않은 채 일시 정지를 허용할 경우에는 실제 고객이 해당 렌탈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쉽지 않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또한 렌탈 비용은 할부대금 성격이 강해 서비스 이용 중단과 무관하게 납부가 이뤄진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코웨이 관계자는 "렌탈 서비스 일시 정지는 불가능하다"며 "다만 리모델링 공사 등 장기간 제품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 공사확인서 등 증빙서류 확인을 거쳐 해당 기간 렌탈료의 50%를 환급하는 제도가 있다"고 밝혔다.

SK인텔릭스는 "렌탈 계약은 총 계약기간을 기준으로 한 임대차 계약"이라며 "일시 정지를 허용하면 계약 기간 산정이 불명확해지며 그만큼 약정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향후 2차적인 분쟁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호나이스 관계자는 “제품을 5년 단위 등 장기 계약 형태로 렌탈하고 있어 원칙상 일시 정지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렌탈 제품을 부득이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일시 정지가 안 된다면 소비자 불편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업체들이 최소한의 기준이라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