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분쟁 The50 ⑭] 스마트러닝 수익원은 콘텐츠 아닌 태블릿?...고장나면 보상 구매 '외통수'

전용 기기 고장 시 개인 단말기 사용 제한

2026-04-09     정은영 기자
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사례1
 서울에 사는 백 모(여)씨의 초등학생 자녀는 메가스터디교육의 엘리하이 스마트학습 이용 중 전용 태블릿 화면이 깨져 수업 진행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엘리하이에서는 소비자 과실로 발생한 고장이라며 수리비용 약 30만 원을 요구했다. 백 씨는 지인의 자녀가 약정 종료 후 사용하지 않는 엘리하이 전용 태블릿을 사용하겠다고 했으나 거절됐다. 백 씨는 "엘리하이에서 내부 규정상 직계 가족이 아닌 경우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더라"며 ”정상 작동하는 동일 기기를 타인 명의라는 이유로 이용을 제한하는 것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례2 울산에 사는 최 모(여)씨는 몇 년 전 평생소장이 가능하다고 광고한 교원 빨간펜 스마트학습 상품을 구매했다. 그는 최근 태블릿 상태가 좋지않아 업체에 교환을 요구했지만 약정 기간이 만료돼 불가하다는 답을 들었다. 대신 업체는 약 30만 원에 단말기 보상 구매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 씨는 "개인 태블릿에 프로그램을 옮겨주지도 않는다"며 "평생 소장 가능하다는 허울 좋은 말로 태블릿을 강매한 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사례3 인천에 사는 정 모(남)씨는 자녀가 수강하는 웅진씽크빅 스마트학습 전용 패드 액정이 고장났는데 기기 교체가 안 돼 애를 태웠다. 업체에서 기기 교체를 거부해 정 씨 본인의 태블릿에 학습 콘텐츠를 옮겨달라고 요구했으나 그마저도 거절됐다. 정 씨는 "단말기 문제로 해약하고 싶어도 약정이 1년이나 남아 위약금이 부과된다더라"며 "이용약관에 있다는데 이건 말이 안 되는 거 같다"고 억울해했다.

IT기기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이 가능한 '스마트러닝' 교육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으나 태블릿 등 전용 학습 기기 고장시 수리비, 대체 기기 제공 등 사후 서비스가 제한적이어서 현장에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스마트러닝 상품은 주로 전용 학습 기기에 학습 콘텐츠를 결합한 형태로 구성된다. 그렇다보니 일단 기기가 고장나면 콘텐츠 저작권 보호 명목으로 개인 단말기를 사용할 수 없다. 수리비를 부담하고 고치더라도 이 기간 대체 기기 이용이 어려워 업체서 제안하는 보상 구매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9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교원 △웅진씽크빅 △대교 △메가스터디교육 △천재교과서 △아이스크림에듀 등 교육업체들이 스마트러닝 상품을 판매하면서 기기 고장 시 소비자와 업체 간 갈등이 적지 않다. 특히 학습 습관 형성이 중요한 초등 단계 이용이 많다 보니 민원 대부분 초등생 대상 상품에 집중돼 있다.

△교원 △웅진씽크빅 △대교 △메가스터디교육 △천재교과서 △아이스크림에듀 등 6개 교육업체 모두 전용 학습 기기를 사용하는 스마트러닝 상품 이용 중 기기 고장 시 이용자 개인의 단말기 이용은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 기종 여부를 떠나 학습 콘텐츠 저작권 보호와 악용 가능성을 우려해 다른 기기에는 제공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웅진씽크빅 측은 "태블릿과 교육 프로그램은 결합 상품(패키지) 구조로 판매되고 있어 개인 구매 태블릿에 소프트웨어만 설치하는 방식은 불가하다"며 "개인 기기에 소프트웨어만 설치해 사용하는 방식이 가능하려면 교육 프로그램이 어플리케이션 단독 판매 구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 관계자도 "원활한 학습을 위해 전용 학습 태블릿PC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약정 중 전용 학습 기기 고장으로 해지 요청 시 발생하는 위약금 운영 방식도 업체별로 차이를 보였다.

교원과 웅진씽크빅은 태블릿 고장 문제로 중도 해지해도 위약금이 면제되지는 않는다. 아이스크림에듀는 이 경우 남은 약정 기간에 대한 기기값을 청구한다. 아이스크림에듀 측은 "위약금이 따로 없고 기기값만 약정에 따라 매달 학습비에 포함된다"며 "기기는 학습자의 소유가 되기 때문에 중도 해지하게 되면 남은 기기 대금을 내야 한다"고 밝혔다.

메가스터디교육에도 물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고 천재교과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대다수 교육업체가 유사한 위약금 규정을 두고 있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용 학습 기기 고장 시 '메가스터디'와 '아이스크림에듀'를 제외하면 4개사 모두 이용자가 직접 단말기 제조사의 서비스센터에 AS를 신청해야 한다. 

메가스터디교육의 엘리하이는 자체 학습지원센터로 문의한 뒤 제조사에 맡기는 방식이다. 아이스크림에듀는 내부 AS센터를 통해 수리가 진행된다. 아이스크림에듀 측은 기기 고장시 수리 기간 별도 태블릿을 대여해 주고 있다.

아이스크림에듀 관계자는 "태블릿 고장일 경우 학습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AS를 신속하게 진행해 해지까지 가지 않도록 최대한 지원한다. 다만 소비자 과실로 인한 기기 고장으로 중도 해지시 남은 기기 대금을 완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원은 "학습 기기 AS가 불가할 경우 정가 대비 할인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보상가 할인 판매를 진행한다"며 "기기 결함 시에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기기를 교환·환불해주고 보증기간 내 정상적인 사용 중 발생한 성능이나 기능상의 고장 및 결함에 대해서는 무상 수리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서는 스마트러닝 학습 전용 기기 관련 규정이 별도로 마련돼 있지 않다. 다만 스마트학습기기 콘텐츠에 대해 '인터넷콘텐츠업' 항목에서 ▶3일 이상 서비스가 중지되거나 장애가 발생한 경우 또는 1개월 동안의 서비스 중지 ▶장애 발생 누적 시간이 72시간을 초과한 경우엔 계약해지 및 잔여기간에 대한 이용료를 환급해줘야 한다규 규정돼 있다.

아울러 전자제품은 품질보증기간 이내에 정상적인 사용 상태에서 발생한 성능, 기능상 하자가 발생할 경우 무상수리해줘야 하며 수리가 불가능할 경우에는 제품 교환 또는 구입가 환급을 해줘야 한다.

다만 기기 품질보증기간은 통상 1년이 적용되지만 스마트러닝 상품은 1년 이상의 장기 약정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약정 기간 내내 제조사의 무상 수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대다수 교육업체의 스마트러닝 상품이 콘텐츠와 기기를 결합해 판매하는 방식에서 비롯된 문제다 보니 디지털 콘텐츠와 하드웨어를 분리해 선택권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태블릿PC와 교육 콘텐츠를 결합해 판매하는 상품이라 해도 기기 고장 예외적인 경우에는 이용자의 태블릿 PC도 사용할 수 있게끔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