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1.2조 통 큰 중간배당...보험사 인수 자금? 계열사 재투자? 용도 해석 분분
2026-01-08 이철호 기자
한국금융지주는 지난해 12월 말 이사회 결의를 통해 한국투자증권의 중간배당을 결정했다. 1주당 배당금은 3만4090원, 배당금총액은 1조2000억 원이다. 배당금 전액은 한국투자증권 지분 100%를 가진 한국금융지주가 가져간다.
한국투자증권의 중간배당은 지난 2019년 11월 이후 약 6년 만으로 최근 5년 간 연평균 배당액(5602억 원)의 2배가 넘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대규모 중간배당은 한국투자증권의 호실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연결기준 1조6761억 원으로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5대 시중은행 중 하나인 농협은행(1조5796억 원)의 실적도 뛰어넘었다.
◆ 이중 레버리지 비율 압박 벗어나 한국투자증권 몸집 불리기 가능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중간배당을 통해 한국금융지주가 자기자본 규모 확대와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계열사 재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규모 중간배당이 있었던 지난 2016년에도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증권의 중간배당을 통해 9621억 원 규모의 자금을 수혈한 후 한국투자증권에 1조69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지원한 바 있다. 이는 한국투자증권의 초대형 IB 지정과 발행어음 사업 인가의 밑바탕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에 불거진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를 적극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도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출자가액을 자기자본으로 나눈값으로 금융당국은 이 수치가 130%를 넘지 않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한국투자증권이 9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이를 지원한 모회사 한국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 비율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는 "신종자본증권 발행규모를 4000억 원으로 가정하면 유상증자 이후 한국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8.7%까지 상승하는 등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번 배당으로 지난해 9월 말 별도기준 127.3% 수준인 한국금융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이 이번 한국투자증권 배당으로 하락할 경우 향후 한국투자증권 등 자회사에 대한 증자여력도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시장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공격적인 수익률 제고, 자기자본 확충 목표를 제시한 만큼,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에 지원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 신사업 추진 부서 신설…보험사 인수에 속도?
이번 배당이 단순한 계열사 지원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한 준비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한국금융지주가 계열사 중간배당으로 자금을 확충함과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추진실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유력한 신사업으로는 보험업 진출이 거론된다. 최근 몇 년간 한국금융지주가 꾸준히 보험업에 관심을 보여온 데 이어 지난해는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 추진을 직접 거론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노리는 데는 한국투자증권에 치우친 수익구조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비은행 금융지주 중 보험사가 없는 곳은 한국금융지주뿐이다.
이와 함께 증권·자산운용 등 기존 사업군과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만기가 짧은 증권 관련 자산은 물론 보험사의 장기 부채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해 장기 투자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수합병(M&A) 시장에 확실한 우량 매물이 없다는 점은 고민거리다. 현재 매각을 추진 중인 KDB생명은 5000억 원 이상의 유상증자 이후에도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 역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 처분을 받으며 자본 건전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는 M&A를 비롯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검토를 신중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기존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 수익성 등을 고려해 보험업 진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이번 중간배당에 대해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이 호실적을 거둬 배당 규모가 커진 것으로, 금융지주사로서 계열사들의 자본을 배분하는 과정의 일환"이라며 "신사업에 대한 투자 여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