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업황 침체로 창립 50주년 목표들 빗나가...고부가 '샤힌 프로젝트'에 역량 올인
2026-01-02 이범희 기자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최근 3년간 매출이 40조 원대에서 30조 원 초반대로 주저 앉았고 3조 원이 넘던 영업이익도 2000억 원 미만으로 줄었다.
실적 부진 탓에 증권 시장 활황 속에서도 에쓰오일은 2025년 시가총액 25조 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비전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목표 제시 시점보다 시총은 되레 낮은 상태라 더욱 뼈아프다.
에쓰오일은 대규모 석유화학 투자 프로젝트인 ‘샤힌 프로젝트’로 사업구조를 개선해 수익성 제고를 꾀하고 있다.
◆ 업황 부진에 대외 악재 겹치며 매출·영업이익 '뚝뚝'...'비전 2025' 달성 절반 그쳐
에쓰오일은 석화 업계의 업사이클로 2022년 매출 42조4460억 원, 영업이익 3조4052억 원의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 목표는 조기에 달성한 셈이다.
하지만 이후 업황이 다운사이클로 전환되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하락세를 기록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수요 부진과 중국발 공급 과잉, 제품 스프레드 축소 등 악재가 겹치며 하락 폭도 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60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고, 시가총액도 약 9조1530억 원으로 목표치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특히 시가총액은 비전 발표 당시 14조3543억 원과 비교해도 30%가량 줄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이 회복세를 보인 것은 반가울 일이다. 에쓰오일의 3분기 매출은 8조41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292억 원으로 흑자전환하면서 영업수지가 5900억 원가량 개선됐다.
◆ 9조 샤힌 프로젝트, 정유에서 고부가 화학으로 체질 개선...공급 과잉 우려도 공존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서 반등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스팀 크래커, TC2C 설비, 폴리머 생산시설 등 초대형 석유화학 단지 구축에 9조2580억 원을 투자하는 샤힌 프로젝트는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최종 확정돼 2023년 3월 공사에 들어갔다. 사우디 아람코가 단일 프로젝트에 투자한 최대 규모로, 2027년 상업 가동을 앞두고 있다.
에쓰오일 역시 투자의 대부분을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하고 있다. 2025년 에쓰오일의 투자액은 4조510억 원인데 대부분 샤힌 프로젝트에 투입됐다.
샤힌 프로젝트가 완공되면 에쓰오일은 원유부터 석유화학 완제품까지 자체 생산하는 ‘정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추게 된다. 완공 시 연간 에틸렌 180만 톤과 프로필렌 77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TC2C 설비는 원유를 연료유로 먼저 정제하지 않고 열분해해 에틸렌·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원료로 직접 전환하는 공정이다. 정유 비중을 낮추고 화학 비중을 확대해 정제마진 변동성을 낮추게 된다. 샤힌 프로젝트가 가동하면 정유 중심에서 고부가 화학 중심 기업으로 에쓰오일의 체질이 바뀌게 되는 것이다.
에쓰오일은 과거에도 업황 급변 속에서 사업 구조 전환을 선택한 경험이 있다. 2014년 글로벌 정유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에쓰오일은 2589억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34년 만의 적자이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였다.
이에 에쓰오일은 정유 설비 축소와 석유화학 비중 확대라는 전략적 전환에 나섰다. 2015년 5조 원을 투입해 잔사유 고도화 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ODC) 건설을 결정했다. 고황 잔사유를 경질유로 전환하고, 부타디엔·벤젠 등 석유화학 원료를 직접 생산하는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투자였다.
샤힌 프로젝트를 두고 우려의 시선도 있다. 중국의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로 글로벌 공급 과잉이 심화된 가운데 샤힌 프로젝트가 2027년 상업 가동에 들어설 경우 연간 약 180만 톤 규모의 물량이 울산 산단에 추가로 공급돼, 50만 톤 이상의 기초 유분 공급 과잉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제품 수출 물량은 2021년 117만5000톤에서 2025년 189만4000톤으로 61% 증가했지만, 톤당 수출단가는 같은 기간 1021달러에서 784달러로 하락했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NCC 통폐합 등을 통한 에틸렌 270만~370만 톤 감산을 업계에 요청했지만, 현재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물량을 정부의 감산 산정에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샤힌 프로젝트의 내년 상반기 기계적 완공과 이후 상업 가동 개시를 목표로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의 전신은 1976년 1월 6일 쌍용그룹과 이란국영석유공사(NIOC)가 합작 설립한 한이석유다.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 이후 NIOC가 해외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쌍용그룹이 지분을 전량 인수했고, 사명은 쌍용정유로 변경됐다. 이후 1991년 사우디 아람코가 쌍용정유 지분 35%를 취득하며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외환위기 이후 쌍용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자 아람코는 1999년 지분 28.4%와 경영권을 9000억 원에 인수했다. 글로벌 오일 메이저가 한국 정유사의 경영권을 확보한 첫 사례였다. 2025년 6월 기준 지분율은 63.4%다. 2000년 사명을 에쓰오일로 변경한 이후 아람코는 단일 최대주주로서 장기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