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20% 시대➄-끝] 수입차 제값주고 사면 바보...딜러사 따라 춤추는 가격에 소비자 혼란

2026-03-18     임규도 기자
지난해 국내 등록된 차량 151만3513대 가운데 20.3%인 30만7377대가 수입차로 집계됐다.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 2002년 처음 1%를 넘었고 2012년에는 10%를 돌파했다. 이후 꾸준히 성장하며 2025년 20% 벽을 넘어섰다. 국내 시장에 진출한 지 38년 만이다. 수입차가 국산차만큼 흔해졌지만 서비스센터 부족과 불투명한 가격 구조 등으로 인한 소비자 불신도 뿌리깊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수입차 점유율 20% 시대’를 맞아 소비자들이 겪는 불편 요소를 점검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동일한 모델이라도 딜러사나 구매 시점에 따라 실제 구매가격이 최대 7%포인트까지 차이 나면서 소비자들의 가격 불신이 커지고 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P360의 경우 딜러사별 실제 구매 가격 격차가 900만 원까지 벌어졌다.

국산차와 달리 수입차는 제조사가 직접 판매하지 않고 공식 딜러사를 통해 판매하는 구조다. 해외 본사가 국내 법인을 통해 차량을 들여온 뒤 지역별 딜러사에 배정해 판매한다. 브랜드에 따라 최대 11곳의 딜러사와 계약을 맺고 있다.

딜러사들은 판매 목표 달성이나 재고 소진 등을 위해 자체 할인 프로모션을 적용한다. 같은 모델이라도 딜러사에 따라 할인율이 달라 실제 구매 가격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일부 브랜드가 직판제를 도입하며 판매 구조를 바꾸고 있지만 제조사 차원의 가격 인하 경쟁까지 겹치면서 수입차 가격에 대한 소비자 불신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BMW, 벤츠, 볼보, 렉서스, 아우디, 랜드로버 등 6개 수입차 브랜드의 딜러사를 대상으로 동일 모델과 트림 조건에서 적용되는 할인율을 조사한 결과, 랜드로버는 딜러사별 할인율 격차가 최대 6.9%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P360(신차 출고가 1억3050만 원 기준)을 판매하는 한영모터스는 최대 1800만 원의 자체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JL모터스는 최대 900만 원 할인에 그쳐 두 딜러사 간 할인 격차는 900만 원에 달했다.

BMW 520i 베이스 모델(신차 출고가 6980만 원 기준)도 삼천리모터스는 최대 750만 원 할인을 적용하는 반면 바바리안모터스는 300만 원에 그쳐 딜러사 간 차이가 450만 원으로 확인됐다.

딜러사별 할인율 차이는 벤츠 3.4%p, 아우디 3.1%p, 렉서스 2.2%p다. 볼보는 0.1%p로 상대적으로 격차가 크지 않았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차량 수입사가 딜러사 판매 가격을 직접 조정할 경우 담합 소지가 있어 가격 결정은 개별 딜러사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딜러사들의 자체 프로모션으로 월별 가격 변동도 나타난다. 신차 구매 플랫폼 겟차를 통해 모델별 딜러사 할인에 따른 월별 가격 추이를 확인한 결과 BMW, 벤츠, 렉서스, 아우디, 토요타, 랜드로버, 미니 등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에서 시세가 변동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M135 xDrive 모델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3%대 할인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는 할인율이 7%대로 상승했다.
BMW M135 xDrive 모델은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3%대 할인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이달까지는 할인율이 7%대로 상승했다. 같은 차량이라도 몇 달 사이 수백만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먼저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뒤늦은 할인으로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중고차 감가 역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만큼 갑작스러운 가격 인하는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

볼보는 지난 1일부터 소형 전기 SUV EX30의 기본 트림 코어 가격을 761만 원 인하한 3991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할인율은 약 16%다. 상위 트림인 울트라는 13.5% 할인된 4479만 원, 최상위 트림 울트라CC는 12.7% 할인된 4812만 원에 판매된다.
 
가격 인하 이후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불만 글이 이어지고 있다. “구매한 지 두 달 만에 1000만 원 가까이 할인돼 억울하다”, “차 가격이 횟집 시가처럼 움직인다”, “프로모션이 없다던 말을 믿고 구매했는데 몇 달 만에 수백만 원이 떨어졌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룬다.

딜러사 할인 경쟁이 심화되자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판매 구조를 딜러사 위탁 판매 대신 제조사가 직접 가격을 관리하는 직판제로 바꾸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2017년 한국 진출 이후 차량을 100% 온라인 직판 방식으로 판매하고 있다. 2022년 국내에 들어온 폴스타 역시 온라인 판매 방식을 채택했다. 혼다코리아는 2023년부터 제조사 주도의 판매 방식을 도입했으며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난해 일부 푸조 모델을 직접 판매한데 이어 올해부터 전 모델을 직판제로 전환했다.

BMW와 볼보는 한정판 차량에 한해 온라인 판매를 시행하고 있으며 벤츠는 오는 4월 ‘리테일 오브 퓨처(ROF)’ 전략을 통해 직판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다만 직판제가 가격 혼란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딜러사 할인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제조사가 직접 가격 인하에 나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31일부터 모델3 퍼포먼스 AWD 가격을 기존 6939만 원에서 5999만 원으로 940만 원 인하했다. 할인율은 약 13.6% 수준이다.

할인 프로모션은 일부 소비자들에 비싼 수입차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과도하고 잦은 할인 경쟁은 소비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존에 제값을 주고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을 뿐 아니라 중고차 가격 하락 등 시장 질서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업체들에 투명한 프로모션 공개를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쉽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대외비’를 이유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는 여러 딜러사에 직접 문의하며 가격을 비교하는 등 발품을 팔아야 손해를 피할 수 있는 구조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딜러사 간 할인 경쟁은 출고가뿐 아니라 블랙박스나 옵션 등 추가 혜택까지 포함되면서 실제 구매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며 “같은 모델을 같은 시기에 구매했더라도 다른 딜러사에서 수백만 원 더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본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입사들이 딜러사 판매 가격이 과도하게 벌어지지 않도록 일정 수준에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임규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