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상장 전면금지에 SK에코플랜트·HD현대로보틱스·보스턴다이나믹스, IPO 추진할까?

2026-03-18     정현철 기자
주주가치 훼손 요인으로 지적돼 온 중복상장 관행에 제동이 걸린 가운데 CJ올리브영, SK에코플랜트, HD현대로보틱스, 한화에너지, 보스턴다이나믹스 등 기업공개(IPO)를 추진했던 대기업 계열사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18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모회사와 자회사 동시 상장으로 일반 주주 권익이 훼손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엄격한 심사를 통해 중복 상장을 원칙적으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발표를 했다.

이에 따라 상장을 추진했거나 계획하고 있던 기업들로선 새로운 전략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SK에코플랜트는 2022년 재무투자자가 6000억 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인수하면서 2026년 7월까지 상장을 조건으로 삼았다. 상장하지 못하면 배당률이 첫해 5%포인트 오르는 등 부담이 있다.

중복 상장 제한으로 SK그룹이 직접 해당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이나 투자자들과 재협상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SK가 SK에코플랜트 지분 63%를 보유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정부 측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IPO 관련해 주의 깊게 체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HD현대로보틱스는 2020년 HD현대가 로봇사업부를 물적분할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HD현대 지분이 80% 이상이다. 올해 초 상장 주관사단을 확정 지으면서 IPO에 속도를 냈으나 HD현대 기업가치 훼손 우려가 제기됐다.

HD현대로보틱스는 산업용 로봇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연구개발비, 생산설비 확충 등 대규모 투자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HD현대로보틱스 관계자는 “IPO 추진 관련해 모회사 주주 가치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고 시장과 적극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꾸준히 IPO 대상으로 거론되는 회사다. 현재 송도 CDMO(위탁개발생산) 시설 구축 중으로 내년 중 가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까지 수천억 원대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주요 주주로 롯데지주 60.74%, 롯데홀딩스 20.11%, 호텔롯데 19.1% 등이 있다. 현재 송도 생산시설을 건축 중인 상황으로 이미 유상증자 등 그룹에서 1조 원 규모 재원 조달을 받았다. IPO를 통한 자금 조달 방안이 거론되나 회사 측은 3년 이후를 상장 시점으로 보고 있다. 현재 규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보스턴 다이나믹스도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인수했을 당시 4년 내 상장 확약 조건이 있었다. 계약대로 지난해 상장했어야 하나 올해로 한 차례 유예됐다.

상장이 불가할 경우 현대차그룹은 소프트뱅크의 잔여 지분 9.5%를 전량 사들여야하는 주식매수청구권 조건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계에서는 그간 정의선 회장이 상속을 위해 필요한 6조 원 이상 승계 자금을 보스턴 다이나믹스 상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현대차그룹은 중복상장 규제에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장재훈 부회장이 지난 1월 CES2026에 참석해 보스턴 다이나믹스 상장에 관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화에너지는 지난해 3월 IPO를 시도한 적이 있으나, 당해 12월 오너일가 김동원·김동선 보유 지분 20%를 한투PE 컨소시엄에 1조1000억 원 규모 매각하는 프리 IPO로 전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유상증자 이후 지주사 한화의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커지면서 본 IPO 추진은 사실상 멈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한화의 컨퍼런스 콜에서도 한화에너지 합병이나 지분교환 계획이 없다고도 했다.

CJ올리브영도 IPO를 시도한 적이 있다. 다만 기업가치 평가가 여의치 않아 2022년 8월 상장 작업을 잠정 중단했다. 이후 IPO 관련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번 규제로 CJ와 합병하는 방안에 무게가 실린다. CJ가 51.2%로 최대주주인 회사다. 이외에도 이재현 CJ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미래기획그룹장이 11%를 보유하고 있다. 이 그룹장의 CJ 보유 지분이 미미한 상황에서 합병으로 단번에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현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