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철강업계 삼중고 성형·접합·성능·강구조 등 ‘이용기술’ 차별화로 돌파
2025-12-23 이범희 기자
이를 통해 공급과잉과 전방산업 부진, 각국 무역장벽 등 삼중고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핵심 축은 포스코 솔루션연구소다. 솔루션연구소는 성형·접합·성능·강구조 등 고객사가 철강을 실제 사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을 연구한다. 자동차·가전·에너지·건설 분야는 물론, UAM(도심항공모빌리티)과 하이퍼루프 등 미래 산업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했다.
포항, 광양 제품연구소가 신규 강종을 개발하면 솔루션연구소는 이를 부품과 공정에 적용해 성능을 극대화하는 이용기술을 개발한다. 강재 설계부터 가공, 부품 적용, 성능 검증까지를 아우르는 ‘맞춤형 솔루션’을 고객사에 제공하는 구조다.
연구소가 자리한 송도 글로벌 R&D 센터는 소재 분석 중심의 연구동과, 실제 사용 조건을 재현해 부품 성능을 평가하는 실험동으로 구성돼 있다. 강재성형실험동에는 판재성형·가공 설비, 고속충돌시험기, 실물 피로·내구 시험장비 등이 구축돼 있다.
특히 고속충돌시험기는 최대 3만줄(J)의 에너지로 자동차 부품을 충돌시켜 에너지 흡수 성능을 정밀 분석한다. 이를 통해 포스코 강재를 적용한 자동차 부품의 안전성을 실제 충돌 환경에서 검증한다. 자동차 테어다운 설계분석실험장, 3차원 형상 스캐너, 자동화 로봇 용접·접합 시험 설비도 함께 운용된다.
강구조실험동에서는 건축용 보·기둥과 송유관용 강재 등 대형 구조물 실험을 수행한다. 정적 구조강성, 구조피로, 케이블피로 시험은 물론 내진시험이 가능한 대형 구조시험장도 갖췄다. 바다와 인접한 지리적 특성을 활용해 해수환경에서의 내식성 평가도 병행한다.
솔루션연구소의 연구 분야는 △자동차 경량화 소재 △가전부품 최적화 △에너지 분야 고성능 강재 △빌딩·인프라 강건재 등이다. 포스코의 초고강도 자동차강판 ‘기가스틸’을 적용한 경량 차체, 전기차 배터리팩이 대표 사례다.
전기차 구동모터코어와 가전용 컴프레션 모터에 쓰이는 ‘셀프본딩 전기강판’도 제품연구소와 솔루션연구소 협업 성과다. 셀프본딩 전기강판은 용접 대신 특수 접착 코팅재로 강판을 적층하는 기술이다. 용접으로 인한 전자기적 특성 저하를 막으면서도 강한 접합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구동모터코어에 적용하면 용접 방식 대비 철손을 10% 이상 줄이고, 소음은 5dB 이상 개선할 수 있다.
포스코 솔루션연구소 관계자는 "포스코 강재를 이용하는 고객의 입장에서 강재 이용에 어떤 애로 사항이 있는지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솔루션연구소의 역할"이라며 "셀프본딩 기술 외에도 포스코 강재로 모터를 만들 때 필요한 공정 기술을 개발하고 최종 제품인 모터 성능을 높이기 위해 강재의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 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내진 H형강 포스에이치, 합성전이보 등 건설 공기 단축 기술과 부유식 해상풍력 부유체용 철강재 개발도 진행 중이다.
연구소는 디지털 기반 철강 응용 솔루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가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 형상을 실시간 측정·보정하는 지능형 자율제조 제어성형 공법, 가공 공정에 따른 물성 변화를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예측하는 고정밀 버추얼 엔지니어링 기술이 대표 성과다. 고객사의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래 산업 적용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솔루션연구소는 2022년부터 UAM 인프라에 철강재를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해왔다. 2023년 한국공항공사, 한화 건설부문과 UAM 건설시장 대응을 위한 공동연구 협약을 체결했고, 2024년에는 알루미늄 헬리패드를 대체할 수 있는 스틸 버티포트 패드를 개발했다. 고양특례시, 대한항공, LIG넥스원, 한국항공대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하이퍼루프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포스코는 네덜란드 하르트사가 추진한 시험 노선에 자사 강재를 적용했다. 2020년부터 하르트사가 주관한 네덜란드 국책과제 HDP(Hyperloop Development Program)에 참여해 전용 강재와 구조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제품연구소·솔루션연구소·마케팅본부 협업을 통해 시험 노선 설계부터 제작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고, 기존 설계 대비 27% 경량화된 튜브 구조 솔루션을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하이퍼루프 전용 강재 ‘포스루프355’ 352톤을 공급했다.
포스루프355는 고속 주행 시 발생하는 진동 감쇠 효과가 일반 강재 대비 1.7배에 달하는 세계 최초의 하이퍼루프 튜브 특화 강재다. 포스코는 관련 특허 9건을 출원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솔루션연구소는 강재 물성 연구를 넘어, 고객 맞춤형 이용기술 솔루션을 함께 제공함으로써 철강 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며 “미래 산업과 친환경 분야에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