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상장사들 주가 왜 이래?...현대차·기아 힘 못쓰고 이노션·현대비앤지스틸은 되레 하락

2025-12-31     임규도 기자
올해 코스피 상승 랠리에서 현대자동차그룹 상장사는 대거 소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사 12곳 중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오토에버 등 4곳만 주가 상승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넘어섰다. 현대로템은 주가 상승률이 260.6%로 가장 높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미국 관세 직격탄으로 주가 흐름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심지어 이노션과 현대비앤지스틸은 주가가 하락했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상장사 12곳 중 10곳이 올해 들어 주가가 올랐다.

현대로템(대표 이용배)이 5만2100원에서 18만7900원(30일 종가 기준)으로 260.6% 올랐다. 현대건설과 현대오토에버도 주가 상승률이 100% 이상이다. 현대위아도 96.6%에 달한다.

이어 현대모비스 49.8%, 현대제철 48.9%, 현대차 40.2%, 현대글로비스 35%, 현대차증권 20.5%, 기아 19.9% 순이다. 

계열사 대부분이 주가가 올랐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폭을 상회하는 곳은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오토에버 등 4곳에 그친다.
현대로템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40% 이상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5월 20일 실적 공시 이후 6거래일 연속 주가가 상승했다. 이 기간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현대로템의 주식 2593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해당 기간 동안 외국인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액 2위에 달하는 수치다.

현대로템은 올해 매출이 5조9300억 원, 영업이익 1조600억 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전년 대비 매출은 36%, 영업이익은 132% 증가한 수치다.

지난 8월 폴란드 정부와 약 65억 달러(한화 8조8000억 원) 규모의 K2 전차 2차 계약을 체결했다. 2차 계약은 단일 방산 수출 계약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 물량은 1차 계약과 동일한 180대다. 2차 계약 기대감으로 주가는 한 달 동안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로템의 수주잔고가 9월 말 기준 29조6088억 원에 달하는 것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오랜 무배당 기조를 이어오다 2023년 결산에서 처음으로 주당 100원을 배당한 데 이어 지난해 결산 배당을 200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

현대건설(대표 이한우)은 지난해 대규모 부실을 일찌감치 털어냈고, 건설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면서 주가가 올랐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금리 인하 기조에 따른 주택 수요 회복 전망, 새 정부 출범 이후 주택 공급 정책 재개 기대 등이 겹치면서 5월을 기점으로 주가가 올랐다.

현대건설은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해 1조 원이 넘는 대규모 손실을 반영하면서 지난해 영업손실 1조2634억 원을 기록했다. 23년 만의 영업적자다. 올해는 63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하반기 들어서는 대형 해외 수주로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현대건설은 지난 9월 이라크 해수처리장 프로젝트 계약을 체결했다. 총 사업 규모는 30억 달러로 현대건설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한 단일 건 기준 최대 규모다. 10월에는 미국 페르미 아메리카와 대형 원전 4기 기본설계(FEED) 용역 계약을 체결하며 원전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를 갖게 했다.

현대위아(대표 권오성)은 저수익 공작기계 사업부를 정리하고 자동차 부품과 방산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에 나서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따른 체질 개선 기대가 반영되면서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방산 수출 증가 영향으로 10월에는 자동차와 특수 부문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도 커졌다. 배당확대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위아의 주당 배당금은 2022년 700원, 2023년 850원, 2024년 1100원으로 늘고 있다.

현대오토에버(대표 김윤구)는 지난 10월 30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젠슨 황엔비디아 최고경영자의 회동 이후 차량용 소프트웨어 사업 협력 기대가 부각되며 주가가 하루 만에 25% 이상 급등했다. 여기에 3분기 실적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유지했다. 현대오토에버의 3분기 매출은 1조543억 원으로 17%, 영업이익은 708억 원으로 35% 증가했다.

현대차(대표 정의선·이동석·무뇨스)와 기아(대표 송호성, 최준영)는 올해 주가가 각각 40.2%, 19.9% 올랐지만 코스피 지수 상승폭과 비교하면 주가 곡선이 완만하다. 올해 들어 미국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수익성 하락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10월 관세 협상이 본격화되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주가는 본격적으로 상승 흐름을 탔다. 10월 1일 종가 대비 현재 주가는 현대차 37.6%, 기아는 21.1% 상승했다. 

이노션(대표 김정아)과 현대비앤지스틸(대표 정일선·김성문)은 주가가 하락했다.

이노션은 플랫폼 중심 광고와 AI 광조 제작 확산 등으로 광고 업황 전반이 둔화돼 있다. 현대비앤지스틸 역시 국내 경기 침체와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 확대로 스테인리스 냉연 판매가 감소했다. 여기에 원재료 가격 변동성과 관세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