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휴일에도 팔면서 취소는 평일만?...영업외시간 고객센터 연결 안돼 수수료 날벼락
공정위 시정 2년…여행사 시스템에 소비자 불만
2026-02-13 이승규 기자
#사례2 서울시 마포구에 거주하는 김 모(여)씨는 최근 하나투어를 통해 항공편을 예약했지만 여행 당일 아이가 아파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게 됐다. 김 씨는 환불을 요청하기 위해 하나투어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으나 항공권 고객센터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결국 두 시간 시도 끝에 대표 고객센터에 연결 됐지만 일요일에는 '항공권 전용 고객센터'가 문을 닫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씨는 월요일에 고객센터와 연결됐지만 70%가 넘는 수수료를 부과 받았다.
여행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권고로 '영업 외 시간'에도 항공권 취소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지 2년이 지났지만 소비자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항공권은 취소 시점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데 고객센터 연결이 지연되거나 운영 시간이 아니라 아예 상담을 할 수 없어 수수료 감면 시기를 놓쳤다는 민원이 적지 않다.
여행사들은 영업시간 외에는 △홈페이지 문의게시판 △나의 결제 내역 페이지 △이메일 문의 등으로 취소 접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비대면 접수 방법이 충분히 안내되지 않아 사실상 소비자들은 고객센터에만 의존하다 수수료 덤터기를 쓴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여행사가 항공권 취소 방법이나 절차를 보다 명확히 고지하고 휴일·야간에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주말이나 공휴일에 항공권을 취소하려다가 고객센터 연결이 되지 않아 높은 수수료를 물게 됐다는 민원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항공권은 출발 날짜가 임박하거나 결제 후 시간이 경과할수록 취소 수수료가 높아지는 구조다. '시간'이 '위약금' 규모를 결정짓게 되는 셈이다.
종전에는 여행사들이 영업시간이 지나면 환불 신청을 받지 않았다. 주말이나 공휴일, 평일 저녁 6시 이후에는 취소 접수가 불가능해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수수료 부담을 떠안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항공권 예약과 결제는 언제든 가능했으나 취소는 제한됐던 것.
소비자 민원이 급증하자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23년 항공 발권 실적 1000억 원 이상 여행사들에 ▲주말과 공휴일 당일 취소 불가 ▲환불 접수 가능 시간 외 취소 요청 불가 등 불공정 약관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대상 여행사는 △하나투어 △모두투어 △인터파크트리플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마이리얼트립 △온라인투어 △타이드스퀘어 등 8개사다.
이후 여행사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홈페이지 게시판, 마이페이지, 이메일 등을 통해 24시간 환불 신청이 가능하도록 시스템과 약관을 손봤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고객센터 전화 상담 의존도가 높은 소비자들은 "전화 연결 자체가 안돼 수수료를 더 물게 됐다" "환불 전화 연결 자체가 불가능하게 해놓고 시간이 지났다고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행사들은 현재 공정위의 지침을 잘 준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객센터뿐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이나 홈페이지에서도 환불 신청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수수료는 고객센터, 문의게시판 등에 결제 취소 의사를 밝힌 시점을 기준으로 산정한다고도 덧붙였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환불게시판 등에 취소 접수한 시점을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므로 이에 따른 고객 손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NOL인터파크 측도 “항공권 당일 취소의 경우 고객센터를 통하지 않더라도 마이페이지에서 취소 버튼을 클릭해 취소 요청이 가능”이라며 "고객센터 영업시간과 무관하게 환불 신청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소비자들 불친절한 안내에 ‘불만 제기’...직관적 정보 제공 필요
소비자들은 환불 절차나 방법이 직관적으로 안내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다. 예약할 때도 환불 시점에 따른 수수료 기준은 고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환불 방법이나 절차는 고지하고 있지 않다. 환불 방법도 여행사마다 제각각이어서 소비자가 인지하기 어려웠다.
실제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하나투어·모두투어·NOL인터파크 등 국내 여행사들의 환불 신청 방식을 조사한 결과 ▲하나투어-환불 게시판 혹은 이메일 등을 통해 신청▲NOL 인터파크-1대1 문의 혹은 MY페이지 내 '취소하러가버튼'을 클릭 혹은 고객센터 유선접수 ▲모두투어-MY 페이지 내 온라인 상시 기능 통해 취소 등 각기 다르다.
업계는 여행사와 소비자 간의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이런 부분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한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사이트 내에 고객 게시판을 활용하거나 일대일 문의 게시판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환불 방법이 구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몰라 수수료를 부과받는 고객들이 너무 많은 상황"이라며 "접근 방법에 대한 불만이 많은 만큼 좀 더 UI(사용자인터페이스)·UX(사용자경험) 개편 등을 바탕으로 해당 사안들을 소비자들에게 인지시키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또한 소비자 보호 방법에 대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진언한다. 모두투어는 소비자가 영업 외 시간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경우, 그 부분에 대해 소명이 완료되면 환불 절차를 도와주는 시스템을 도입 중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영업 외 시간 연결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다른 플랫폼을 활용하거나 시스템 개선을 통해 갈등을 줄일 방안도 고민해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여행사에서 취소나 환불에 대한 규정을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며 "자사 플랫폼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플랫폼들이나 문자 등을 활용해 해당 사안을 안내하면 불편함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행사 사업은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업종 중 하나"라며 "이러한 갈등이 완화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도 유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