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소법 5주년 진단㊦] 비대면 거래·상호금융 업권 등 소비자 보호 '사각지대' 보완 시급
2026-03-18 박인철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시행 5주년을 맞아 제도적 기틀은 다졌지만 급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업권별 규제 차이로 인한 사각지대 해소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정작 디지털 환경에서 6대 판매원칙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사실상 금융회사와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상호금융권은 금소법 대상에서 제외돼 있는 등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금소법이 실질적인 소비자보호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비대면 금융거래에 특화된 규제 강화와 함께 정책의 디테일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 비대면 거래 '설명의무 위반' 입증 힘들어... 금소법 사각지대
현행 금소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면 채널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보니 비대면 채널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면 채널에서는 금융상품의 위험성을 소비자와 직접 대면해 설명해야 하지만 비대면 채널에서는 단순한 체크박스 클릭이나 알고리즘 기반의 표준화된 설명으로 대체되고 있다. 그만큼 온라인 가입 시 고의·과실에 의한 설명의무 위반 입증이 어렵고 임직원의 상품 숙지 의무가 형식에 그치기 쉽다.
실제 비대면 계약은 만 65세 이상 고연령자나 투자성향 부적합자가 MMF, MMT를 제외한 비예금 상품 판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별도의 녹취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 허점이 있다.
윤민섭 디지털소비자연구원 이사는 “IT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 금융이 확산하면서 금융상품의 비대면 판매채널이 확대되고 있다”며 “그러나 금융관련 법률은 대면채널을 전제로 만들어져 비대면 채널에 대한 사항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보니 주요 금융 불완전판매 사고에서 비대면 채널의 허술함을 악용하는 사례가 발견되기도 한다.
지난 2024년에 불거진 홍콩H지수 ELS 사태 당시 일부 은행과 증권사에서는 영업점 직원이 지점 창구에서 고객에게 상품 안내를 한 뒤 가입은 정작 모바일뱅킹 또는 MTS를 통해 하도록 권유한 사례가 발견됐다. 고객에 비대면 채널을 통한 가입을 권유한 뒤 영업 시간 단축을 위해 고객이 금융상품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입을 종용한 것이다.
금감원 역시 홍콩H지수 ELS 분쟁조정 과정에서 비대면 가입자에 대해서는 자기책임원칙을 일괄적으로 부여해 배상비율에서 대면 가입자보다 5%포인트를 낮추기도 했다.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비대면 거래에서는 책임 원칙이 소비자에게 부과되는 경향이 있어 분쟁 발생 시 소비자의 방어권이 취약해질 수 있다”며 “자율 규제에 머무는 비대면 판매 절차를 법제화하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새마을금고와 같은 상호금융권이 여전히 금소법의 직접적인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은 제도적 한계로 꼽힌다. 상호금융에서는 예/적금, 방카슈랑스 등 사실상 은행과 동일한 금융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들은 금융회사로 분류되지 않아 금소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있다.
동일한 예·적금이나 대출 상품에 가입하더라도 신협 고객은 금소법의 보호를 받는 반면 상호금융 고객은 해당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금소법 규제가 약한 업권으로 영업이 쏠리는 '규제 차익'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부작용이 발생하자 관련 내용을 보완하는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8월 금소법 적용 대상을 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 전반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상호금융업권 간 규제 형평성을 확보하고 소비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상호금융권은 특성상 개별 조합 단위라 대형 금융회사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금소법 준수를 위해 인력이나 장비 등을 새로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점에서 상호금융권에서도 금소법 시행에 따라 요구되는 6대 판매원칙을 포함한 다양한 규제 항목을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실행체계를 확립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편면적 구속력은 언제부터? 금융교육 강화 담은 개정안 필요 지적
소비자 피해 사후구제 강화를 위한 금소법 개정 논의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소액금융 분쟁사건에 대해 편면적 구속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금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편면적 구속력 부여는 소액 분쟁 발생시 소비자가 분쟁조정안을 수락하면 금융회사가 이를 거부하거나 소송으로 대응할 수 없는 제도다.
금융회사에 비해 정보가 부족하고 분쟁 대응력이 부족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으로 지난해 9월 국회에서도 관련 내용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금융당국도 올해 중점 추진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분쟁 조정안을 금융기관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금소법으로는 피해 구제에 한계가 있다”면서 “조정안에 대한 구속력을 높이는 편면적 구속력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법적 효력을 뒷받침할 장치가 검토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소법을 통해 처음으로 법제화가 된 '금융교육' 역시 금소법 개정을 통한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금소법에서는 제16조 임직원 교육, 19조 설명의무 등을 통해 소비자와 금융회사 임직원에 대한 금융교육의 중요성을 명시하고 있지만 사후 처방 위주라 교육을 통해 피해를 예방하는 '사전적 보호'로서의 교육 시스템 구축은 미비한 상태다. 금융교육을 받을 권리는 보장하고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이 부재한 상황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윤창현 당시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교육 활성화를 위해 ▲학교 금융교육 월 1회 의무화 ▲금융교육협의회 활성화 등을 담은 금소법 개정안을 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된 바 있다.
22대 국회에서도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 대표 발의로 금융교육이 학교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금융위원회가 초·중등학교의 금융교육 경비를 일부 지원해 체계적인 금융교육이 가능하도록 하는 금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조혜진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금융사 임직원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 소비자 스스로 올바른 금융 습관을 지닐 수 있도록 청소년기부터 체계적인 금융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산학연과 협업해서 매년 바뀌는 금융상품, 특히 다크 패턴이나 AI 관련해 소비자가 인식과 행동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