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집단 새얼굴/한국콜마] 창업 36년 만에 '재계' 등극...본업의 견조한 성장과 공격적 M&A로 몸집 키워

2026-05-06     이정민 기자
2026년도 대기업집단에 새 얼굴들이 등장했다. 대기업집단이 처음으로 100개를 돌파한 가운데 한국콜마, 웅진, 오리온, 토스 등 신흥 기업 11곳이 새롭게 지정됐다. 특히 올해는 K-뷰티·K-푸드와 가상자산 등이 빛을 봤다. 대기업집단 신규 지정으로 이들 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망에 들어가게 되고, 경영활동상 각종 공시 의무를 지게 됐다. 신규 지정 그룹들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승계문제 등 현안들을 기업별로 분석해 본다. [편집자 주]

콜마그룹이 국내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이 됐다. 창업 36년 만에 자산이 5조 원을 넘어서며 재계 순위 96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콜마그룹의 모태는 1990년 5월 대웅제약 부사장 출신인 윤동한 회장이 일본콜마와 합작해 설립한 한국콜마다. 창립 당시부터 국내 화장품 OEM 업계 최초로 연구개발 중심의 ODM 방식을 도입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2012년 10월 기존 법인을 지주사인 콜마홀딩스로 전환하고 화장품과 제약 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 한국콜마를 세우며 지주사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현재 그룹은 화장품 ODM 시장의 전통 강자인 한국콜마를 필두로 제약·바이오의 HK이노엔, 건강기능식품의 콜마비앤에이치를 3대 축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지난 2022년에는 미국 원조 콜마로부터 '콜마(KOLMAR)'의 글로벌 상표권을 100% 인수하며 브랜드의 명실상부한 주인이 되기도 했다. 현재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등 대기업부터 중소 브랜드까지 4800여 개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다. 외형 성장과 함께 계열사 규모도 비약적으로 커져 2025년 기준 콜마홀딩스 산하 계열사는 상장사 4곳과 비상장사 30곳을 포함해 총 34개에 달한다.

◆ 윤상현의 승부수 'HK이노엔', 대기업 집단 진입 '일등공신'

한국콜마의 자산총액이 5조 원을 넘어서는 데에는 HK이노엔 편입 효과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HK이노엔의 자산총액은 2024년 말 1조8896억 원에서 2025년 말 2조969억 원으로 1년 새 2073억 원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콜마그룹 전체 자산 증가분(4126억 원)의 절반 수준인 50.2%에 해당한다. HK이노엔이 그룹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약 40%에 달한다.

실제 HK이노엔을 제외할 경우 콜마그룹 자산 규모는 3조1459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어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인 5조 원에 크게 못 미친다. HK이노엔 인수가 콜마그룹의 대기업집단 편입을 견인한 핵심 요인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HK이노엔은 콜마그룹이 2018년 1조3100억 원을 투입해 CJ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그룹에 편입됐다. 당시 인수 작업은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던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공정위에 따르면 콜마그룹의 자산총계는 5조2428억 원이다. 콜마홀딩스와 한국콜마,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 연우 등 주요 계열사의 단순 합산 기준 자산 규모는 7조 원 이상으로 집계된다. 다만 이는 개별 연결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한 수치로 공정위는 내부 지분 구조와 중복 자산을 조정, 자산을 집계한다.

지난해 말 별도 기준 상장 계열사의 자산은 한국콜마 1조5290억 원, HK이노엔 2조969억 원, 콜마홀딩스 5461억 원, 콜마비앤에이치 5206억 원 등이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내부거래 공시, 총수일가 지분 공개, 사익편취 규제, 채무보증 제한 등 공정거래법상 각종 규제가 적용된다. 중견 제조기업에서 대기업집단 수준의 거버넌스를 요구받는 단계로 올라섰다는 의미다.

콜마그룹의 대기업집단 편입은 윤동한 회장이 창업 초기부터 축적해온 사업 기반과 전략이 만들어낸 성과다. 1990년대 ODM 개념조차 없던 시기 윤 회장은 연구개발에 집중하는 제조기업이라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이후 제약과 건강기능식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단일 ODM 회사를 뷰티와 헬스케어를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이 같은 창업주의 설계 위에서 현재 그룹을 이끄는 윤상현 부회장은 사업 다각화와 글로벌 확장을 통해 외형 성장을 가속화했다. 창업 세대가 만든 기반에 2세 경영 체제의 실행력이 더해지며 대기업 반열 진입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과 주력 사업의 성장세가 맞물리며 그룹 외형 확대에도 속도가 붙었다.

콜마홀딩스와 주요 계열사인 한국콜마, HK이노엔, 콜마비앤에이치의 자산 합산 규모는 2021년 3조8101억 원에서 2025년 4조6926억 원으로 5년 새 23.2% 증가했다.

2018년 CJ헬스케어(현 HK이노엔) 인수,  2022년 화장품 용기 제조사 연우를 편입하며 밸류체인을 넓혔다.

HK이노엔은 현재 그룹 내 최대 자산 계열사다. HK이노엔 자산은 2021년 1조8375억 원에서 2025년 2조969억 원으로 증가했다. 한국콜마 역시 같은 기간 9932억 원에서 1조5290억 원으로 54% 성장했다.

계열사 수 증가 역시 콜마그룹의 외형 확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주사 콜마홀딩스의 계열사 수는 2021년 24개(상장 3개, 비상장 21개)에서 2025년 34개(상장 4개, 비상장 30개)로 5년 새 10개 늘었다. 지속적인 사업 재편과 법인 설립을 거치며 몸집을 키워왔다.

◆ 대기업 지정 앞두고 선제적 내부 정비...뷰티·제약·건강기능식품 '삼각편대' 완성

콜마그룹은 일찌감치 계열사 정리와 지배구조 단순화 등 사업 구조 정비에도 속도를 내왔다.

지난 1월 콜마비앤에이치가 보유하던 화장품 관련 자회사 및 사업을 한국콜마로 이관하며 화장품 사업을 한국콜마 중심으로 일원화했다. 콜마스크를 한국콜마로 편입하고 에치엔지 화장품 제조사업은 한국콜마 자회사 콜마유엑스가 양수했다.

공정거래법상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와 그 자회사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선제 대응하는 동시에 계열사별 역할을 명확히 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향후 그룹 구조는 한국콜마(화장품 ODM), HK이노엔(제약), 콜마비앤에이치(건강기능식품)를 3대 축으로 재편하는 방향이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그래픽.

◆ 부자간 소송에 남매 갈등까지...대기업 콜마 앞에 놓인 '거버넌스 시험대'

콜마그룹은 지주사 콜마홀딩스를 정점으로 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윤상현 부회장이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윤여원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윤동한 회장 ▲윤상현 부회장의 아들 윤동희씨 ▲윤여원 전 대표의 아들 이민석씨 ▲이영석씨 등을 포함한 총수일가 전체 지분율은 48.2% 수준이다. 윤 부회장이 지주사를 통해 한국콜마와 콜마비앤에이치를 지배하고 한국콜마가 다시 HK이노엔, 연우 등 핵심 사업 회사를 거느리는 구조다.
 

다만 콜마그룹의 최대 리스크로는 여전히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꼽힌다.

그간 콜마그룹은 윤상현 부회장과 윤여원 전 콜마비앤에이치 대표 간 갈등으로 내홍을 겪어왔다. 지난해 콜마홀딩스 이사회 개편을 둘러싸고 남매 간 경영권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후 콜마비앤에이치는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운영돼 왔다.

최근 윤여원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며 표면적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봉합 수준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창업주 윤동한 회장이 윤상현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주식반환청구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윤 회장 측은 지난 2019년 증여한 콜마홀딩스 주식 230만주(무상증자 반영 시 약 460만주)가 조건부 증여였다고 주장하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콜마홀딩스 지분 약 12.82%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윤상현 부회장은 콜마홀딩스 지분 31.75%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소송 결과에 따라 지배구조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기업집단 지정으로 공정위의 감시와 시장의 검증이 동시에 강화되는 만큼 향후 콜마그룹의 기업가치는 외형 성장뿐 아니라 승계 구도와 지배구조 안정화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콜마그룹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K뷰티 산업 측면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브랜드사가 아닌 제조 기반 ODM 기업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오른 것은 한국 화장품 산업 내 제조업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콜마홀딩스 관계자는 “창업주가 구축한 산업의 기반 위에 2세 경영 체제가 전략적 확장과 실행력을 더해 이룬 결실”이라며 “확장된 체급에 걸맞은 책임경영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AI 기반 연구개발과 생산 혁신을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 전반의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