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분쟁 The50 ⑳] “인터넷 끊겨 하루장사 망쳤는데 달랑 1500원 보상"...영업장 통신 장애 보상 쥐꼬리

피해 규모와 동떨어진 산정 방식 '도마 위'

2026-05-21     이범희 기자
AI, 디지털화 등 빠르게 변화하는 소비 환경 속에서도 통신·가전·유통·금융·플랫폼 등 각 업종에서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고질적 문제들은 개선 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그동안 소비자고발센터를 통해 제기된 20년간의 방대한 민원을 통해 업종별 고질화된 문제점을 짚어보는 '소비자분쟁 The50' 연간 기획 시리즈로 진행한다. 고질적 민원의 원인을 분석하고 제도적 허점과 정책적 과제도 제시한다. [편집자주]

# 서울 동작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주 모(남)씨는 인터넷 단자 불량으로 SK브로드밴드에 장애 신고를 접수했지만 주말이라 기사 배정이 지연되면서 영업에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장애로 카드 단말기 사용이 불가능해져 정상 영업을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이튿날 방문한 기사는 단자 문제를 확인한 뒤 “사다리차가 있어야 수리가 가능하다”고 안내했으나 "장비 예약이 모두 차 있어 당일 해결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주 씨는 결국 이틀 연속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기사가 수리할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해당 사안은 당사자와 원만하게 처리됐다"고 설명했다. 

인천 서구에서 24시간 배달전문 식당을 운영하는 서 모(남)씨는 인터넷 장애로 약 19시간 동안 영업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고장 신고 후 약 2시간 반 뒤에 방문한 KT 기사는 외부 전봇대 선로 문제로 원인은 파악했으나 당일 복구가 어려워 다음날 오전 수리가 완료됐다. 서 씨는 인터넷이 끊기며 배달 주문 접수 자체가 중단됐고 인건비와 임대료, 재료비 등을 포함해 약 150만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KT 측은 인터넷 사용료 2개월 면제 외 추가 보상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서 씨는 “인터넷이 끊기면 사실상 영업 자체를 할 수 없다”며 “실제 영업 손실을 반영한 보상과 재발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T 측은 "인터넷 장애 시 약관에 의거해 손해 배상한다"라고 밝혔다.

경기 안산에서 매장을 운영하는 김 모(여)씨는 LG유플러스 인터넷 장애로 하루 동안 카드 결제를 받지 못해 영업에 큰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오전 11시경 인터넷 장애를 접수하며 긴급 방문을 요청했지만 5시간 뒤에나 도착한 기사는 외부 망 문제라며 별도 수리를 접수한 뒤 돌아갔다고. 김 씨는 결국 퇴근할 때까지 인터넷이 복구되지 않아 포스기를 통한 카드 결제를 한 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보상을 문의하자 하루 사용하지 못한 요금만 할인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 씨는 “하루 종일 영업을 못 했는데 피해보상은 1500원 수준밖에 안 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LG유플러스 측은 사실 관계 확인을 위해 제보자 정보가 필요한데 이를 공유받지 못한 상황이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고 전했다.

인터넷 장애가 발생하면 음식점·편의점·카페 등 소상공인은 주문과 결제 시스템이 멈춰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지만 통신사 배상액은 수천 원 수준에 그쳐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인터넷이 끊기면 카드 결제와 배달 주문 접수, 포스(POS) 운영 등이 동시에 중단돼 사실상 영업이 마비된다고 호소한다.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 매출 손실을 주장한다.

그러나 통신 장애 원인이 복잡 다양하고 적절한 보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소상공인과 통신사 간 분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21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음식점·카페·PC방·학원 등 다양한 업종에서 인터넷이 갑작스럽게 먹통이 돼 영업 손실을 입었는데 통신사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 사업자 모두에 해당하는 문제다.

“하루 장사를 망쳐 수십만 원을 손해봤는데 배상액이 몇천 원 밖에 안 된다” ”인터넷이 되지 않아 가게 문을 하루 닫아야 했는데 보상도 못 받았다”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일부는 인터넷이 제대로 되지 않아 기본으로 틀어놓는 음악이 끊기기 일쑤라 손님들이 불편해해 영업에 지장이 있다거나 가게에 설치한 CCTV까지 먹통이라 불안하다는 민원도 있다.

현재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이용약관상 인터넷 장애가 연속 2시간 이상 발생하거나 월 누적 장애 시간이 일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손해배상 또는 요금 감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통신 3사 모두 월 누적 장애 시간이 6시간을 초과할 경우 손해배상 규정을 적용해 배상하도록 하고 있다.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배상 금액은 최근 3개월 평균 요금을 기준으로 산출한 시간당 요금에 장애 시간을 곱한 뒤 10배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KT와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모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다만 실제 영업 손실 규모와 비교하면 보상 수준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월 4만 원짜리 인터넷 요금제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 5시간 동안 장애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 금액은 약 2800원 수준이다. 커피 한 잔 값에도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실제 영업 손실과 비교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배상 규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인터넷 장애는 단순 불편 수준이 아니라 생계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실제 영업 손실을 반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 체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 장애 자체는 기상 상황이나 외부 설비 문제 등으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단순 장애 여부보다 실제 피해 대비 보상 수준이 적절한지가 핵심 쟁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통신 3사는 손해배상 기준은 각 사 약관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KT는 “소상공인을 위한 전용 콜센터를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인터넷 장애로 인한 소상공인 영업 손실 배상 기준에 관해 별도로 논의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인터넷 AS와 손해배상 관련 기준은 통신사 약관에 규정돼 있다”며 “품질 불량으로 AS를 신청했는데 동일 건으로 일정 기준 이상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는 약관에 따른 손해배상 조항이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방미통위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약관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부분만 담당한다”며 “약관에 없는 내용에 대해 별도로 얼마를 보상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범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