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X파일] 제2의 백내장 '신경성형술'...관리급여 지정으로 '입원비 보상' 분쟁 사그라들까?
금융당국·법원 "입원 필요성 판단" 강조
2026-01-12 서현진 기자
# 경기도 시흥시에 사는 서 모(여)씨는 2025년 11월 말 목 디스크 파열로 신경성형술을 받았고 치료 후에는 누워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의료진 판단에 1박2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서 씨는 실손보험이 가입돼 있는 B보험사에 치료비 200만 원을 청구했다. 그러나 B보험사는 입원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며 입원비에 대한 보험금을 부지급했다. 서 씨는 진단서에 의료진이 '8주간 안정가료 요함'이라고 기재해 장기간 안정과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입원비 부지급은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 충남 당진에 사는 이 모(남)씨는 2024년 9월 병원으로부터 경추통증 및 상지방사통을 진단받아 경막외강 신경성형술을 받고 1박2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씨는 당시 가입돼 있는 C보험사의 실손보험을 통해 치료비의 75% 가량을 보험금으로 받았다. 지난해 6월 이 씨는 과거와 동일한 부위에 통증을 느꼈고 다시 한번 신경성형술을 받은 후 입원 치료를 병행했다. 치료비 약 300만 원에 대해 보험사에 청구했으나 C보험사는 통원이 가능한 치료이기 때문에 입원 치료를 인정할 수 없다며 입원비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 경기도 파주시 금촌동에 사는 김 모(여)씨는 지난해 7월 신경뿌리병증을 동반한 경추간판장애를 진단받고 경피적 경막외 신경성형술을 받았다. 김 씨는 신경성형술 후 출혈이나 염증관찰을 위해 1박2일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에 따라 입원 치료를 받았고 치료비는 220만 원 나왔다. 퇴원 후 김 씨는 D보험사의 실손보험을 통해 보험금을 청구하자 보험사에선 '통원으로도 가능한 치료이기 때문에 입원치료가 필요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보험금을 부지급했다.
신경성형술을 받고도 입원 필요성을 인정받지 못해 통원비만 지급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관리급여 전환을 앞두고 보험금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 주의가 요구된다.
소비자들은 200~300만 원대에 달하는 신경성형술을 받은 뒤 보험사로부터 통원비 30만 원 가량만 보상받았다고 억울해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신경성형술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치료이기 때문에 입원 필요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가 신경성형술을 관리급여로 지정한 가운데 보험사들은 시행 전까지 신경성형술에 대한 수요가 늘어 풍선효과가 일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2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병원에서 신경성형술을 받고 입원했다가 보험금을 부지급받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문제는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대부분 보험사에서 발생하고 있다.
신경성형술이란 경막외 유착에 의해 나타나는 척추성 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카테터라는 가느다란 관을 유착 부위에 거치시킨 후 경막외 유착의 제거 또는 박리를 통해 치료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신경성형술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을 관찰하기 위해 30분에서 1시간 정도 활력 징후를 관찰하고 있다. 다만 심혈관계 합병증을 포함해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큰 경우에는 장시간의 관찰을 요한다고 설명한다.
보험사와 소비자 간 분쟁은 입원 치료인 장시간 관찰로 인해 발생한다. 소비자들은 최대 350만 원에 달하는 신경성형술을 받은 후 장시간 관찰이 필요하니 입원을 권유한다는 의료진의 말을 따랐을 뿐인데 보험금을 받지 못했다고 분노했다.
하지만 위 사례에 등장하는 보험사는 "신경성형술 자체가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 시술이다"라며 "시술 부작용이나 합병증 있는 경우에 입원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위 사례들은 진단서 등을 검토했을 때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금융감독원 역시 지난해 7월 주요 분쟁 사례를 통해 신경성형술은 입원비가 아닌 통원비만 보상받을 수 있으니 유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경성형술 비용이 200만 원인 경우 입원필요성이 인정된다면 입원의료비 한도(5000만 원) 내 약 150만 원이 보상이 가능하지만 입원필요성이 불인정된다면 통원의료비 한도(30만 원) 내에서 30만 원밖에 보상받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신경성형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신경성형술은 입원해 관찰이 필요한 정도의 상태변화나 일상생활의 제한 등이 확인되지 않아 입원료를 불인정한다고 당부했다.
법원의 판결도 동일하다. 법원은 병원에서의 입원여부는 입원실 체류시간이 6시간 이상이어야 하며 환자의 증상 등을 고려한 실질적인 입원치료의 필요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 신경성형술, 관리 급여로 지정되면 건강보험 적용
최근에는 신경성형술이 관리급여로 지정되며 신경성형술을 둘러싼 논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비급여 이용이 급증해 과잉 진료 우려가 컸던 ▲도수치료 ▲방사선온열치료 ▲경피적 경막외강 신경성형술 등 3개 항목을 관리급여로 선정했다. 3개 항목은 적합성평가위원회·전문평가위원회 검토를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급여 기준과 가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보험사들은 신경성형술이 관리급여로 지정돼 앞으로 분쟁이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지만 관리급여 시행 전까지는 풍선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신경성형술 관리급여 지정은 멀리 보면 분쟁이 사그라들지만 시행 전까지 신경성형술 수요가 급격하게 늘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엔 관리급여인 C-ARM 주사를 신경성형술과 함께 권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나오고 있어 이같은 분쟁을 차단하기 위해선 관리급여 항목을 늘려가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신경성형술 관리급여 지정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보험에 가입할 때도 보장 내용에 대한 설명을 들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소비자들이 관리급여 지정에 대한 정보를 잘 알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제도가 바뀌게 된다면 보험 가입처럼 소비자들에게 관리급여로 인해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지 소비자들에게 안내를 강화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관리급여를 늘리는 것이 보험사의 이익만을 위한 목적이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관리급여 지정이 늘어나면 결국 건강보험 재정만 손해가 나는 것"이라며 "통상적인 치료를 필요로 하는 거라면 의료보험을 확대해 관리급여를 넓히는 것도 좋지만 단순히 보험사의 손해율 관리 등 목적만으로 관리급여를 늘리는 건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