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현대百·쿠페이 '무기한', 롯데·요기요 '5년'...상품권·페이머니 유효기간 제각각 '혼란'

금융상품과 달라 사업자 재량에 의존

2026-01-20     이정민 기자
백화점 상품권과 이커머스·배달앱의 '현금성 선불충전금'은 소비자에게 사실상 현금과 동일한 결제수단으로 인식되나 유효기간은 사업자별로 제각각이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충전해서 현금처럼 쓰는 구조임에도 제도적 기준이 통일되지 않아 소비자 보호에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소비자들은 충전금을 ‘현금’처럼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법적 지위와 운영 방식은 발행 주체마다 상이하다. 현금성 선불충전금은 온라인 플랫폼에 미리 충전해두고 사용하는 결제수단이지만 전자금융거래법과 개별 사업자의 약관에 따라 관리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지류 상품권은 유효기간이 없다. 반면 ▷롯데백화점 상품권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나면 사용이 불가능하다. 동일한 유형의 상품권임에도 발행 주체에 따라 유효기간이 다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류형 상품권 표준약관’에 따르면 상품권을 발행한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상법상 상사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돼 물품 제공이나 환불, 잔액 반환을 요청할 수 없다. 발행자가 설정할 수 있는 최대 유효기간은 5년이라는 의미다. 다만 발행자가 자발적으로 사용을 허용하는 경우에는 유효기간을 두지 않는 것도 가능하다.

신세계·현대백화점은 자율적으로 유효기간을 두지 않는 방식을 선택한 것이고 롯데백화점은 법이 허용하는 최대 한도인 5년을 적용한 셈이다.
 

이커머스 플랫폼도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쿠팡의 쿠페이머니 ▷G마켓·옥션의 스마일머니 ▷SSG닷컴의 SSG머니는 유효기간이 없지만 ▷11번가의 11페이머니는 최종 충전 또는 사용 시점 이후 5년이 경과하면 잔액이 자동 소멸된다.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있는 11번가 측은 “11페이머니는 고객이 계좌이체를 통해 직접 충전하기 때문에 현금성이 강하고 상법에서 정한 최대한의 채권소멸시효 기간인 5년으로 정해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달앱 상품권의 경우 비교적 기준이 통일돼 있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주요 배달앱 상품권은 모두 5년의 유효기간을 적용하고 있다.

이같은 상품권과 페이머니는 소비자에게는 예치금과 유사한 성격을 지니지만 법적으로는 금융상품과 구분된다.

전자금융거래법은 쿠페이머니나 스마일머니 같은 충전형 수단을 ‘선불전자지급수단’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관련 시행령에서는 유효기간을 원칙적으로 5년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사업자가 유효기간을 아예 두지 않는 것도 허용하고 있어 ①유효기간 유무와 ②소멸 기준 ③환불 조건을 각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구조다.

공정위 역시 선불전자지급수단과 같은 ‘신유형 상품권’의 유효기간을 구매일 또는 충전일로부터 1년 이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발행자가 별도의 유효기간을 설정하지 않은 경우에는 구매일 또는 충전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환불 및 잔액 반환을 요청할 수 없다. 신유형 상품권 표준약관과 지류형 상품권 표준약관 모두 소멸시효를 5년으로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운영 방식은 사업자 재량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동일한 페이머니임에도 쿠팡이나 G마켓·옥션, SSG닷컴처럼 기간 제한 없이 보유 및 이용이 가능한 경우가 있는 반면 일부 업체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되는 등 기준이 상이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잔액이 약관에 따라 소멸될 경우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이나 선불 충전금 등에 유효기간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법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며 전자금융거래법과 공정위 표준약관 범위 내에서 운영 방식을 정하고 있다”며 “소비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약관 홈페이지 등을 통해 유효기간과 사용 조건을 충분히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