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분쟁 The50 ⑯] 체모, 벌레, 비닐 '없는 게 없어'...구멍난 식품 위생관리에 소비자 신음
2026-04-23 정은영 기자
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대형 식품기업, 알 만한 브랜드 제품에서 체모, 플라스틱, 비닐끈 등 이물질이 발견되는 경우가 속출해 소비자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는 제조시 위생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하나 식품기업 대부분 유통 중이나 소비 단계에서 혼입된 것으로 판단하면서 갈등을 빚는다.
법적으로 식품에서 이물질이 발견된 경우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물로 인해 상해를 입었다면 치료비도 배상이 가능하지만 이때는 제조 단계에서 발생했다는 사실 등이 입증돼야 한다. 결국 명확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소비자는 교환·환불 외 추가적인 보상을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식품에서 이물이 나오는 경우 1대1 교환·환불이 아닌 납득할 만한 보상이 마련되고 제조사 징계 체계도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3일 소비자고발센터(goso.co.kr)에 따르면 식품에서 이물을 발견했다는 소비자 민원이 하루에도 십여건씩 쏟아지고 있다. △CJ제일제당 △동원F&B △대상 △롯데웰푸드 △농심 △오뚜기 △삼립 △풀무원 △오리온 등 대형 식품기업부터 업체 규모를 가리지 않고 민원이 빈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단골로 등장하는 이물질은 플라스틱이나 비닐, 고무, 체모, 벌레 등이다. 이물질의 정체를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특히 일부 소비자는 모르고 먹다가 치아가 깨지는 등 추가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가공식품에서 이물이 나온 경우 대부분 제품을 개봉했거나 조리 및 섭취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아 이물의 유입 경로를 두고 제조사와 소비자 의견이 팽팽히 맞선다.
제조사들은 제조 공정이 자동화가 됐고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HACCP(해썹) 인증을 받는 등 생산공정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어 이물질 혼입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주장한다. 특히 벌레의 경우 개봉 후 유입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입장이다.
현재 식품 제조사는 보고 대상 이물 신고가 접수되면 직접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이를 신고해 조사받도록 돼 있다. 다만 이때 현장 실사가 사전 조율해 이뤄지다보니 소비자들은 조사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사전에 문제될 요소를 정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식품업계는 공통적으로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품은 불량품이 철저히 걸러지고 포장 과정도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 제조 공정에서 이물질이 혼입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보건당국의 실사는 객관적으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식품에서 이물이 발견되면 제품 교환 및 구입가 환급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물을 섭취하던 중 치아가 상했다거나 할 경우엔 인과 관계가 입증될 시 치료비와 경비 및 일실소득 배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들은 제조 과정 상 이물질이 유입될 수 없다는 걸 스스로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이물질이 들어간 원인을 제조사 측에서도 찾아보고 책임있게 행동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