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CEO⑰]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 6년째 안살림 맡아 안정 성장...자본확충·신사업진출 과제도 한가득

2026-04-09     이철호 기자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오랜 시간 기업을 이끌어 온 최고경영자의 전략은 무엇일까.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은 ‘장수 CEO’ 시리즈를 통해 장기 집권 경영자들의 성과와 리더십을 조명하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2020년 5월부터 6년째 유진투자증권을 이끌며 금융투자업계 대표 장수 최고경영자(CEO)로 활약 중이다.  유진투자증권을 '중견 증권사'로 성장 시킨 공을 인정받은 덕분이다.

그러나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격차가 커지는 자본시장 환경에서 자본 확충, 신사업 진출 등 중장기 생존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과제도 안고 있다.

고경모 대표는 1966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행시 32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에서 20년 가까이 금융정책 및 제도를 담당했으며 교육과학기술부 기획조정실장, 미래창조과학부 창조경제조정관 등을 역임했다. 

2018년 유진투자증권 기획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증권맨'으로 변신한다.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2020년 5월 대표이사에 오르며 오너 일가인 유창수 대표와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유창수 대표가 그룹 금융계열사 전반을 진두지휘한다면 고경모 대표는 영업, 리스크관리 등 증권사 살림을 맡는 역할이다. 
 
▲고경모 유진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 최근 3년 간 순이익 증가세... 점포 줄이고 디지털사업 확대 나서

고경모 대표 취임 첫 해인 2020년 유진투자증권은 연결기준 당기순이익 754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1년에는 순이익이 907억 원으로 확대되며 순항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고 대표는 2022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2022년 유진투자증권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157억 원으로 고꾸라졌다. 금리 상승기 채권 운용부문 실적이 악화되고 증시 거래대금 감소, 부동산 PF 시장 악화 등의 악재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고경모 대표는 2023년 기업금융(IB) 부문 PF 2본부 내의 전략금융팀을 전략금융실로 격상하고 기업금융실을 기업공개(IPO)실과 통합해 주식자본시장(ECM)실로 개편하는 등 조직개편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꾀했다. 또한 부동산PF 매입확약 금액을 축소하는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이어 2024년에는 글로벌 사업 강화를 위해 해외주식팀을 신설하고 해외주식·채권 중개 서비스를 확대했다. 고 대표가 직접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방문해 양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 속에 2023년 순이익 307억 원을 거둔 이후 2024년  496억 원, 지난해는 645억 원을 기록하며 회복세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체질 개선을 위한 고경모 대표의 노력이 결실을 거뒀다는 평이다. 유진투자증권 지점은 2020년 초 25곳에서 통합과 확장 이전을 통해 지난해 말 8곳으로 축소됐다. 대신 서울 여의도·부산 등지에 대형·고급화 점포를 출범하며 고액자산가 영업에 힘을 기울였다.

또한 IB부문을 기업금융본부와 구조화금융본부로 나누고 채권금융본부 내 채권솔루션실을 신설하는 등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특히 디지털혁신총괄을 신설하고 고경모 대표가 총괄을 직접 겸직하며 디지털 혁신 강화에 나섰다.

이러한 노력 속에 유진투자증권의 위탁매매 부문은 2023년 141억 원 순손실을 기록했으나 2024년 순이익 127억 원, 지난해 순이익 501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자기매매·장내외파생상품 등 세일즈&트레이딩(S&T)부문 실적도 2022년 순이익 111억 원에서 2023년 542억 원, 2024년 766억 원, 지난해 926억 원으로 실적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꾸준한 조직개편에도 불구하고 IB 부문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점은 과제로 남아 있다. 유가증권 인수, M&A 중개, PF, 기업자금 조달 및 운용자문 등의 영업활동이 반영된 기타부문의 경우 2022년 455억 원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4년 연속 순손실이 이어지고 있다.
 

'자기자본 20위'로 내려간 유진투자증권, 수익 다변화·신사업 진출 카드 내건 고경모 대표

유진투자증권이 중견 증권사로서의 입지는 안정적이지만 성장이 더디다는 점은 고경모 대표에게 놓인 가장 큰 과제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말 개별 재무제표 기준 자기자본은 1조513억 원으로 고경모 대표 취임 첫 해였던 2020년 말 8629억 원 대비 5년 간 1884억 원 순증하는데 그쳤다. 자기자본 순위도 같은 기간 17위에서 20위로 세 계단 내려갔다.  

자기자본 확충을 위한 별도의 증자가 없었기 때문인데 다른 중소형 증권사인 교보증권(대표 박봉권·이석기)은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 2조 원 돌파에 성공했으며 유안타증권(대표 뤄즈펑)도 지난해 11월 17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해 자기자본을 확충하고 있다.

외형 경쟁 대신 체질 개선에 힘을 쏟는 중소형 증권사도 있다. 현대차증권(대표 배형근)은 올해 차세대 시스템 구축, 내부통제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이며 SK증권(대표 전우종·정준호)은 올해 사업별 수익모델을 점검하고 기존 사업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고경모 대표는 업계 20위 증권사가 된 유진투자증권이 중소형 증권사로서의 생존을 위해 자기자본 확충, 체질 개선. 신사업 진출 등의 고민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3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라 전략적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이익구조를 개편하고 신사업 추진을 통해 지속 성장을 추구해 세후 자기자본이익률(ROE) 8% 이상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리테일 영업, IB, 홀세일, 채권금융, 투자운용 등을 중심으로 영업역량과 운용경쟁력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인프라 혁신, STO 등 신성장 비즈니스 발굴 등을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한 WM부문의 종합자산관리 역량을 높여 고액자산가 고객을 확보하고 운용 전략 다변화를 통해 자기자본 운용 역량도 강화할 예정이다.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중장기 전략에 의거해 전략적 핵심사업을 육성하고 미래 성장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AI 혁신도 가속화할 계획"이라며 "회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할 경우 자본 확충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철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