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이라고 쓰고 '필수'로 읽는다…패키지여행 ‘선택관광' 울며 겨자먹기

표준약관, 소비자 손해 발생하면 배상 책임

2026-04-23     이승규 기자
#사례1 부산 강서구에 거주하는 강 모(남)씨는 지난 3월 모두투어를 통해 세부 패키지여행을 갔다가 불쾌했던 경험을 토로했다. 선택 일정이었던 '마사지'를 필수로 요구했던 것. 어린이도 있어 가이드에게 이용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서로 불편해질 수 있다"고 해 계획한 일정 대신 참여했다고. 강 씨는 "가족이 함께 떠난 해외여행에서 강매를 당해 기분이 너무 별로였다"며 "모두투어 측의 진정한 사과와 강매한 마사지 비용을 환불받고 싶다"고 말했다. 모두투어 측은 “민원 접수 후 안내 과정에서 고객이 오해나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고 보고 내부 기준에 따른 환불안을 안내했다”며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지 협력사 및 가이드 대상 정기 교육과 현장 점검을 통해 고객 응대 및 서비스 운영 기준을 지속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례2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이 모(여)씨는 NOL인터파크를 통해 '태국 치앙마이 패키지여행'을 예약했다. 판매시에 '노옵션'으로 명시돼 선택관광이 없다고 생각해 결정했으나 오산이었다. 현지에 도착하자 '선택관광' 명목 하에 100달러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이 씨는 "노옵션을 믿었다가 현지에서 원치 않는 선택 관광을 해야 했다"며 "나 외에 다른 이들도 여럿 불편을 느껴야 했다"고 토로했다. NOL인터파크 측에 선택관광 강매를 예방하기 위한 방침과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 체계를 물었으나 답하지 않았다.

패키지 여행상품을 이용한 소비자들이 현지에서 '선택관광' 강매로 피해를 입거나 불편을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소비자 의사에 맡기는 선택관광임에도 현장에서는 참여하지 않으면 눈치를 주는 등 가시방석이라 사실상 필수관광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여행사들은 서비스 교육을 강화하고 규정 위반 시 징계 가이드라인을 세우며 강매를 예방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나 가이드 개인의 일탈 행위까지는 완전히 통제하기 어렵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23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해외 패키지여행을 이용했다가 가이드가 선택관광을 강권해 피해를 입었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선택관광을 거절하자 ▶길거리나 호텔, 관광버스에 방치하거나 ▶가이드가 시종일관 눈치를 주며 불편하게 만든다는 내용이다. 선택관광을 하지 않으면 "다른 일행에게 피해를 준다" "이번 여행은 가이드를 하지 않겠다"고 대놓고 면박을 주거나 협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여행 일정에 포함된 선택관광 외에 현지에서 새롭게 옵션을 제시하는 경우는 비일비재했고 선택관광 일정 때문에 예정된 필수 코스가 빠져 소비자 원성을 사는 일도 발생했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참좋은여행 △노랑풍선 △교원이지 △야놀자 △여기어때 △NOL인터파크 등 패키지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 모두 자유롭지 않은 주제다.

중·저가 패키지 상품에서 빚어지는 일로 생각되기 쉽지만 프리미엄이나 고가 '노옵션' 상품에서도 발생하는 고질적 병폐다. 소비자의 선택관광 구매로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가 수익을 얻는  구조기 때문이다. 

◆ 여행사, 선택관광 강요 입증하면 피해 보상

가이드의 선택관광 강매 행위가 인정될 경우 여행사는 소비자가 손해 본 비용만큼 환급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르면 '여행사는 여행 출발부터 도착까지 본사나 현지여행사, 가이드 등 종사자의 고의·과실로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할 경우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현지여행사 등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여행사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여행사 상당수가 해당 약관을 적용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실적으로 현지 가이드의 언행을 녹취나 녹화하기 어렵고 어느 수준까지를 강매로 봐야할 지 알 수 없는 탓에 실질적인 피해 구제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 구조다.

여행사들은 정기적인 서비스 교육 등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강매 행위는 가이드 개인의 일탈이므로 완전한 방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민원을 제기하면 검토 후 일부 보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랑풍선 측은 “가이드의 선택관광 강매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현지 협력사 및 가이드를 대상으로 고객서비스에 대한 관리·감독을 전면 강화 중”이라며 “선택관광 운영 과정에서 고객의 자율적 선택 원칙을 침해하거나 과도한 권유·부적절한 안내가 발생할 경우 즉각적인 제재는 물론 해당 인력 및 협력사에 대한 운영 배제까지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적용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 문제 전문가는 패키지여행 선택관광 강매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소비자들이 여행을 가기 전 가이드들의 정보를 미리 파악하고 평판을 조회할 수 있으면 이런 일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여행상품 판매시 이를 진행하는 가이드에 대한 정보가 함께 제공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어 “선택 옵션에 대한 고지를 강화하고 소비자들에게 인지를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