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미납된 소액결제 갚으라고?…느닷없는 채권 추심 문자에 소비자 부글부글

소멸시효 입증 책임은 사실상 소비자 몫

2026-07-17     이승규 기자
#사례1 인천 연수구에 사는 전 모(남)씨는 지난 6월 말 휴대전화 결제대행업체인 다날로부터 2008년과 2011년 발생한 소액결제 미납금을 납부하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메시지에는 채권추심과 신용정보회사 통지 등이 예고돼 있었고 최종적으로 4만9900원을 납부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전 씨는 통신요금을 장기간 연체 없이 납부하며 휴대전화를 정상적으로 이용해 온 터라 15~18년 전 소액결제 대금이 남아 있다는 안내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안내된 링크를 통해 과거 결제 내역과 미납 가산금 등을 확인했지만 어느 통신사를 통해 발생한 채무인지, 원금과 가산액이 어떻게 산정됐는지 등 구체적인 설명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사례2 인천 남동구에 사는 조 모(남)씨는 올해 2월 휴대전화 결제대행업체 KG모빌리언스(현 KG파이낸셜)로부터 2004년에 발생한 소액결제 미납금을 납부하라는 문자를 받았다. 22년 전 거래여서 결제 사실조차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소송 후 자택 강제회수 전환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긴 독촉 문자가 하루에도 여러 차례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조 씨는 오래된 채무인 만큼 구체적인 결제 내역과 미납 근거를 먼저 확인해 달라고 요구하고 반복 연락 시 신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지만 독촉은 계속됐다고 한다. 조 씨는 “20년 넘게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강제회수를 언급하며 돈을 내라고 하니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실제 채무가 남아 있는지,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은 아닌지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근거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0년 이상 지난 소액결제 미납금을 납부하라는 추심 연락을 받았다는 소비자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수년간 아무런 안내가 없다가 뒤늦게 채무 상환을 요구받은 소비자들은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다.

17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소액결제 서비스업체로부터 10년 이상 지난 장기 미납금을 상환하라는 독촉을 받고 당황스럽다는 민원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언제, 어떤 결제에 대한 미납금인지 내역도 모른 채 대뜸 변제를 요구 받았다며 당혹감을 호소했다. 그간 통신사 이동이나 휴대전화 개통 등 과정에서 미납에 대한 내용을 고지받지 못했고 수년간 관련 연락도 없어 인지할 수 없었다는 주장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액결제(통신과금서비스)는 이용자가 구매한 재화나 용역 대금을 휴대전화 요금과 함께 청구·수납하는 결제 서비스다. 미납 시 일정 기간 동안 통신사가 채권을 보유하지만 이후 다날, KG파이낸셜 같은 소액결제 서비스업체(PG사)로 이관된다. PG사는 이를 토대로 채권을 관리하거나 추심 업무를 수행한다.

쟁점은 소멸시효다. 법적으로 채권별 소멸시효는 ▲단기 소멸 채권(3년) ▲상행위로 인한 채권(5년) ▲일반 채권(10년) 등이다. 통신요금 등 관련 채권은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단순히 '몇 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채권이 자동으로 소멸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채권자가 지급명령 신청 등 법률상 시효중단 사유를 거쳤다면 소멸시효가 새롭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소액결제 제공업체들은 법적인 절차를 준수했으며 소멸시효가 확인될 경우 미납 안내를 중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날 관계자는 "최근 장기 미납채권 관리 과정에서 소비자들에게 안내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된다"며 "올바른 절차를 거쳐 미납 채권을 처리하고 있으며 소멸시효가 확인될 경우 미납 안내를 중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KG파이낸셜 측도 "채무 정보는 관련 법령에 따라 기록·보관돼 단순히 시간이 지났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무자가 본인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거나 소액결제를 이용할 경우 등 연락처 정보가 갱신되면 채무 안내 및 추심 절차가 다시 진행된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급명령 등을 고지받지 않았다는 사실 등 소멸시효 완성 여부를 확인하거나 이를 입증할 책임이 사실상 소비자에게 있다는 점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멸시효를 채권자가 직접 입증하기 위해서는 민사 소송을 해야 한다"라며 "소액결제건의 경우 소송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소멸시효 조건을 충족을 시키더라도 돈을 그냥 갚게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는 장기간 지난 미납금에 대한 상환 요구를 받을 경우 채권 발생 시점과 소멸시효 완성 여부 등을 확인한 뒤 변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철우(IT 전문) 변호사는 "통신 채권의 경우 3년의 단기 소멸시효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고 10년이 넘은 경우 모든 채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만큼 섣부르게 변제할 필요가 없을 것"이라며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는지를 따져보고 그 이후에 대응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승규 기자]