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새얼굴/웅진] 숱한 부침 겪다 프리드라이프 인수로 12년 만에 재지정...후계구도 윤새봄 앞서
2026-05-07 정은영 기자
2026년도 대기업집단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대기업집단이 처음으로 100개를 돌파한 가운데 한국콜마, 웅진, 오리온, 토스 등 신흥 기업 11곳이 새롭게 지정됐다. 올해는 K-뷰티·K-푸드와 가상자산 등이 빛을 봤다. 대기업집단 신규 지정으로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 들어가게 되고 경영활동상 각종 공시 의무를 지게 됐다. 신규 지정 그룹들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문제 등 현안들을 기업별로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지난해 6월 약 8800억 원을 투입해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를 인수하며 상조 사업에 진출한 웅진그룹이 12년 만에 다시 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위가 산정한 웅진그룹 총자산(공정자산)은 6조4950억 원으로 재계 순위는 78위다. 2024년 총 자산은 9709억 원에 불과했다. 웅진씽크빅 등 국내외 계열사 21곳을 두고 있으며 상장사는 (주)웅진과 웅진씽크빅 두 곳이다.
1980년 윤석금 회장이 교육·출판 회사인 헤임인터내셔널(현 웅진씽크빅)을 설립하며 출발한 웅진그룹은 45년여간 흥하고 망하기를 반복했다.
1983년 헤임인터내셔널은 웅진출판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출판과 교육 사업에 주력해왔다. 1989년에는 한국코웨이를 설립했고 이듬해 웅진코웨이로 사명을 바꿨다. 당시 웅진코웨이는 국내에선 비주류 사업이었던 정수기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 시작했고 2001년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하지만 2013년 유동성 위기 속에서 웅진코웨이(현 코웨이)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했고 대기업집단에서도 제외됐다.
당시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부실과 태양광 사업 투자 실패등으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고 그룹 생존을 위해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가진 코웨이를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2018년 웅진그룹은 4000억 원의 유상증자와 3000억 원의 전환사채 등을 동원해 알짜 코웨이를 재인수 했지만 이듬해 다시 넷마블에 매각했다.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웅진그룹의 태양광 계열사 웅진에너지의 경영난이 심화됐고 재무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코웨이를 두 번이나 매각하게 된 웅진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웅진씽크빅과 프리드라이프를 통해 교육과 장례, 웨딩, 시니어 케어 등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케어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 누적 선수금 3조 돌파한 프리드라이프 앞세워 라이프케어 기업 전환 박차
웅진그룹은 학령 인구 감소로 주력인 교육 사업이 성장 정체를 맞은 상황에서 인수합병(M&A) 등 다양한 방식의 투자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인수한 프리드라이프다. 웅진그룹은 상조 시장 진출을 위해 더블유제이라이프홀딩스를 설립했으며 해당 법인은 종속회사인 더블유제이라이프를 통해 웅진프리드라이프 지분 99.77%를 취득했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4월 기준 단일 상조업체 최초로 누적 선수금 3조 원을 돌파했다. 선수금은 고객이 향후 장례 서비스 이용을 위해 미리 납부하는 금액으로, 가입자 규모와 사업 안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단순 장례 서비스에 머무르지 않고 웨딩·시니어 케어 등 고객 생애주기 전반을 아우르는 종합 라이프케어 사업으로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웅진프리드라이프는 웅진에 인수된 첫해 총자산이 10% 이상 증가했다.
지난 1월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와 공동으로 프리미엄 웨딩·케이터링 전문기업 티앤더블유코리아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며 웨딩 사업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IT 시장 진출을 위해 신설 법인 WOONGJIN ASIA Sdn. Bhd를 설립하기도 했다.
웅진그룹 측은 "우선 재무 안정화에 집중해 내실을 다진 후 적극적인 사업다각화를 통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사업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 집단 지정에 따른 공시 의무와 각종 규제 등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으로 시장의 신뢰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2세 윤형덕·윤새봄 부회장 자산 승계 마쳐...후계구도 동생 윤새봄이 앞서
웅진그룹은 2세로의 자산 승계가 완료된 상태다. 윤석금 회장은 웅진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윤 회장은 2012년 그룹이 유동성 위기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이후 사업 재편 과정에서 자신이 보유하던 지분을 두 아들에게 일찌감치 증여했다.
현재 윤 회장은 경영 현안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며 그룹의 전략 방향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남인 윤새봄 웅진그룹 부회장은 (주)웅진 보유 지분이 17.02%로 형인 윤형덕 렉스필드컨트리클럽 부회장(12.88%)보다 4.14% 많다. 윤새봄 부회장은 지난 3월 자사주 상여금으로 지분 약 57만 주를 받으면서 지분율이 0.72%포인트 높아졌다.
웅진의 2세 체제는 윤새봄 부회장이 2023년 그룹 지주사인 (주)웅진 대표에 오르면서 본격화됐다.
윤새봄 부회장은 지난 2009년 웅진씽크빅에 입사해 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2016년 웅진씽크빅 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윤새봄 부회장은 2020년 윤형덕 부회장을 제치고 (주)웅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 윤새봄 부회장은 (주)웅진 보통주 169만7915주를 매입해 지분율이 12.97%에서 15.09%로 올랐다.
굵직한 경영 행보에서도 형보다 앞서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윤새봄 부회장은 웅진씽크빅의 주요 사업인 '에듀테크'를 주도했다. 국내 최초로 태블릿을 기반한 회원제 독서·학습 프로그램인 '웅진북클럽'을 도입한 주역으로 꼽힌다.
프리드라이프 인수 역시 윤새봄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윤형덕 부회장은 상대적으로 비주력 사업인 골프장 운영사 렉스필드 컨트리클럽을 경영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새봄 부회장의 승진이나 지분율이 후계구도 확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오너 일가의 (주)웅진 지분율은 32.01%다. 단순 계산으로 소액주주 51.63%(2025년 말 기준)가 지분 5.55%를 보유한 에이스디엔씨의 손을 들어주면 경영권을 위협받게 된다.
에이스디엔씨는 2018년 7월 처음 주주명부에 등장했고 경영권 참여를 표방하면서 한 때 8%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에이스디엔씨가 주주제안 등 겉으로 드러난 요구는 없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