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전 마지막 '금통위' 이창용 한은 총재 “4년 간 내린 결정 후회한 적 없다”

2026-04-10     박인철 기자
“4년 간 내린 결정에 후회는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의 임기를 돌아보며 그간 내린 금리 결정에 대해 후회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10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결정과 관련해서는 금통위원들이 잘해줘서 후회하는 면이 없다”면서 “금리 조기인하에 실의했다는 의견, 금리를 안 올려서 환율이 이렇게 됐다고 비판하는 분도 많으니 양쪽으로 균형이 잡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11월 개인투자자 해외 자본유출이 많았을 때 '서학개미'라는 표현으로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관련 제도가 개선됐기 때문에 그때로 다시 돌아가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총재는 “환율이 안정된 상태에서 후임자에게 넘기고 싶었는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아 그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운데)

◆ 부동산 '수도권 쏠림 문제 해결되어야,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부인 어려워

이 총재는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세를 비판하며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서울 중심의 주택가격 상승을 그대로 두면 우리나라 장래가 어둡다”라며 “주택가격 상승이 다른 자산 수익률을 계속 웃도는 구조 자체가 문제인데 정부가 수도권에 쏠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시점에서 한국 경제에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물가가 오르고 성장률 전망은 하락하고 있지만 어느 정도 방어가 가능한 상황”이라면서 “미국-이란 사태가 종결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매일 전쟁 상황이 급변하고 있어 상황을 진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지만 에너지 관련 인프라 시설이 파괴된다면 사태가 종결돼도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연 2.50%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8월, 10월, 11월에 이어 올해 1월, 2월, 4월까지 총 7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했던 흐름이다. 중동 전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기가 이른데다 추경 등 재정정책과 상충해 인상이 없을 것이 유력했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수출도 내수도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를 올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 총재는 “지금 상황은 통화 정책이 미치는 영향보다는 최근 몇 주간 중동에서 오는 뉴스에 따라서 경제 변수가 너무 급격히 변동하고 있다. 금리 인상이나 인하를 논의하기에 앞서 이 중동 사태의 전개 방향과 협상 과정이 자리를 잡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이번에는 3개월 금리 전망에 대해서는 인상이나 인하에 관한 논의가 크게 없었다”고 말했다.
 
향후 금리 인상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기계적으로 말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급 충격이 일시적이면 금리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2차 파급 효과가 없고 단기적이면 통화 정책이 가급적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2차 파급 효과가 있고 지속적이면 거기에 대응해야 하는데 그때도 경기와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경제에 관해서는 중동 사태 이후 경제 심리가 약화되면서 올해 국내 성장률이 당초 예상한 2.0%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총재는 “앞으로 국내 경제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추경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가격 상승 및 공급 차질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둔화할 것”이라면서 “올해 성장률이 지난 2월 전망치(2.0%)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 "신현송 차기 총재 애국심 크다" 응원 나선 이 총재

이 날 기자간담회에서 이 총재는 차기 총재 후보인 신현송 후보에 대해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신 후보는 국제결제은행(BIS) 통화경제국장을 역임한 인물로 BIS에서 10년 이상 경제자문역 겸 조사국장 등도 역임한 국제금융 전문가다.

특히 신 후보자가 전체 보유 자산 중 절반 이상이 외화자산이라는 점이 알려지며 자질 논란이 불거진 것에 대해서도 과한 평가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국민 정서에는 어긋날지 모르지만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데 외화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우려를 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며 "차기 총재가 가진 애국심이 보유한 자산보다 클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 후보는 이미 기자단과의 간담회를 통해서 ‘실용적 매파’(통화긴축 선호)라는 세간의 평가를 부인하며 “경제, 금융 상황에 따른 신중한 판단과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며 향후 한국은행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오는 20일 4년 임기가 만료된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을 지낸 국제금융 전문가다. 총재로 부임하고 나서는 물가와 경제 성장을 넘어 환율, 자산시장 등 금융 시장의 안정까지 두루 고려하는 균형적 판단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목소리를 내며 한국은행의 존재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박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