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CEO ③] 우기홍 체제 대한항공, 실적 선방 속 통합 항공사 본격 준비…MRO·기단 현대화도 박차
2026-01-26 이범희 기자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로 대표직 10년 차를 맞았다.
1962년생인 우 대표는 경남 함양 출신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KAIST와 서던캘리포니아대 대학원에서 각각 MBA 과정을 이수했다.
1987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뉴욕여객지점장과 미주지역본부장, 여객사업본부장을 거치며 글로벌 항공 영업과 노선 운영 전반을 두루 경험했다. 경영전략본부장을 거친 뒤 2017년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에 선임됐고 이후 대표이사 사장·부회장으로 회사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작업을 진두지휘하며 항공산업 재편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항공업계에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으며 오너 일가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로 평가된다.
우 부회장은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사업 구조를 재정비하고 항공 수요 회복 국면에서 화물·여객 경쟁력과 기단 투자를 병행하며 외형 성장을 이끌어 온 CEO로 평가된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통합 항공사의 경쟁력을 조기에 안착시키는 것이 우 부회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 취임 이후 잇단 영업이익 하락…우기홍 대표 반등 카드는?
우 부회장은 2017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2019년 사장, 2025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대표이사직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각자대표 체제로 대한항공 경영 전반을 이끌고 있다.
우 부회장 체제에서 대한항공의 외형과 실적 규모는 확대됐다. 취임 이전인 2016년 대한항공의 매출은 11조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 16조5000억 원으로 약 5조 원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42.6% 증가한 1조5393억 원을 기록했다.
우 부회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었던 시절 내내 성장세를 이어왔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영업이익이 9000억 원대로 하락하더니 2018년에는 6924억 원으로 40% 급감했다.
이는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비 증가와 원화 약세로 인한 외화환산손실이 겹친 탓이다. 여기에 더해 2019년 말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며 글로벌 항공 수요가 급격히 위축됐고 대한항공 역시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 부회장은 실적 방어를 위해 코로나19 초기부터 선제적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전환하며 화물사업 중심의 체질 개선을 추진했다. 이 시기 항공화물업은 대한항공의 든든한 실적 버팀이 되면서 다시 영업이익을 1조4000억 원대까지 키웠다.
대한항공은 항공화물 매출로 위기를 버틸 체력을 비축하면서 2022년 발생한 고유가·고환율·고금리라는 악재도 넘겼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앞두고…'운항노선 정리·기업문화' 등 풀어야 할 숙제 산적
현재 우 부회장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통합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의했다.
이후 지난 2024년 12월 12일 아시아나항공 신주 1억3157만8947주(지분 63.88%)를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에따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항공사는 2026년 말~2027년 초 출범을 앞두고 있다.
통합 항공사 출범 전에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아있다. 우선 노선 정리 문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중국 10개, 동남아 9개, 일본 8개 노선 등에서 운항이 겹친다.
이 같은 스케줄 중복은 좌석·슬롯 운용의 효율을 낮추고 환승 수요를 묶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기업문화를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직급 처우 체계가 달라 단일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합격 이후 인턴 기간이 2년인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1년이다. 같은 해에 채용됐더라도 정규직 전환 시점과 연차 산정이 달라지는 구조다. 통합 이후 이를 어떻게 조정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
여기에 중복 인력 조정 가능성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노사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밖에도 마일리지 통합안도 남아있는 상태다. 지난 21일 대한항공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세 번째 마일리지 통합안을 제출했으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내년 초 통합이 마무리되면 인력 2만8000여 명과 기재 230여 대를 보유한 대형 항공사로 도약하게 된다. 이에 우 대표는 노선을 약 120개 도시로 확대하고 여객 공급량은 55% 이상, 화물 공급량은 1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항공사 간 통합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MRO·UAM·기단 현대화…미래 투자로 ‘체급’ 키운다
우 부회장은 대한항공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항공 유지·정비·보수(MRO)와 미래 모빌리티, 기단 등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MRO는 항공기 안전 운항을 위한 감항성 유지뿐 아니라 기재 수명 연장과 운항 효율 개선을 통해 항공사의 비용 구조와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능이다.
이를 위해 대한항공은 2024년3월 인천 영종도에 공사비 5780억 원을 투입하는 엔진정비단지 조성에 착수했다.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엔진 정비와 시험 전 공정을 내재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부천공장에서 엔진 정비를, 영종도 운북지구 엔진시험시설에서 출고 전 최종 성능시험을 수행 중인데, 단지가 완공되면 정비 전 과정을 일원화해 통합 이후 자체 물량 확대와 LCC 외부 수주를 통한 규모의 경제 확보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미래 항공 모빌리티 분야로의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1월 현대자동차, KT,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과 함께 ‘K-UAM 원팀’을 구성해 정부의 K-UAM 그랜드챌린지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아라뱃길·청라~계양 구간 실증 결과를 통해 운항, 교통관리, 버티포트 운영 등 UAM 핵심 기능이 실제 도심 환경에서도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실증에는 K-UAM 원팀(KT·대한항공·인천국제공항공사·현대자동차·현대건설)과 드림팀(한국공항공사·한화시스템) 등 두 개 민간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공군의 협조 아래 전기수직이착륙기(eVTOL) 대신 헬리콥터를 활용한 UAM 대역기 비행 방식으로 운용 안정성을 검증했다.
대한항공은 K-UAM 원팀 내에서 항공기 운항과 안전 관리 역할을 맡아, 기존 항공 사업에서 축적한 운항·정비 노하우를 도심항공교통(UAM) 분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기단 확대와 현대화도 병행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4년 7월 ‘판버러 국제에어쇼’에서 보잉 777-9 20대와 787-10 30대(옵션 10대 포함) 등 총 50대 도입을 위한 구매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에어버스와 A350-1000 27대, A350-900 6대 등 33대 도입 계약도 맺었다. 대한항공은 이를 바탕으로 2034년까지 최첨단 친환경 항공기 203대를 확보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세워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올해는 글로벌 항공 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체계적인 통합 항공사 출범 준비와 함께 고객 중심 서비스 경쟁력을 꾸준히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