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하고 5년 기다린 테슬라 '사이버트럭', 인수일 조정 요청했다고 전격 취소 '통보'
차대번호 협의없이 해제...문제 소지
2026-01-16 임규도 기자
부산에 사는 김 모(남)씨는 2020년 11월 테슬라 사이트에서 사이버트럭 차량을 주문하며 계약금 10만 원을 납부했다. 지난해 11월 테슬라로부터 차량 대금과 추가금을 포함해 총 1억6000만 원을 납부하면 차량 배정 후 인도가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일시불로 납입했다.
한 달 뒤인 12월 차대번호가 배정됐고 세금계산서까지 발행돼 인수일 확정만 남은 상황이었다.
테슬라 측에서 김 씨에게 제시한 차량 확정 인수일은 2025년 12월31일이었다. 김 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업무일 기준 다음날인 2026년 1월2일로 변경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후 테슬라로부터 차대번호 배정이 해제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서면 안내나 협의 메일조차 없었다고. 김 씨가 항의하자 테슬라 측은 인수일 조정 요청을 차량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인수일 변경만 요청했을 뿐 차량 인수 거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다고 강조했지만 테슬라 측은 이미 "물량이 모두 소진됐다"며 다음 입항 일정을 기다리라고 안내했다. 다만 다음 입항 시점은 알 수 없어 김 씨는 사실상 무기한 대기 상태에 놓였다.
김 씨가 아직 차량 인수 의사를 갖고 있어 지난해 11월 납부한 차량 대금 1억6000만 원은 현재까지도 테슬라 측에 예치된 상태다.
김 씨는 “일정 조정을 요청했을 뿐 인수 거부나 계약 포기 의사는 전혀 없었다”며 “일정 조정 요구로 사실상 계약이 종료된 상황을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한 계약을 유지하고 차량 인수를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전달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테슬라 사이버트럭은 2019년 11월 계약 접수 이후 물량 부족이 이어지면서 현재 입항을 기다려 순차적으로 인도되는 상황이다. 차대번호까지 배정된 상태에서 인수일 조정 요청만으로 차량 배정이 해제되고 다음 순번으로 밀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해당 차종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사전계약이 진행돼 인수를 기다리는 소비자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통상적으로 인수일 조정 요청 시 일정을 협의하거나 연식 변경의 경우 연식 변경 동의서 등을 통해 인수일을 조정한다. 조정 요청만으로 차대번호 배정을 해제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테슬라 구매계약 약관 가운데 ‘악의적 주문’ 등 불명확한 사유로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주문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불공정약관으로 판단하고 시정조치했다. 이후 테슬라는 취소 사유를 △허위 정보 제공 △결제 실패 △재판매 목적 구매 등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테슬라의 현행 약관을 보면 소비자가 인수일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면서도 그 승인 여부는 회사의 단독 재량에 맡기고 있다. 연장 요청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곧바로 ‘인도기간 내 미인수’로 간주돼 계약 위반 상태에 놓일 수 있는 구조다.
자동차 전문가는 확정 인수일 조정 요청만으로 별도 협의 없이 차대번호를 해제한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사례자가 제조사 측에 특정 날짜 외에는 인수가 불가능하다고 명확히 전달했을 경우라면 상황을 달리 볼 여지는 있다”며 “차량 확정 인수일 조정 요청만으로 별다른 협의 없이 곧바로 취소했다면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측에 이와 관련한 입장을 물었으나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