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손보사 ①] "보험 팔면 손해"…자동차·실손 '손해율 쇼크'로 역성장 늪

2026-05-21     서현진 기자
국내 손해보험사들이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본연의 보험영업에서 손익을 내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다. 보험영업 손익 악화를 투자손익으로 만회했지만 올해부터는 이마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본지는 '위기의 손보사' 시리즈를 통해 사면초가에 빠진 손보사들의 현 주소를 짚어보고 생존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2024년 5대 손해보험사가 연간 당기순이익 7조 원을 돌파하면서 초호황을 누렸던 손해보험업계가 지난해부터 실적 하강 국면을 맞고 있다. 주력 상품인 자동차보험과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손익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손보사들은 예상보험금 대비 실제 지급보험금 증가세 둔화로 인한 예실차 영향으로 순이익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손보사들은 올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고 비급여 항목을 대거 걷어낸 5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는 등 손실을 줄이려 몸부림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5대 손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 합계는 6조2487억 원으로 전년 동기 7조4177억 원 대비 15.8% 감소하며 역성장이 시작됐다.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조7876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화재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6352억 원, 현대해상도 9.9% 늘어난 2233억 원으로 선전했지만 DB손해보험은 39.9% 급감한 2685억 원, KB손해보험도 36% 줄어든 2057억 원에 그쳤다. 

◆ 자동차보험·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일로..."보험영업으로는 돈 못 벌어"
 
실적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가 꼽힌다. 최근 5년 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살펴보면 지난 2023년 80.7%를 기록하며 가장 낮았지만 2024년 83.8%로 급상승했고 지난해 연간 손해율도 87.5%까지 치솟았다. 

올해 3월 주요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2%로 전년 동기 대비 2.7%포인트 상승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통상 80%대의 손해율을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는데 이미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는 수준이다.

손해율은 상승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자동차 이동량 감소 및 고물가 부담 완화를 위한 정부 차원의 상생금융 정책 압박이 이어지면서 손보사들은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했다. 

손해율이 악화되고 자동차보험료는 지속 인하되면서 손실은 눈덩이가 됐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진료비와 부품비가 오른 것도 손해율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한방치료 비용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경상 환자가 자동차 사고 이후 한방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받는 관행이 보험금 누수를 키운 것이다.

그 결과 상위 5대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손익은 2023년 7739억 원에서 2024년 2837억원으로 급감하더니 2025년에는 458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에도 461억원 손실을 냈다.
 

손보사의 수익성을 갉아먹는 또 다른 원인은 실손보험이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대형 손보사의 실손보험 위험손해율은 ▲삼성화재(122.7%) ▲메리츠화재(106.8%) ▲DB손해보험(109.8%) ▲현대해상(127%) ▲KB손해보험(110.8%)로 전부 100%가 넘는다.

손해율 악화의 주범은 비급여 과잉 진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실손보험 지급보험금은 15조2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했다. 특히 비급여 쏠림 현상이 심각하다. 전체 실손 비급여 보험금 중 도수치료 등 근골격계 질환과 비급여 주사제가 전체 비급여 지급보험금의 35.8%를 차지하고 있다. 소수의 과잉 이용자가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를 끌어올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는 셈이다.

◆ 투자손익으로 '벌충'하고 있었지만...올해부터는 '비상'

손보사들은 본업인 보험영업의 손실을 투자손익으로 메워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부동산PF 시장이 호황을 거듭하면서 보험사들의 대체투자 자산이 크게 늘었고 지난 2023년 도입된 IFRS17 회계기준에서는 보험사들이 보유한 주식, 채권 등의 가치 평가액이 바로 반영되면서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투자손익이 이어지는 효과도 누렸다. 
 

5대 손보사 기준 연간 투자손익은 지난 2022년 1조5079억 원을 시작으로 4년 연속 급증하면서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4조5773억 원까지 늘었다. 

그러나 보험영업 손실을 '벌충'하던 투자영업 손익도 올해부터 비상등이 켜졌다. 올해 1분기 기준 5대 손보사의 투자손익은 9522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1조1109억 원 대비 14.3% 감소했다. 

◆ 자동차보험료 올리고 실손 누수 막는 제도 도입하지만... 효과는?

자동차보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손해보험사들도 대응에 나섰다. 5대 손보사들은 지난 2월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3~1.4% 수준으로 올렸는데 이는 5년 만의 인상이었다. 

보험금 누수를 틀어막기 위한 제도적 처방도 추진됐다. 금융당국은 경상 환자의 장기 치료를 제한하는 '8주룰' 도입을 공식화했다.

8주룰은 상해등급 12~14급에 해당하는 경미한 부상 환자가 사고 후 8주를 넘겨 치료받을 경우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로 나이롱 환자로 불리는 과잉 진료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도입 일정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실손보험 쪽 누수 방지에도 나섰다. 실손보험료는 손해율 악화를 반영해 꾸준히 인상됐고 이달에는 비중증 비급여 보장을 대폭 걷어낸 5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됐다. 5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도수치료 등 과잉 진료 온상으로 꼽혀 온 비급여 항목을 사실상 보장 대상에서 제외했다. 비급여 과잉 진료를 구조적으로 차단해 만성 적자 고리를 끊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같은 처방들이 단기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보험료 인상폭은 악화된 손해율을 되돌리기 역부족인 데다 8주룰은 도입 시점조차 불투명하다. 보험료를 올려 손해율을 방어하려는 시점에 차량 5부제 참여자 보험료 할인 특약이 도입되면서 인상 효과가 일부 상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지난 6일부터 선보인 5세대 실손보험 역시 흥행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손해율이 극심한 1~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갈아타게 하기 위한 목적이 크지만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 대신 보장범위가 더 크게 줄면서 실익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제도 개선이 제대로 안착된다면 중장기적으로는 손해율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과 다르게 내 위험이 아니라 내가 가입한 단체의 위험인데 1·2세대 상품에서 백내장이나 도수치료에 보험금 지급이 쏠리며 가입 집단의 손해율이 높아졌다"며 "5세대 실손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구조를 맞춘 것으로 손해율에는 분명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고 8주룰 또한 과잉진료를 차단하게 되면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어 결국 손해율 개선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서현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