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경영권 수성...이사회 9대5로 우위
2026-03-24 이범희 기자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총 결과 이사회는 기존 11대 4 구조에서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 수준으로 조정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주총은 오전 9시에 예정됐으나 의결권 위임장 중복 문제로 개회가 지연돼 낮 12시께 시작됐다. 발행 주식 2087만2969주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의 91.14%가 참석했다.
주총은 개회 직후부터 영풍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공방으로 이어졌다.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어 상호주 관계가 성립한다며 영풍 측 의결권 일부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가장 큰 관심사는 이사 선임 규모를 둘러싼 표대결이다.
최 회장 측의 ‘이사 5인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기준 62.98%, 발행주식 기준 57.41%의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 반면 영풍·MBK 연합이 제안한 ‘이사 6인 선임안’은 찬성률 52.21%에 그치며 부결됐다.
두 안건은 동시에 상정된 뒤 다득표 안건을 채택하는 방식으로 표결이 진행됐다. 두 안건 모두 보통결의 요건은 충족했지만 득표에서 앞선 5인 선임안이 최종 채택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우위가 유지되는 방향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기존 11대 4 구조에서 최 회장 측 9명, 영풍·MBK 측 5명 수준으로 조정된다.
표결에는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글래스루이스와 서스틴베스트 등 주요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측 안건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기관투자자 표심이 현 경영진 쪽으로 쏠렸다는 분석이다.
이날 지분 7.7%를 보유한 한화그룹은 주총에 직접 참석하지 않고 의결권을 위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쪽을 지지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돼온 만큼 업계에서는 회사 측에 힘을 실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분 약 5%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이번에도 기권했다. 경영권 분쟁 이후 세 차례 주총 모두 중립 기조를 유지했다.
이날 지분 구조는 영풍·MBK 연합 약 42.1%, 최 회장 일가와 한화·LG화학 등 우호 주주 약 27.9%, 크루서블JV 약 10.8%, 국민연금 5.3%, 현대차 5%, 외국계 대형 기관 약 4% 순이다.
이번 결과로 고려아연은 지배구조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해소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중장기 투자와 사업 전략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양측은 분리선출 감사위원 수를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고려아연 측은 개정 상법 시행에 맞춰 감사위원을 2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영풍·MBK 측은 특정 인사 선임을 위한 조치라며 반대했다.
최 회장 측으로 분류되는 유미개발이 제안한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제2-8호 안건은 찬성률 53.59%(발행주식 대비 48.71%)에 그쳐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고 부결됐다. 특별결의는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문제는 해당 안건이 개정 상법 대응을 위한 핵심 조치였다는 점이다. 고려아연은 오는 9월까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추가 선임해야 하지만 이번 부결로 향후 임시 주주총회를 다시 열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정 지연 시 법적 리스크 가능성도 제기된다.
표결에 앞서 영풍 측은 “상법 개정 시행까지 시간이 남아 있음에도 지금 확대하려는 것은 특정 후보 선임을 위한 것”이라며 이민호 감사위원의 역할을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추후 임시 주총을 다시 여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며 선제적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 노동조합은 이날 주총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MBK파트너스의 경영 참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경영권 분쟁 중단과 산업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