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엄포에도 지주 회장들 연임 잇달아...내년 임기만료 KB 양종희 회장에 불똥 튈까?
2025-12-30 박인철 기자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를 향해 '부패한 이너서클' 우려를 제기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에서 최근 금융지주 회장들은 릴레이 연임에 성공했다.
내년 초 임기 만료를 앞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빈대인 BNK금융그룹 회장 등은 최근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내정되며 사실상 연임을 확정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의식한 듯 회장 연임이 사실상 확정된 3곳은 내정 배경으로 금감원 지배구조모범관행을 충실히 반영한 경영승계절차를 통해 최종 후보로 확정됐다며 바짝 몸을 낮췄다.
이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가도에 대해 금융당국은 불편한 시각을 연이어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취임 후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 문제를 지속 강조하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8대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나 회장 경영 승계 과정을 지적하며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한데이어 내년 1월에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이사회 독립성 문제를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9일 업무보고에서 “소위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금감원은 지난 22일부터 지배구조 및 자회사 통할체계 점검을 목적으로 BNK금융지주와 부산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진행 중이다. BNK금융지주는 현재 빈대인 회장이 차기 회장 단독 후보에 오른 상황으로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연임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내년 금융지주 회장 중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인물은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유일한 상황이다. 양 회장의 임기는 내년 11월 20일까지다.
특히 KB금융 주요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방안도 금융당국이 언급하면서 KB금융 입장에서는 이사회나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눈높이에 맞춰 회장 연임의 부담을 안을 수 있다.
여기에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에 대한 과징금 규모가 확정되면 KB금융의 평판에도 적지 않은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 자회사인 KB국민은행이 이 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고 금감원에서도 2조 원대 과징금·과태료를 사전 통보하기도 했다. 그만큼 비중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연임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양 회장 역시 큰 변수가 없다면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KB금융그룹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이 5조1217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5조782억 원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확정한 상태다. 비은행 순이익 비중 역시 37%를 기록하며 경쟁사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아 수익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