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평가 '최우수' 일색...금융사고 잇따르는데도 '셀프 평가'로 신뢰도 뚝

2026-03-09     박인철 기자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사외이사에 대한 평가가 '고평가' 일색인 것으로 나타나 평가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내부통제 관련 금융사고가 잇달아 발생했음에도 회사를 견제해야 하는 사외이사들이 대부분 최고등급 평가를 받은 것이다. 

최근 발표된 각 사 지배구조연차보고서에 따르면 KB금융지주(회장 양종희)의 경우 사외이사 7명 전원에 대해 ▲충실성 ▲전문성 ▲윤리&공정성 ▲기여도 등 4개 항목에서 가장 높은 등급인 '매우 우수' 등급을 부여했다. 

평가 항목을 ▲전문성 ▲직무공정성 ▲윤리책임성 ▲업무 충실성으로 나누는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 사외이사 9명 중 6명이 가장 높은 등급인 '최고 수준' 평가를 받았다. 나머지 3명도 다음으로 높은 등급인 '기대 수준 이상'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신한금융지주(회장 진옥동)와 우리금융지주(회장 임종룡)는 사외이사별로 항목별 등급 차이가 있는 편이었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윤인섭, 이영섭 이사 2명만이 ▲전문성/기여도 ▲독립성/윤리성 ▲소통/협업 ▲충실성 ▲참여도 ▲적극성 6개 항목 모두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김영훈, 이강행, 박선영 사외이사는 항목별로 '최우수' 등급과 '우수' 등급을 나눠 받았는데 특히 박선영 이사는 전문성/기여도, 소통/협업, 적극성에서만 '우수' 등급을 받아 최우수보다 우수 등급이 더 많았다. 

신한금융은 9명 중 3명의 사외이사만 ▲전문성 ▲직무공정성 ▲윤리책임성 ▲충실성에서 '최고 수준' 등급을 받았다. 김조설, 송성주, 양인집, 전묘상 이사는 충실성만 '최고 수준'이며 전문성, 직무공정성, 윤리책임성은 '기대 수준 이상' 등급이었다.

사외이사 평가 주체도 논란거리다. 평가 기준만 외부 전문기관의 자문을 받아 설계할 뿐 우리금융을 제외하면 내부 평가(동료, 이사회)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외부평가기관 비중이 30%다.

그 외의 금융지주들은 이사회와 지배구조 내규 등을 통해 필요한 경우 외부기관에 의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근거만 마련했다. 사외이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공신력 있는 외부평가기관이 없다는 이유로 배제하는 분위기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사외이사 활동내역을 기초로 사외이사에 대한 공정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면서 “4개 항목에 참여도, 준비도, 지식&스킬 등 문항을 세분화해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외이사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공신력 있는 외부 평가기관이 없고 내부 자료의 유출 가능성 등의 문제도 있다"며 "향후 이사회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도입을 고려할 것”이라 덧붙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지주 이사회 구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거듭 내비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사에 대해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지적하자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선진화 TF를 구성하고 개선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 사외이사가 대부분 내부 고위직의 추천이나 금융 관계부처 출신 등의 관계로 엮여있다 보니 기관의 주주 추천 등 사외이사 추천경로를 다양화하겠다는 의지였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현재 사외이사 평가 제도는 제대로 된 평가라 보기 어렵다. 평가 기준에 강제성을 입히더라도 사외이사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